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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트루빔 STx'(방사선 치료 장비)
간암 치료에 새로운 희망

간암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오른쪽에서 네 번째)등 관련 과 교수들.

간암의 근치(根治)적 치료 방법으로 간절제수술 이외에도 간이식, 고주파열치료술, 경동맥화학색전술치료 등이 꼽힌다. 그런데 최근 근치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적으로 시행되던 방사선 치료가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며 다양한 병기에서 좋은 치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8월 투입된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 '트루빔 STx'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몰래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대가로 독수리에게 매일 낮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하지만 '불사신'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낮에 쪼아 먹혀도 밤이 되면 다시 회복된다. 인간의 간 또한 회복력이 탁월한 장기다. 그러나 제아무리 재생 능력이 좋은 간이라도 과한 음주나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손상돼 딱딱하게 굳기 시작하면 말랑말랑한 정상 상태의 간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세 가지 진단기준' 간암 진단율 40%↑

간암은 흔히 '침묵의 암살자'라 불린다.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심지어 간 전체의 70%가 손상돼도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암이 주변 장기까지 퍼진 경우가 많다. 초기 간암 5년 생존율은 50% 이상이지만, 진행된 간암의 경우 10%대로 뚝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간암 사망률은 전체 연령대에서 2위지만, 생산 활동 연령층에서 1위, 사회·경제적 부담 1위인 암이기도 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간암 치료는 조기 진단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고대안산병원에서는 2016년부터 간암 상위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연구에 앞장서왔다"며 간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간암 발병과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간염 바이러스다. 만성 B·C형 간염을 앓거나 간 경변이 있으면 간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에서도 암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이것이 문제다. 고대안산병원 의료진은 이를 좀 더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 세 가지 진단기준을 세웠다.

첫째, 간이 딱딱해진 정도. 최초 간 섬유화 스캔 검사에서 간 경직도 수치가 12.5kPa(킬로파스칼)을 넘으면 상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둘째, 치료 과정에서의 간 경직도 수치의 변화. 예를 들어 만성 B형 간염을 앓다가 간경변으로 진행된 환자는 다른 간경변 환자보다 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은데, 이 환자에게 B형 간염 치료제를 투여하면 굳었던 간이 부드럽게 완화된다. 간이 완화되지 않을수록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간 경직도가 12KPa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상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마지막은 간암 세포가 만들어질 때 생성되는 'AFP 및 AFP-L3'와 'PIVKA-Ⅱ'라는 혈액 내 생체 표시자 수치다. 혈액 내 생체 표시자 수치를 이용한 간암 조기 발견 전향 연구는 2016년 고대안산·안암병원의 주도로 시작돼 현재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총 15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고대안산병원은 이와 같은 세 가지 선별법을 통해 20여 년 전 15%였던 조기 간암 진단율을 2017년 39.5%까지 끌어올렸다.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축적되면 간암 진행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선 병합치료로 간암 완치 도전

임형준 교수는 "방사선 치료 장비를 활용하면 방사선의 강도와 환자의 호흡에 맞춰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방사선을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암 치료법은 다른 암에 비해 다양하고, 이를 융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요법 등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 이외에도 암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화학색전술, 고주파로 암을 태우는 고주파열소작술, 얼려서 암을 사멸시키는 냉동소작술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간암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이다. 암이 생긴 부위를 도려내 암의 싹을 잘라내는 것이다. 하지만 간암의 경우 수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미 간이 망가진 경우에는 수술 후 남은 간이 부담을 받아 간부전으로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의 활용은 간암 치료의 선택지를 늘려줄 뿐 아니라 간암 치료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한다.

고대안산병원은 최고 수준의 정밀도와 강력한 방사선 출력 성능을 자랑하는 방사선 치료 장비 '트루빔(TrueBeam) STx'를 도입해 올해 8월부터 가동 중이다. 임 교수는 이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다른 수술법과 병행치료를 하면 완치를 목표로 간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간암에 효과가 있는 방사선 치료 장비가 부족해 암이 혈관을 침범하거나 혹은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보조적으로 시행했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 정상 간 조직이나 주변 장기(위장, 소장)의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방사선 치료 장비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간암 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방사선 치료 장비를 활용하면 방사선의 강도와 환자의 호흡에 맞춰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방사선을 투여할 수 있다."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 트루빔 STx의 핵심은 방사선 에너지를 종양 부위에 집중해 주변 정상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사선량 분포를 제어·조절하는 것이다. 치료 중 실시간으로 내부 장기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방사선 조사 시 오차범위를 0.1㎜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정확하게 종양의 모양에 맞춰 방사선을 전달하고 주위의 정상세포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줄고 치료 결과는 극대화된다.

또한 기존 방사선 치료 장비인 리니악 모델보다 최대 출력이 2~3배 높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어 회당 소요시간 및 전체 치료기간을 단축시켜준다. 간암 환자의 경우 회수가 5회 이하로 줄어들어 환자가 좀 더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비만' 간암 위험도 '정상 체중' 2배!

고대안산병원은 거의 모든 간암 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다. 간담췌외과와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등 관련된 과의 교수가 함께 모여 효과적인 수술 방법과 이후 치료 계획 등을 세운다. 자연히 병합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방사선 치료를 경동맥화학색전술이나 고주파열치료에 병행하는 식이다. 임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학제 간 다양한 논의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한 명의 의사가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보다 다양한 진료과 의사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다 보면 다양한 치료법이 동시에 논의되고, 이 과정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간암은 다른 암 치료와 달리 환자들 대부분이 간염이나 간경화로 간 기능 저하가 동반돼 있어 치료 관련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섬세한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고위험군의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 검진과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술과 담배 또한 간암의 위험요인이며, 특히 술은 고위험군에서는 소량도 위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역시 간암 발병과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만인 사람의 간암 발생 위험도는 정상 체중인 사람의 2배 정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 자체도 간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계암연구재단 및 미국암협회 연구보고서 등 커피가 간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발표됐다. 생선과 녹색채소, 과일의 섭취도 간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암은 중·장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준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가암정보센터는 40세 이상이면서 간염 보균자이거나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 EDITOR: 김건희
  • PHOTO: 김성남,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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