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신생아,
최첨단 집중 치료로 안전하게 지킨다
임신 주수가 다 차기 전 태어난 미숙아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는 아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첨단 의료 서비스가 24시간 제공된다.
국내 출생아 수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 수가 급속히 줄어드는데 분만을 전후한 사망도 끊이지 않는다. 2020년 국내에서 임신과 출산 관련 합병증으로 숨진 산모는 출생아 10만 명당 11.8명에 이른다. 영아 사망률 또한 1,000명당 1.5명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 개소부터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는 허주선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치료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Neonatal Intensive Care Unit)은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미숙아와 출생 당시 몸무게가 2.5kg 미만인 저체중 신생아를 비롯해 다양한 고위험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는 곳이다. 심장 이상 등 선천성 질환을 가진 신생아도 전문적으로 돌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고령 임산부와 다태아가 증가하면서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졌다. 그 결과 신생아 집중치료실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운영상 어려움 등의 이유로 설치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아 현재 병상 수는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은 모두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몸담은 의료진들은 각 지역에서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에게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저출생 시대, 중요성 더 커진 신생아 치료 인프라
고위험 신생아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산달을 채우지 못하고 나온 미숙아의 경우 일찍 태어난 영향으로 여러 장기와 신체 기관이 덜 성숙한 사례가 많다. 폐와 뇌 등 생명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기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면역체계와 호르몬 기능 또한 완전하지 못하다 보니 건강상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때로는 임신 주수를 다 채우고 태어났지만 황달 등의 증상 때문에 고위험 출생아로 진단되는 아기도 있다. 이런 신생아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뇌 세포가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난 미숙아의 경우, 취약한 세포를 중심으로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측뇌실 부위 혈관이 다 발달되지 않아 해당 부위에 뇌출혈이 생기기 쉽고, 허혈성 뇌 손상인 뇌실 주위 백질연화증도 발생할 수 있다.
폐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면, 폐표면활성제 부족으로 인한 호흡곤란이나 무호흡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포가 완전히 형성되기 전 출생한 아기는 적은 수의 폐포로 호흡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산소 및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다. 이 치료를 받다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에 의한 손상이나 압력 손상이 발생해 기관지폐이형성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치료만 하면서 경과를 신중히 관찰해야 한다.
출생 시 망막 혈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미숙아의 경우, 혈관형성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면 심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기적인 안과 검진 및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미숙아는 면역학적으로 감염에 취약하고, 전해질 및 칼슘 등의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즉 미숙아 치료는 24시간 동안 아기를 지켜보며 고도로 집중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다.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고위험 신생아 치료 인프라의 존재감은 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허주선 교수는 "일부 산모는 고위험 신생아 치료시설에 아이 치료를 전면적으로 맡기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신생아치료실에는 의료 역량과 소명의식을 가진 의료진이 배치돼 있으니 믿고 맡겨주길 바란다"고 했다.
미숙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환을 제때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뇌 손상을 확인하는 수단은 뇌 초음파다. 출생 후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뇌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반복 시행하며 관찰한다. 이상이 발견되면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폐와 장 상태를 파악할 때는 방사선 촬영과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 및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활용한다. 이 밖에 신생아의 모세혈관액을 채취해 일반혈액, 전해질, 응급가스혈액 등을 분석하는 검사도 실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해질 이상 및 빈혈 여부를 파악하고, 주기적 안과 검진으로 미숙아 망막증 유무를 확인하게 된다.
미숙아 출생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낮은 사회경제적 여건, 16세 미만이거나 35세 이상인 나이, 오랜 기간 서 있거나 물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활동, 급성 또는 만성 질환, 다태아, 과거 미숙아 분만 경험, 자궁기형이나 전치태반, 임신성 고혈압이나 임신성 당뇨 등 산과적 질환 등이 미숙아 출생에 영향을 미친다.
미숙아는 대부분 출생 이전에 미숙아 출생이 예견된다. 이 경우 산모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된다. 출생 직후부터 아이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24시간 관리하며 맥박,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체온조절이 어려운 아이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활하게 된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발달로 신생아 체온 및 주위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인큐베이터가 개발됐다. 인큐베이터를 통해 아이의 산소포화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큐베이터 치료는 보통 신생아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중단하지만, 아이 상태에 따라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미숙아는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어려워 정맥 주사 또는 경관으로 영양을 공급받는다. 호흡곤란이나 무호흡 증상이 있을 때는 산소를 공급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기도 한다. 빈혈이 심하면 수혈을 하고, 전해질 이상 시에는 이를 교정하는 치료를 하는 등 아이가 엄마 자궁 속에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한 섬세한 주의를 기울인다. 미숙아는 면역학적으로 미성숙된 상태라 세균 및 진균,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 있어 감염 관리에도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안암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 인력 충원으로 더 좋은 치료 환경 구축
고려대 안암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실은 병원이 소재한 서울 성북구뿐 아니라 경기 북부 의정부 일대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환자를 소화하고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로 지정된 이후 환자 수가 더욱 늘었다. 현재 병상 가동률은 75% 정도다. 최근 병원 차원에서 많은 지원도 이뤄졌다.
환아의 신경회로를 인지해 호흡을 돕는 명령을 작동하게 하는 자동형 벤틸레이션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비침습적 신경보정 환기보조기(NAVA) 장치는 아이의 자발 호흡을 도울 수 있는 최신 의료기기다. 이 외에도 뇌파를 24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비가 최근 추가 도입됐다. 허 교수는 "향후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실 발전을 위해 공간 확장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병상 가동률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지금보다 넓은 공간이 확보되면 좀 더 쾌적한 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줄고 있고,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호사 인력도 전국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고위험 신생아 의료 인프라가 유지되는 비결로 "동료 의료진의 헌신"을 꼽았다. 병원에서도 최근 입원전담 전문의를 배치해 인력을 충원해줌으로써 힘든 현장에 큰 힘을 더해줬다고 한다. 허 교수는 "고위험 신생아와 산모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동료 의료진과 함께 앞으로도 좋은 치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EDITOR: 박정연
- PHOTO: 박해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