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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A등급 비결?
응급실 체증 줄인 '패스트 트랙'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응급환자에게 응급처치 중인 의료진.

고대구로병원은 지난 2016년 9월 중증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와 의료진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열었다.
연간 7만 명의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이곳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획득한 서울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다. 2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것도 유일하다. 그 비결은 뭘까.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윤영훈 교수에게 들어봤다.

7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한 응급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의식이 없는 중증외상 환자 이송 중"이라는 119 대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응급실에는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도착한 환자의 얼굴엔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60대 여성으로 보이는 환자의 혈압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낮았다. 빠른 처치가 관건이었다.

응급의학과 의사 A씨는 곧바로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삽관을 실시했고,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의사 B씨가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했다. 검사 결과, 심한 폐 손상과 그에 따른 과다 출혈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B 씨가 오른쪽 흉부에 흉관을 삽입하는 동안 기도 삽관을 끝낸 A씨는 곧바로 환자의 왼쪽 흉부에 흉관 삽입을 시작하면서 중증외상팀을 호출했다. 바로 도착한 중증외상팀은 환자의 대정맥으로 굵은 관을 삽입하고 초응급수혈을 시작했다.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흘러나오는 피의 양을 조절하는 동안 다행히 환자의 혈압이 잡힐 만큼 오르고 활력 징후도 안정됐다.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지자 응급실에 있던 이들은 잠시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환자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의 빠른 판단과 처치 덕분이었다.

연간 7만 명 몰려드는데 오히려 '한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증응급환자 진료, 재난 대비·대응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 내 응급의료 관련 업무 외에도 응급의료 종사자의 교육과 훈련 업무와 권역 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되는 중증응급환자까지 수용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35개소가 있다.

서울 유일 A등급 권역응급의료센터 서울 유일 A등급 권역응급의료센터
서울 유일 A등급 권역응급의료센터

서울의 경우 지역에 따라 서울대병원(서북), 고대안암병원(동북), 한양대병원(동남)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고대구로병원은 이대목동병원과 함께 서울 서남지역의 응급의료 업무를 책임진다. 보건복지부가 고대구로병원을 서울 서남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한 것은 2015년 12월이다.

고대구로병원은 지정 이후 약 9개월간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최적의 인프라와 의료진, 시스템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열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수행하는 역할이 막중한 만큼 보건복지부는 매년 전국 응급의료기관 401개소에 대한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실시한다. 법정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와 운영 현황, 기능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평가에서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2018년에는 서울 소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다.

그 비결은 뭘까. 단연 환자의 '짧은 응급실 체류시간'이다. 흔히 응급실을 떠올리면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북적이는 대기실, 밀려드는 환자들로 꽉 찬 간이 병상, 수 시간의 긴 대기시간 등이다. 그러나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내부 모습은 여느 응급실과는 다르다. 연간 7만 명이 방문하는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대기실은 빠른 프로세스 덕에 오히려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처치가 완료된 응급환자는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해당 진료과 전문의가 곧바로 내려와 진료를 보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문중증외상팀, 24시간 응급수술 가능

윤영훈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 도입으로 응급실 체류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영훈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 도입으로 응급실 체류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 트랙 시스템은 전산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담당 전문의들에게 응급환자의 내원을 알리는 일종의 알람(비상연락) 시스템이다. 응급환자가 내원하면 응급실 의료진은 병원 전산을 통해 패스트 트랙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러면 즉시 환자 치료에 필요한 관련 진료과와 유관부서에 응급환자 내원 사실이 알람으로 전달된다. 외상팀, 심혈관센터, 뇌신경센터 등 환자 치료에 필요한 부서가 알람을 받으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곧장 환자를 보러 응급실로 내려온다.

윤 센터장은 "과거에는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해당 진료과에 전화를 걸어 전공의를 내려보내도록 했다. 이런 프로세스를 전산으로 옮겨와 클릭만 하면 곧장 관련 전문의에게 알람이 가도록 시스템을 효율화했다"며 "예를 들어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왔다면 곧바로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알람을 받고 응급실로 내려오는 시스템이다. 전화통을 붙잡고 있어야 했던 인력을 바로 환자 처치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진료제로 전문성도 높였다. 응급실에서 다른 진료과에 협진을 요청할 경우 3~4시간 안에 전문의가 내려와 환자를 직접 봐야 하는 제도다.

이런 프로세스는 숙련된 응급전문인력이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24시간 상주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대구로병원은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총상, 다발성 골절, 출혈 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는 '전문중증외상팀'까지 갖췄다. 외상 전담 전문의를 주축으로 구성된 전문중증외상팀 덕에 24시간 응급수술도 가능하다.

윤 센터장은 "중증외상팀이 꾸려지기 전에는 외상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할 경우 어느 과에서 이 환자를 담당해야 할지를 놓고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외상 환자에 대한 빠른 초기 처치와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서울 시내에 중증외상팀을 따로 갖추고 있는 병원은 몇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신속한 턴 오버(Turn over)'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이들을 빠르게 입·퇴원시켜 응급실 환자 적체를 해결했다. 진료 지원부서와의 긴밀한 협조가 환자를 빠르게 병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왔고, 이를 통해 또 한 번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였다.

"어떤 상황에도 진료 공백 없어야"

가령 입원병동에 병상이 비어 있더라도 응급실에서 이 사실을 모른다면 환자를 병동으로 올려 보낼 수 없다. 기존에는 환자가 병실에서 퇴원하면 이 사실을 병동 간호사가 유선으로 원무과에 알려주고 원무과에서 다시 응급실로 병실이 비었음을 알려주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부분도 전산으로 효율화를 이뤄냈다. 병실이 빌 경우 병동에서 전산으로 입력하면 원무과에서 응급실 환자와 이 병실을 매칭시켜 소요시간을 30분 이상 줄였다.

시스템을 효율화하려면 결국은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무려 10명이나 있다. 응급실에 이처럼 충분한 전문인력을 둔 것은 이른바 '풀 커버'가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일주일, 24시간 전문가가 상주한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의료진의 피로도도 낮아져 과거보다 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간호사 수도 2008년 그랜드 오픈 전보다 3배 정도 늘었고, 응급구조사 인력도 추가로 투입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비상체제로 움직인다.

시설도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과 음압격리실을 확충하며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집중적인 치료 및 관리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에 별도의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을 뒀다.

또 2010년에는 감염병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될 당시 구축했던 음압병실을 별도의 출입구를 갖춘 감염 격리진료실로 확장해 감염병 재난 발생에도 대비했다.

구로구청, 구로소방서, 구로경찰서, 군부대 등 지역 유관기관 및 인근 자치단체 등과 '재난 대응 안전한국 합동훈련' 등 국가 재난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없이 개선 노력을 할 것"이라며 "효율화된 응급실 시스템과 인력운용법 등을 다른 부서에까지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 EDITOR: 이민주
  • PHOTO: 김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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