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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범위 0.1㎜' 암세포 정밀 타격
피·상처 없이 수술, 기능도 살린다

트루빔(TrueBeam) STx 사진 트루빔(TrueBeam) STx 사진

시리도록 눈부신 무영등, 어지럽게 널린 수술 도구, 기계음을 내는 크고 작은 수술 장치와 마취 장비, 그리고 검붉은 피가 떠오르던 차가운 수술실은 이제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로 대체됐다. 마취도 없이 편안히 누웠다 나오면 암이 제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대안산병원이 지난 8월 가동을 시작한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 리니악 '트루빔(TrueBeam) STx'는 방사선 치료의 진화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정확한 암종 제거는 물론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두경부의 다양한 기능을 보존한다.

방사선 치료란 파장이 매우 짧고 에너지가 높은 방사선을 이용해 환자 몸속의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수술,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3대 암 치료법'으로 꼽힌다. 방사선을 조사하면 우리 몸을 투과하면서 세포 증식과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인 핵산이나 세포막 등에 화학적인 변성을 가져와 종양세포를 죽인다. 방사선을 여러 번에 걸쳐 분할 조사하면 정상 세포의 손상은 줄이면서 암세포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주로 환자의 몸 상태가 수술을 하기 어렵거나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암이 침범한 경우 이 방법이 활용된다.

이 같은 방사선 치료는 1980년대 2차원 방사선 치료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됐다.

이후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응용한 3차원 입체조형치료기술(3-dimensional Conformal Radiotherapy)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정확하고 부작용은 적으면서 치료 효과는 크게 향상됐다.

진화하는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리니악 '트루빔(TrueBeam) STx'는 오차범위가 0.1㎜로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해 기존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방사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사선을 쏠 때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다. 환자가 숨 쉴 때마다 움직이는 종양은 좌표 값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지금껏 정확한 치료가 어려웠다.

최첨단 트루빔 STx에는 종양 위치를 추적하고 환자 위치를 조절하는 시스템이 추가됐다. 또한 다양한 방사선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어 종양이 자리한 깊이와 위치에 상관없이 효율적인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 기존 방사선 장비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고선량률 출력을 통해 치료시간을 최대 3배 이상 단축시킨다. 이 장비는 뇌, 폐, 간, 췌장, 신장, 자궁, 전립선 등 신체 모든 부위에 생긴 암을 치료할 수 있는데, 특히 두경부암 치료에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두경부암은 구강, 인두, 후두, 코 등 입과 코에서부터 공기와 음식물이 통과하는 부분을 비롯해 얼굴과 목 전반부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구강암은 그중 입안에 생기는 암이고, 후두암은 성대를 중심으로 하는 후두에 생기는 암을 특징적으로 일컫는 것이다. 두경부암은 목과 쇄골 상부 임파절에 잘 전이하는 특성이 있어 목이나 쇄골 상부에 동그랗게 만져지는 임파선염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구강암이나 설암은 입안이나 혀에서 눈에 보이는 종양이 관찰된다.

후두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쉰 목소리다. 50대 이상의 흡연자에서 목소리가 쉬는 증상이 갑자기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두경부암은 구강암이나 설암처럼 입안으로 보이는 암을 제외하면 수술적 접근이 상당히 어렵다. 인두나 후두라 하면 목구멍 저 깊숙한 곳인데, 여기까지 손과 칼이 닿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굴 주변에 수술 상처가 남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일찍부터 방사선 치료법이사용돼왔다. 다행히 두경부암은 방사선에 민감한 암세포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표준 치료로 삼고 있고, 효과도 좋다.

구강암이나 설암의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다. 수술 후 완전히 암을 제거하지 못했거나 임파절 전이가 있는 등 재발의 위험이 큰 경우에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인두나 후두암의 경우에는 동시 화학 방사선 치료(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시행)를 하는데, 이 또한 표준 치료 중 하나이며, 이는 수술과 유사한 수준의 완치율을 갖는다. 이 가운데 후두암의 경우 초기(1~2기) 암은 방사선만으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며, 3기 이상의 암은 화학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시행한다.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권순영 교수는 "두경부 기능 보존 측면에서 방사선 치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은 그 진행과 치료 과정에서 자칫 기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권순영 교수는 두경부암 치료에서는 암 정복뿐 아니라 신체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환자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경부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이 단독 혹은 병합해 시행된다. 기능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방사선 치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러 부위의 다양한 세포형의 두경부암에서 비교적 동등하게 우수한 치료 성과를 보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해부학적 구조물을 보존함으로써 기능 보존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초기 후두암이다. 과거엔 후두를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렇게 되면 환자가 말을 못 하게 되고 목에는 기공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적용한 이후 동일한 생존율을 담보하면서도 후두를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 교수의 부연 설명이다.

"최근에는 수술도 후두 전체를 절제하기보다는 제한적인 절제 방법을 활용해 최대한 목소리를보존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도 방사선 치료의 역할은 중요하다. 수술을 먼저 시행하는 대신 선도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수술 이후 보조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 두경부암뿐 아니라 진행된 병기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목소리를 보존하면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자 목표다." 침샘 기능도 보존할 수 있다. 원래 침샘은 방사선에 매우 예민해 적은 방사선량에도 그 기능이 소실될 위험이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침 마름. 권 교수는 "침이 나오지 않으면 음식의 맛도 느끼기 어렵고, 충치도 잘 생기는 등 큰 불편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 "다행히 이전 장비보다 더 정밀해진 트루빔 STx를 통해 방사선 치료를 하면 침샘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고, 침 마름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치과 치료는 담당의와 꼭 상의해야"

환자에게 진료 결과를 설명하는 권순영 교수.

두경부암의 방사선 치료 기간은 다른 암에 비해 6~7주 이상으로 긴 편이다. 경우에 따라 길게는 두 달까지도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방사선 치료 전후로 치과 치료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환자가 많다. 예민해 적은 방사선량에도 그 기능이 소실될 위험이 있다.

다른 부위의 암 환자 대부분이 방사선 치료와는 무관하게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경부암 환자의 경우에는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아래턱이나 위턱 부분이 방사선 치료 범위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치과 치료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권 교수의 설명이다. 예민해 적은 방사선량에도 그 기능이 소실될 위험이 있다.

"아래턱이나 위턱이 방사선 치료 범위에 포함됐다고 해도 출혈을 동반하지 않는 스케일링 등 가벼운 치과 치료는 대개 시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발치 등 출혈을 동반하는 시술인데, 이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 경우 방사선의 영향을 받은 조직의 출혈이 잡히지 않아 발치 부위의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예민해 적은 방사선량에도 그 기능이 소실될 위험이 있다.

두경부암은 흡연과 관계가 매우 깊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음주와도 관계가 있으며, 특히 술과 담배를 함께하는 경우는 위험률이 더욱 높아진다. 술의 경우는 많은 양을 마실수록, 그리고 독주를 마실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두경부암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과 금주다.

  • EDITOR: 김건희
  • PHOTO: 김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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