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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

쉼표 같은 여행길 바르셀로나 "서두르지 마,멈추지도 말고~"

구엘 공원 구불구불 긴 가우디벤치에서 본 바르셀로나 풍경.

바르셀로나(Barcelona)는 스페인 제2의 도시이지만 관광지로는 1번지다.
지중해 물결이 넘실대는 이 도시는 과거의 흔적을 품은 구시가와 세련된 신시가가 사이좋게 맞물려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팽창된 바르셀로나는 바둑판 모양으로 착착 가른 블록마다 중앙에 정원을 품은 네모난 도넛 형태의 건물들을 가지런히 이어 붙였다. 건물을 쉽게 허물거나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신시가라 해도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옛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바르셀로나는 일면 가우디와 함께하는 여행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바르셀로나 관광의 필수 코스이니 바르셀로나에 가서 그의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두고 '가우디가 먹여 살리는 도시'라고도 한다.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이라 여겼던 가우디는 기존의 건물과 달리 마치 생명체가 움직이듯 모든 것이 꿈틀대는 집을 지어냈다. 당시 개발 열풍이 한창이던 이 도시는 부자들의 자존심 싸움터였다. 너도 나도 '내가 가장 멋진 집 소유자'임을 과시하고 싶었던 그들에겐 '20세기 미켈란젤로'라 일컫는 가우디가 딱이었다.

가우디 졸졸 따라가는 환상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옥상으로 인정받는 카사 밀라 지붕.

역시나 툭툭 튀어나온 발코니는 해골 같고 실내는 정강이뼈 같은 기둥이 곳곳에서 받치고 있어 일명 '뼈다귀 집'이라 부르는 바트요 씨의 저택도, 단단한 돌집을 일렁이는 파도처럼 우그러뜨린 몸체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옥상'을 이고 있는 밀라 부부의 빌라도, 산자락을 푹푹 파내면 간단하련만 자연을 건드리지 않으려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모자라 나무들을 피해 이리저리 구불대는 구엘 공원도 정말이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건축물이다.

반면 가우디가 생애 마지막 열정을 바친 사그라다 파밀리아(예수, 마리아, 요셉을 의미하는 '성 가족 성당')는 기본 뼈대와 장식 모두를 성경 말씀으로 채웠기에 '돌로 만든 성서'로 불린다. 가우디가 못다 만든 성당은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어제 본 것과 오늘 본 게 다르고 내일 보는 게 다를 성당은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할 예정이지만 이 또한 미지수다. 오로지 기부금과 입장료로 공사비를 충당하기에 관람객은 성당 건축에 돌멩이 하나 얹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걸음마다 발길 붙잡는 람블라스 거리~

가우디가 생애 마지막 열정을 바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자연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 슬쩍 긁어낸 곳을 받치고 있는 가우디의 기둥은 나무를 닮았다.
비둘기들의 아지트인 카탈루냐 광장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활기찬 람블라스 거리의 시작점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활기찬 거리는 단연 람블라스 거리다. 비둘기들의 아지트인 카탈루냐 광장에서 콜럼버스 기념탑이 있는 항구까지 1km가량 쭉 뻗은 이 거리는 차보다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다. 거리 초입, 묵직한 우승컵 모양의 수도는 FC 바르셀로나 축구팀이 우승했을 때 시민들이 축하연을 펼치는 장소다. 수도의 내막을 아는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간다. 이 물을 받아 마시면 바르셀로나에 다시 온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내려오면 꽃시장도 펼쳐지고, 수백 년 전통의 재래시장도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만큼 수북하게 쌓인 싱싱한 과일 코너는 여행자들에겐 비타민 충전소다. 거리 한복판엔 색채 미술의 화가 호안 미로의 작품도 누워 있다. 자신의 고향을 기꺼이 찾아온 바르셀로나 여행자를 환영하기 위해 특별히 붓을 들었다는 미로의 작품은 꼼꼼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밟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끊임없이 스치는 발길에 색이 바래긴 했지만 감히 대가의 원작을 송구스럽게 밟고 지나는 곳은 람블라스뿐이다.

구시가 골목 곳곳에선 거리예술가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람블라스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 행위예술가.

수많은 예술가들이 곳곳에서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 거리 끄트머리엔 콜럼버스 기념탑이 하늘 높이 뻗어 있다. 그 꼭대기에서 콜럼버스가 야심차게 바다를 가리키고 있는 건 이곳이 1492년 신대륙을 다녀온 콜럼버스가 들어온 항구이기 때문이다. 요트가 빼곡하게 들어찬 항구 너머로 펼쳐진 해변은 여름이 훨~씬 지났음에도 바닷물에 풍덩풍덩 몸을 담그거나 웃통 벗고 운동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한낮엔 여름을 좀처럼 놓지 못하는 게 바르셀로나의 가을이다.

가우디 형님에게 밀린 피카소?

람블라스 거리 초입, 묵직한 우승컵 모양의 수돗물을 받아 마시면 바르셀로나에 다시 온 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자전거로 바르셀로나 구석구석 돌며 조목조목 설명을 듣는 여행상 품도 인기다.

람블라스 거리 양쪽으로 뻗어나간 골목골목들은 바르셀로나의 과거를 품고 있다. 바둑판같은 신시가와 달리 늙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들어선 이 골목은 좁고 꼬불꼬불하다. 그런 구시가의 구심점은 대성당. 가우디 성당에 비하면 몇 대를 거슬러 오른 할아버지뻘인 대성당 앞 광장은 이러저러한 벼룩시장과 공연이 심심찮게 열린다.

대성당 인근 골목엔 피카소미술관도 살포시 숨어 있다. 천하의 피카소도 바르셀로나에선 가우디 형님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1963년에 문을 연 미술관은 말라가 출신인 피카소가 파리로 건너가기 전까지 살던 14세기 저택이다. 유년 시절의 습작을 비롯해 초기 작품이 주를 이루지만 방을 옮겨가며 시기별로 달라지는 그의 화풍을 한눈에 엿보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몬주익은 '유대인의 산'이라는 의미다. 그 옛날 스페인 곳곳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우리에겐 황영조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로 익숙한 이 언덕엔 호안 미로 미술관과 스페인 각 지역을 재현해 초스피드로 스페인 전역을 돌아보는 기분을 안겨주는 스페인 마을이 있다.

그 언덕으로 오르는 에스파냐 광장에 놓인 거대한 분수대는 밤마다 환상적인 물쇼를 펼친다.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물줄기는 음악에 맞춰 때론 퐁퐁 솟아오르며 캉캉춤을 추고, 좌우로 살랑대며 트위스트를 추고, 우아한 발레도 선보인다. 그래서일까. 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 물에게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의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늘을 찌르는 콜럼버스 기념탑.
요트가 빼곡하게 들어찬 항구는 1492년 신대륙을 다녀온 콜럼버스가 들어온 곳이다.
밤마다 환상적인 물쇼를 펼치는 몬주익 언덕 밑 분수대.

계절마다, 요일마다 공연시간이 다르지만 일찌감치 온 여행자들은 분수대 코앞에 자리를 잡는다. 무대 코앞이니 VIP석이다. 하지만 늦가을엔 사정이 다르다. 한껏 치솟은 물줄기는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흩날리며 이슬비처럼, 소낙비처럼 관람객의 머리를 적시고 온몸을 적신다. 뭣 모르고 앞에 있다 공연 시작 후 분수대에서 가급적 멀리멀리 피하느라 한바탕 난리를 피운 뒤에야 진짜 명당 자리는 분수대 앞에 길게 펼쳐진 계단 위쪽이란 걸 비로소 알게 된다.

'Sin prisa, pero sin pausa'. '서두르지 마, 그러나 멈추지도 말고'라는 의미다. 스페인의 격언 같은 이 한마디는 어디서든 여행자에게 조금은 느긋해지라 토닥인다. 여행은 마침표 톡톡 찍어가며 사는 삶에 가끔씩 찍어주는 쉼표 같은 것이니까.

Travel Information

람블라스 거리 시작점인 카탈루냐 광장은 공항버스가 오가는 곳이자 바르셀로나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시내버스 집결지로 바르셀로나 여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24번 버스를 타고 'Ctra del Carmel-Muhlberg' 정류장에서 내리면 스페인 내전 당시 격전지였던 카멜벙커(MUHBA Turo de la Rovira)에 오를 수 있다. 해 질 무렵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분수대로 모일 때 바르셀로나 청춘들은 구엘 공원 인근에 있는 이곳으로 몰려든다. 노을 끝에 반짝이는 바르셀로나 야경이 유혹하는 '한밤의 핫 플레이스'인 때문이다.

  • WRITER: 최미선
  • PHOTO: 신석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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