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어려운 소아암
전조증상 숙지해야 완치율 높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장기가 건강하고, 신체의 자가 복구 능력도 우수해 암 치료 예후가 좋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아암은 더 이상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질환이 되어가고 있다.
암은 성인에게도 큰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어린이가 소아암에 걸리면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소아암은 발병률 자체가 성인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고립감이 더 클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소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항암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항암 치료를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지만, 오히려 소아 환자에게서 약물 부작용이 적게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아암은 더 이상 지나치게 두려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는 질환이 됐다고 한다. 소아암의 발병과 치료에 대해 박준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들어봤다.
소아암은 소아에게 생기는 악성 종양을 의미한다. 소아암은 크게 혈액암과 고형암으로 구분된다. 혈액암은 혈액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으로 백혈병이 대표적이다. 고형암은 몸속 세포 중 일부가 악성으로 변하는 것으로 뇌종양, 신경모세포종 등이 있다. 성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위암, 폐암, 자궁암은 소아에게선 거의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약 4명의 어린이가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 이 가운데 2~3명은 백혈병에 걸린다. 전체 소아암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백혈병이다. 백혈병은 골수에서 혈액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이 생겨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된 것이다. 백혈병 세포는 끝없이 증식해 정상 세포가 자라날 골수 공간을 차지한다. 이렇게 되면 적혈구, 백혈구 그리고 혈소판 수가 줄어들게 된다. 백혈병은 다시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백혈병에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미분화성 백혈병, 급성 혼합형 백혈병이 있다. 만성백혈병의 대표 질환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다. 소아기에 발생하는 백혈병은 대부분이 급성이다. 급성 백혈병은 다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누는데, 소아 환자의 70% 정도가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즉 소아 백혈병의 60~70%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4~6세 소아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생존율이 70%에 이른다.
소아 고형암 가운데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건 뇌암이다. 이외에도 생식선 종양, 골육종, 망막 모세포종, 조직구증 등 여러 질환이 있다. 이런 질환은 수술이나 방사선 및 항암 약물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의학기술 발달로 다양한 첨단 치료법 개발
소아암 환자의 치료율이 높아진 것은 의학기술 발전 덕분이다. 수술기법 자체가 발전한 것은 물론, 다양한 항암제도 개발됐다. 여기에 방사선 치료, 조혈모세포이식술 같은 새로운 치료법도 등장했다.
또 소아암 환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간·골수·폐·심장 등 장기의 기능이 매우 좋다. 그 결과 고용량 항암 치료를 잘 견딘다. 신체의 자가 복구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 또한 소아암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게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소아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백혈병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90%는 여러가지 항암제를 함께 쓰는 '칵테일 요법'으로 완치된다. 문제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에 재발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점. 이를 막고자 과거엔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다만 방사선 치료는 성장장애 등 부작용이 따르고 다른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엔 척수강에 항암제를 주사하는 치료법이 도입됐다. 척수를 둘러싸는 막과 척추 사이에 있는 공간인 척수강에 항암제를 주사하는 치료법이 도입되면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부작용 없이 치료하고 재발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아 백혈병의 30%에 해당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암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를 감별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만약 환자에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 중 하나인 'AML1-ETO' 유전자가 있으면 항암제 치료 효과가 좋다. 이 경우 환자의 70%가 완치된다.
반면 'FLT-3'란 이름의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는 항암제를 써도 치료 결과가 보통 좋지 않다. 다행스러운 건 FLT-3 유전자를 가진 환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면 생존률이 70%라는 것. 조혈모세포는 골수, 혈액, 탯줄에서 발견되는 특수세포로 신체에 항상 일정한 수의 혈액세포가 존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의 첫 단계는 환자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공여자로부터 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환자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찾을 수 있는 조혈모세포 은행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곳에서 환자에게 적합한 조혈모세포를 찾으면 골수, 말초혈, 제대혈 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이식물을 선정해 치료하게 된다.
한편 소아백혈병 원인과 관련해서 잘못된 인식이 있다. 소아백혈병은 부모로부터 유전된다는 속설이다. 물론 소아백혈병 환자 중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소아암은 유전을 통해 부모에게서 전해지는 것은 아니며 가정의 식습관이나 생활환경 등의 요인과도 상관 없다. 소아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소아암 환자 생존율 70% 이상
일부 사람들은 소아암 환자가 성인암 환자보다 병을 견디는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소아암은 성인암보다 오히려 완치율이 높다. 국가암센터 국가암등록 보고서에 따르면 1993~1995년 0세부터 14세 소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5.8%였다. 약 10년 뒤인 2003~2007년에는 72.1%로 껑충 뛰었다.
같은 시기 소아암 발생 1~3위를 차지하는 백혈병, 뇌·중추신경계암, 림프종의 5년 생존율도 10~20% 올랐다. 관련 학회에 따르면 최근의 소아암 생존율은 80%를 상회한다. 소아암이란 병명이 주는 부담감이 상당할 수 있지만 통계에 따른 생존율을 보면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수치다.
소아암 완치율이 성인보다 높은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소아의 경우 성인에 비해 여러 신체 조직의 복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항암 화학요법을 잘 견딘다. 또 항암·방사선·수술·조혈모세포이식술 등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 수혈·조혈모세포촉진제의 적절한 사용, 항생제·항진균제의 신속한 적용 등 의학 발전도 소아암 치료율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소아암의 경우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데 있다. 어린이의 경우 건강 검진이나 위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질병 발생 전 문제를 발견하고 예방할 방법이 거의 없다. 또 소아암은 심부 조직에서부터 생겨 퍼지는 심부 종양이 많다. 눈에 띄는 증상 없이 암이 빨리 진행되는 경우가 흔해 대부분 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다. 소아암이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발현돼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다른 감염성 질환 또는 성장통 등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소아암의 전조증상을 잘 숙지해두는 게 중요하다. 질환이 깊어지기 전 신속하게 진단해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소아암 극복의 최선 방안이다.
백혈병, 원인미상 미열과 고열 지속
소아암 전조증상은 소아암 종류마다 상이하다. 먼저 백혈병은 이유 없는 미열과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자주 아프고 창백하며 코피가 자주 나고 온몸에 멍이나 출혈반이 생기기도 한다.
골종양은 키가 크는 사춘기 청소년에 많이 생기는데, 자녀가 지속적으로 한쪽 골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반드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주물렀을 때 통증이 줄어든다면 성장통일 가능성이 크다.
신경모세포종은 발열, 전신쇠약, 눈 주위 멍, 복통이나 복부팽만, 장기간 낫지 않는 설사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반복되며 점차 악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림프종은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림프절이 줄지 않고 점차 커지며 발열이나 체중감소 등 전신적인 이상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소아암 치료 인프라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대한소아뇌종양학회 등 소아암과 관련한 유관학회를 중심으로 의료기관마다 동일한 치료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다. 치료법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즉각적으로 공유도 이뤄진다. 주변 어떤 의료기관을 찾아도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셈이다. 국내에서 소아암 치료를 보는 전문의가 많지 않은 만큼 정보 공유나 협업이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일 소아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면 된다.
- EDITOR: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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