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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 '제로'에 도전하다

중환자실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50%.
그런데 일반 병실에서 급성 심정지가 발생할 경우 환자의 생존율은 10% 미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환자 상태의 경중보다 심장이 멈춘 응급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의 차이가 결국 생사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다. 고대구로병원이 일반 병실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 상황에 대처할 '신속대응팀(RRT·Rapid Response Team)'을 꾸린 이유다. 이 팀을 직접 만들고 진두지휘 중인 고대구로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김남렬 교수로부터 그 활약상을 들어봤다.

30대 젊은 남성이 어느 날 밤 응급실로 찾아왔다. 동네 치과병원에서 발치를 한 뒤 염증이 생겨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심해져 온 케이스로, 단순 통증 환자로 보였다.

그런데 입원 하루 만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염증으로 생긴 잇몸의 농(고름)이 연부조직을 통해 혈관까지 감염시키면서 패혈증을 일으킨 것. 그 속도가 너무 빨라 패혈성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에 빠지고 말았다.

김 교수는 "만일 조금만 늦었더라면 심폐소생술(CPR)까지 갔을 것"이라며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급성 심정지가 오기 전에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위급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심정지 환자 50%에서 이상 징후 나타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드 블루(Code Blue)'는 환자의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 상황을 의미하는 비상 코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은 의사와 간호사의 24시간 관리하에 급성 심정지가 와도 빠른 조치가 가능해 5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인다.

심정지 이상 징후 10가지
구분 내용
체온 35℃ 이하 또는 39℃ 이상
맥박 1분당 50회 이하 또는 100회 이상
호흡수 1분당 6회 이하 또는 20회 이상
통증 이전에 없던 새로운 통증 발생
의식 새롭게 발생한 의식 저하
SpO2 산소포화도 90% 이하
혈압 수축기 혈압 90mmHg 이하 또는
평균 동맥압 60mmHg 이하
CAP 모세혈관 재충만 시간 3초 이상
소변량 2시간 연속 1시간당 30cc 이하
4시간 동안 소변량 100cc 이하
Lactic acid 젖산 수치 2mmol/L 이상

하지만 일반 병실의 환자에게 급성 심정지가 일어난다면? 의료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일반 병실에서 심정지를 겪은 환자가 다시 병원에서 걸어 나갈 확률은 10% 미만, 심정지 직후 바로 심폐소생술을 받더라도 생존율은 20% 정도로 굉장히 낮다.

그렇다면 이처럼 낮은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급성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50% 이상의 환자들에게서 보통 하루 전, 최소 8시간 전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착안해 환자에게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 사전조치를 취해 생존율을 30~40%로 높일 수 있는 '신속대응시스템(RRS·Rapid Response System)'을 갖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고대구로병원 역시 입원 환자들의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사전조치를 통해 환자의 심정지를 예방하는 신속대응팀을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김 교수가 병원에 처음 제안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신속대응팀을 운영하는 병원은 단 두 곳뿐이었다. 당시 중환자실장이었던 김 교수는 누구보다도 신속대응팀의 필요성을 빠르게 인식했던 것.

신속대응팀 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고대구로병원은 우선 외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속대응팀을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환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해야 할 병동 간호사들에게 급성 심정지 전 이상 징후에 대해 8차에 걸친 심층교육을 시키는 등 6개월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콜링 시스템'을 보완한 '모니터링 시스템'

고대구로병원의 신속대응시스템은 크게 '콜링 시스템'과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나뉜다. 먼저 콜링 시스템은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병동 간호사와 전공의들이 환자에게서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 나타나는 10가지 이상 징후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신속대응팀을 바로 호출하는 방식이다. 10가지 이상 징후는 위 표와 같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적은 인력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6개월 정도 지나자 하나둘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전히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바쁜 병동 간호사들이 환자의 이상 징후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던 것. "병동 콜링 시스템만으로는 한 달에 평균 5~6명 정도의 콜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는 김 교수는 "실제로 콜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이상 징후가 나타났던 환자는 더 많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고대구로병원 중환자 전담 전문의와 전산팀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9개월 동안 연구한 끝에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여기에 신속대응팀 전문 간호사를 충원해 구축한 것이 바로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콜링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해 콜링 시스템에서 체크하는 10가지의 이상 징후 외에도 더 많은 징후를 컴퓨터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상당수의 병원이 콜링 시스템이나 모니터링 시스템, 둘 중 한 가지만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반면 고대구로병원은 환자 안전을 기하기 위해 두 가지 모두 활용하고 있다.

1년 만에 급성 심정지 환자 4분의 1로 감소

중환자실 앞에 선 김남렬 교수

고대구로병원 신속대응팀은 고도의 전문인력으로 꾸려졌다. 응급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신속대응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중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중환자 전담 전문의는 물론 전담 간호사의 자격 요건도 중환자실 또는 응급실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속대응팀이 처음 꾸려질 때 합류한 이유림 전담 간호사도 경력이 5년이 넘는다. 이 간호사가 지난 2년 동안 생사를 함께한 수많은 환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척추측만증 수술을 했던 15살 학생이다. 수술 후 이틀째 되던 날 가래가 끓고 산소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심정지 10가지 이상 징후 중 2가지가 나타난 것.

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병동 간호사는 신속대응팀을 호출했고, 이 간호사가 가서 직접 학생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한쪽 폐가 흡인돼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였다. 자칫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 학생은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기관 삽관 이후 인공호흡기를 달아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병동 간호사와 신속대응팀의 빠른 판단과 처치 덕분에 심정지까지 가지 않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학생은 이후 항생제 치료 등을 받고 회복해 퇴원했다. 이유림 간호사는 "초기에는 병동에서 신속대응팀에 대해 외부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제는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됐다. 병동 의료진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되고 뿌듯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속대응팀을 운영하기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팀 운영 1년 만에 급성 심정지 환자 수가 4분의 1로 크게 줄었다. 실로 놀라운 성과다.

사실 신속대응팀의 주 근무지는 중환자실이다. 고령화에 따른 중증질환의 증가, 신종플루·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병 재난 등을 거치며 중환자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고대구로병원은 중증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중환자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최적의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진료과별 담당의, 간호사, 약사, 영양사로 이뤄진 다학제 팀이 주 3회 다학제 회의를 진행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김 교수가 직접 만든 고대구로병원만의 독특한 회의, 일명 '중환자실 환자 퇴실 조정위원회'가 열린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담당 간호사, 담당 주치의 등이 함께 모여 환자의 차트를 보며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다.

독특한 회의 '환자 퇴실 조정위원회'

김 교수는 "중환자실은 어느 나라, 어느 병원을 가도 베드가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내려올 때 위급한 순서대로 환자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반대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마치고 일반 병실로 올라가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이런 절차를 결정하는 데는 환자가 속해 있는 과의 주치의와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요일에는 '다학제 다직종 회의'가 있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담당 간호사, 영양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별로 필요한 영양분이 무엇인지, 이를 효과적으로 공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고대구로병원 신속대응팀 전담 의료진과 함께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김남렬 교수(맨 왼쪽).

수요일에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담당 간호사, 약사 등이 참여하는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회의'가 있다. 몇 가지 특정한 약물은 체내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전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다.

현재 고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은 총 76병상으로 외과계, 내과계, 응급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 등 네 파트로 나눠 운영된다. 서울 서부지역 유일한 권역별 응급 중환자실로 지정돼 위급한 환자에게 검증된 시설과 의료진이 안정적이고 질 높은 진료를 제공한다.

중환자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18병실을 추가로 마련했다.

고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은 지난 5년 동안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 덕분에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는 물론 그 결과도 한층 나아졌다. 하지만 김 교수의 목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중환자실을 각 과별로 한 단계 더 세분화해 전문성과 치료의 질, 그리고 효과를 좀 더 높이고,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내과계 인력을 빠른 시일 내에 확충하는 등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꾸린 신속대응팀도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환자의 위험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중환자 전담 전문의로서 떠맡은 숙명이죠."

  • EDITOR: 김경민
  • PHOTO: 김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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