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종·다발골수종,
첨단 의학으로 '완치 희망' 커진다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대식 교수.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은 백혈병과 함께 3대 혈액암에 속한다. 림프종은 림프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전체 암 가운데 발생률 10위에 해당한다. 다발골수종은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돼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혈액암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증상과 치료법은 각기 다른 두 질환에 대해,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대식 교수에게 물어봤다.
림프종은 림프조직의 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돼 과다증식해 생긴다. 이때 림프조직은 목, 겨드랑이, 종격동(양쪽 폐 사이), 복부, 사타구니 등에 존재하는 림프절과 비장, 흉선, 편도 등의 조직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림프조직은 전신에 걸쳐 분포하기 때문에 림프종은 몸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으로 나뉘는데, 국내 환자의 90% 이상이 비호지킨림프종에 해당한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다시 B세포림프종과 T세포림프종으로 구별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은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 35.1명, 호지킨림프종은 2.6명이다. 비호지킨림프종 발생률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높아지지만 호지킨림프종은 20~30대 초반과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림프종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대식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 유전질환, 자가면역질환, HIV 감염이나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면역결핍, 특정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 등이 림프종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림프종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인불명의 악성종양 림프종, 자가진단 금물
림프종 발생 초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가장 흔한 것은 림프절이 커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감염이나 염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림프절이 커질 수는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커지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며 "림프종은 림프절 외 다른 장기도 침범할 수 있는데, 이때 어느 장기를 침범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신 증상으로는 발열, 발한 및 체중 감소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했듯 림프종은 증상이 아예 없거나 나타날 경우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여 자가진단이 쉽지 않다. 따라서 림프절이 커진 상태가 지속되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열, 발한이 상당기간 나타나는 경우, 또는 체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경우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림프종이 위나 장 점막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적인 위·대장내시경 검사가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림프종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림프절 전체를 절제해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할 수 있다. 간혹 세침 흡인 검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림프종의 경우 세침 흡인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 및 세부 타입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면역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 결정
림프종 치료 방법은 종류와 병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면역화학요법을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맞게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사용한다"며 "이 가운데 혈액내과에서 진행하는 핵심적인 치료는 면역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이라고 설명했다.
면역화학요법에는 전통적인 항암치료로 알려진 세포독성 항암제뿐 아니라 최근 널리 사용되는 표적치료제도 사용할 수 있다. 림프종에서는 B세포림프종의 세포 표면 단백 중 하나인 CD20을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인 리툭시맙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최근 그 외 다양한 표적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도 악성림프종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최근 혈액암·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을 증축 오픈해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 시간이 줄어들었다. 환자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림프종 치료 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건 감염 발생이다. 림프종 자체 또는 치료제 사용으로 인해 환자는 상당 기간 면역저하 상태에 놓인다. 이 경우 감염 위험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 문제를 예방하고자 예방적 항생제 및 백혈구 촉진제 투여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의 경우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림프종 치료 과정에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로 감염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림프종 치료 환자의 경우 사용하는 약제의 부작용으로 말초신경염이나 장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증상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조절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오심, 구토, 점막염, 설사, 탈모, 불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예전보다는 빈도나 중증도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세간에는 "나이가 들어서 발생한 림프종은 천천히 진행하므로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속설이 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명백히 잘못된 정보"라며 "일부 림프종이 천천히 진행해 바로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러나 모든 림프종이 그런 성격을 보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며 "거짓 정보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림프종 진단을 받은 경우 담당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을 듣고 서로 상의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한약이나 건강식품을 섭취하려 할 경우에도, 특정 성분이 림프종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 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김 교수가 림프종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완치에 대한 환자의 희망과 의지다.
김 교수는 "모든 암이 그렇듯 림프종도 완치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고형암과 달리 면역항암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여러 표적치료제와 세포치료제 등을 통해 치료 성적과 생존 기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 림프종 환자는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합병증 많은 다발골수종, 적절한 치료로 삶의 질 개선해야
다발골수종은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악성으로 전환해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다발골수종의 암세포는 정상적인 항체 대신 비정상 단클론단백(M 단백)을 분비하며, 이로 인해 뼈 병변, 통증, 빈혈, 신장 기능 이상, 고칼슘혈증 및 감염 같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다발골수종 유병률은 10.7명으로 전체 암의 0.6%에 해당한다. 다발골수종은 젊은 나이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40대부터 발생률이 증가해 70대에 가장 많은 빈도로 발생한다.
다발골수종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방사선, 화학물질(농약, 살충제, 벤젠 등), 유전적 요소 등이 발병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이러한 요인과 다발골수종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뚜렷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발골수종 치료의 기본은 면역항암치료다. 또한 환자의 나이와 상태 등을 고려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관해유도항암치료를 통해 부분관해 이상의 반응이 나타나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추가로 시행한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이식 후 재발률을 낮추고자 유지항암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후 재발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고, 질병이 다시 진행된다면 2차 항암치료를 통해 질병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은 복잡한 발생기전을 가지고 있어 특정 표적치료제만으로는 완치에 이르기 어렵다. 또 종양의 돌연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해 처음에는 효과가 좋던 약제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곤 한다.
또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다발골수종의 대표적 합병증으로는 골절 및 뼈 통증을 들 수 있다. 또 폐렴, 대상포진, 신기능 장애, 피부발진 같은 알레르기 반응, 혈전증, 말초신경염 및 심부전 등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현재 이 부분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위해 반복적으로 면역항암치료를 받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과정에서 지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상당히 저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지만, 다른 어떤 암보다도 빠른 속도로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CAR-T 세포치료제가 국내에서 허가돼 재발성,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하면서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가져도 좋겠다"고 말했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