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골수증식종양,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근본적 치료 가능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암·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은 국내 최고 수준의 무균청정 병동으로 평가받는다.
골수증식종양은 혈액을 생산하는 줄기세포의 유전자 변화에 의해 골수에서 혈액 세포를 과도하게 생성해 발생하는 만성 혈액질환이다. 인구 10만 명 당 4~6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혈액질환이지만, 최근 10년 사이 발병율이 3.8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질환 치료법 가운데는 골수 이식으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이식이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혈액암·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 수준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을 자랑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철원 교수를 만나 골수증식종양과 조혈모세포 이식에 대해 알아봤다.
골수증식종양은 골수의 활발한 활동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질환이다. 진성적혈구증가증, 본태성혈소판증가증, 골수섬유증 등 3가지 질환으로 구성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철원 교수는 "이 3가지 질환은 치료 방식이나 예후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혈액 세포 증가로 인해 혈전증, 출혈 같은 합병증이 생기고 이후 이차적인 골수섬유증 혹은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골수증식종양 발생에는 유전적 변화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JAK2 유전자다.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 95% 이상, 본태성혈소판증가증 및 골수섬유증 환자 절반 이상에서 이 변이 유전자가 검출된다. 이 변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살아가면서 획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어떤 요소가 이러한 변이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분명히 알 수 없다.
혈액질환 예방? 건강한 생활습관 필수, 흡연은 절대 NO!
골수증식종양 환자들은 어떤 음식물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골수증식종양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입증된 식이 요법은 없다. 다만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패스트푸드 같은 가공 식품이나 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의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또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과일, 채소, 견과류, 통알곡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 교수는 "골수증식종양 환자의 경우 비장 비대와 체중 감소가 동반될 수 있어, 적은 양의 음식물을 여러 번에 걸쳐 자주 섭취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골수증식종양 환자에게 또 필요한 것은 생활 습관 관리다. 특히 진성적혈구증가증과 본태성혈소판증가증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혈관합병증 예방이므로, 심혈관 위험 인자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적절한 운동과 식이를 통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예방하고, 만약 발생한 경우 수치를 개선해 정상범위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은 동맥혈전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위험인자인만큼 골수증식종양 환자들은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의료적 치료법으로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있다. 조혈모세포 혹은 조혈줄기세포는 피를 만드는 근본이 되는 세포로 자기 복제가 가능하고 여러 혈액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혈액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병든 조혈모세포를 건강한 조혈모세포로 바꾸는 것이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최 교수는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빈혈과 같은 질환이 모두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이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크게 동종이식과 자가이식으로 나뉜다. 동종이식은 조직형이 일치하는 형제 혹은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아 시술하는 것이다. 자가이식은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미리 뽑아 놓았다가 고용량의 항암제 투여 후 다시 투여받는 것을 의미한다. 동종이식의 경우 조직형이 완전히 일치하는 공여자로부터 이식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재는 부분 일치 또는 반일치하는 공여자를 이용한 이식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국내 최고 수준의 무균청정 조혈모세포 이식 인프라 보유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을 살펴보자. 급성백혈병을 예로 들면, 백혈병 진단 후 관해유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완전 관해 상태, 즉 검사에서 암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만든다. 이후 조직형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공여자를 찾아 이식을 준비하는데, 이식의 첫 단계는 '전처치' 시행이다.
전처치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이용해 환자(수여자)의 골수를 비움으로써 주입하는 조혈모세포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하고, 남아 있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다. 전처치를 하면 환자의 면역이 억제돼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거부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 전처치 이후 공여자에게서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데, 이때는 수혈과 같은 방법으로 중심정맥관을 통해 주입한다.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이식편대숙주 반응과 감염 같은 합병증 발생이다. 이식편대숙주 반응은 공여자의 림프구가 수여자의 정상적인 몸을 타인으로 인식해 공격하기 때문에 생긴다. 이때 주요 타깃이 되는 것은 피부, 간, 장 등이다.
감염 위험은 이식 거부반응을 예방하고자 투여한 면역억제제의 영향으로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조혈모세포 이식은 양압 시설을 갖춘 병실에서 진행해야 한다. 이밖에도 주입한 조혈모세포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생착 실패, 간정맥폐쇄병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도 있다. 최 교수는 "이식편대숙주 반응과 감염은 무서운 합병증이지만,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때는 이런 합병증을 막기 위한 각종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는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2008년 오픈한 고려대 구로병원 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은 동종 및 자가이식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 혈액암·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으로 확대·이전함으로써 국내 최고 수준의 무균청정 병동으로 거듭났다. 이곳에서 최 교수를 비롯해 김대식, 유은상, 전민지 교수까지 4명의 혈액내과 전문의가 합심해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은 악성 혈액질환의 최종적 치료 수단이다. 그 결과가 대부분 성공 혹은 실패로 양분되기 때문에 의료진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조혈모세포 이식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이유로 '협업'을 꼽기도 했다.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에 있는 훌륭한 의료진과 함께 환자를 돌본다. 조혈모세포 이식 간호에 숙련된 이식 병동 간호사들이 정성스러운 간호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대 구로병원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암·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에는 1인실 6병실, 4인실 5병실 등 총 26개병상이 있다. 1인실에는 동종 및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4인실에는 혈액암의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는 환자가 각각 입원한다. 최 교수는 "혈액암 환자의 진단부터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에 이르는 과정은 운동 경기로 비유하자면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과 같다. 긴 여정 동안 여러 문제점이 동반될 수 있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치료에 성공하면 그동안 사용하던 약제를 모두 중단하고 예전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부를 걸어볼 가치가 충분한 시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과 함께 완치라는 목표를 세우고 서로를 믿으며 치료에 전념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 확신한다"며 "고려대 구로병원 조혈모세포 이식팀은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철원 교수가 설명하는 골수증식종양의 증상과 치료
"원인 알 수 없는 혈액질환, 적절한 치료로 삶의 질 개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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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적혈구증가증
진성적혈구증가증은 보통 60세 이후에 발생하지만 때로는 40세 이전에 진단되기도 한다. 남성 환자가 많은 편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적혈구를 포함해 혈액 세포가 과다 증식하는 질병이라 혈액 증가로 인해 안면홍조, 두통, 어지럼증, 시야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려움증도 발생하는데, 특히 목욕이나 샤워 후 악화한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95% 이상에서 JAK2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다. JAK2 유전자는 거의 모든 혈액 세포에 존재하면서 다양한 조혈촉진인자에 반응하기 때문에 적혈구뿐 아니라 백혈구와 혈소판도 같이 증가한다. 검사치에 따라 적혈구용적률을 40~50% 사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번에 250~500cc의 혈액을 반복적으로 제거하는 사혈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별한 금기 사항이 없는 한 혈전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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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성혈소판증가증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은 보통 50대 이후에 진단된다. 골수에서 혈소판이 활발하게 생산돼 100만 개를 넘어가는 특징이 있으며,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환자는 무증상에서부터 두통, 어지럼증, 시야 장애, 그리고 손발이 붉게 변하면서 생기는 작열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드물지만 혈소판 수가 극도로 상승하면 코피를 비롯한 출혈 증상도 나타난다.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은 진성적혈구증가증과 마찬가지로 혈관 합병증 예방이 중요한 치료 목표다. 혈전증 발생 위험도가 낮은 나이, 즉 60세 이하이면서 혈전증 병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경과 관찰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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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섬유증
골수섬유증은 용어 그대로 골수가 섬유화되는, 즉 '뻑뻑'해지는 질환이다. 섬유화로 인해 혈구감소 혹은 증가, 체중 감소, 발열, 야간 발한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비장 비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질병 자체가 암은 아니지만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고, 다양한 증상 때문에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치료가 필요하다. 예후와 위험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데, 별다른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 환자의 경우 투약 없이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백혈구 수를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제는 하이드록시유레아로, 약 40%의 환자가 투약 후 비장 크기가 감소하고 뼈 통증이 호전되는 효과를 보였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