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난치병 환자,
전문 의료진의 집중치료가 필요한 이유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상 교수.
최근 조혈모세포 이식은 혈액암의 근본적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아·청소년 암환자의 경우, 혈액암 외에도 각종 비암성 질환 및 고형암 치료에 조혈모세포 이식이 사용된다. 이 경우 혈액종양내과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 전문의가 치료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17년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 이은상 교수를 중심으로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작해 현재 우수한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다.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이은상 교수를 만나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 기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조혈모세포란 골수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여러 혈액 세포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다. 성인 환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받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3대 혈액암이라고 하는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이나 골수증식종양 치료 목적으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게 보통이다. 반면 소아의 경우 혈액암은 물론 골수부전, 면역결핍, 선천성 혈액 또는 대사질환 및 고형암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질환의 완치를 목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시행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상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과정도 복잡하다. 성인 환자가 감당하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잘 진행할 경우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하려면 전문 의료진의 섬세한 진료와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할 수 있는 신체조건 만드는 '전처치'
조혈모세포 이식은 크게 자가이식과 동종이식으로 나뉜다. 자가이식은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하다. 동종이식을 할 때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을 공여자를 찾는 것부터가 큰 과제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면역형이 일치하는 형제 정도만 조혈모세포 공여자가 될 수 있었다. 최근엔 의학기술이 발전해 혈연 관계가 전혀 없거나 면역형이 일부만 일치하는 가족도 공여자가 될 수 있다. 그 덕에 조혈모세포 이식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공여자가 결정되고 나면 환자(수여자)는 항암제와 전신 방사선치료 등을 통한 '전처치' 절차를 거친다. 이 교수는 전처치를 밭농사에 비유해 설명했다. "무성한 밭에는 아무리 씨를 뿌려도 작물이 자라기 어렵다. 농사를 짓기 전 땅을 고르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전처치"라는 것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전 시행하는 전처치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 첫째 골수 내에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생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둘째 환자의 면역을 억제하는 것, 셋째 체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이때 면역을 억제하는 이유는, 환자 몸이 새로 주입하는 조혈모세포를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3~4세 이하 어린 환자의 경우 전신 방사선 치료를 할 경우 장기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어 가급적 다른 방법으로 전처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전처치에는 보통 1주일 정도가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의료진은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수집한다. 과거에는 그 방법이 매우 복잡했다. 공여자가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가면 의료진이 공여자 골수에 직접 바늘을 꽂는 과정을 반복해 필요한 만큼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했다. 최근에는 골수를 자극하는 약제를 투여한 후 마치 헌혈을 하듯 말초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분리해 얻는 이른바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집술'이 개발돼 공여자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줄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요즘은 많은 의료기관이 공여자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채집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공여자 몸에 반환하는 성분 헌혈 방식으로 조혈모세포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전처치와 조혈모세포 채집이 끝나면 본격적인 이식이 시작된다.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환자 혈류에 주입한 뒤엔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환자 골수로 이동해 건강한 혈액 세포를 생성해내는지 경과를 관찰한다.
다학제 진료로 어린이 환자 회복 돕는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엔 감염을 비롯해 이식편 거부와 이식편대숙주병 등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암환자의 경우 재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특히 소아의 경우 성인 환자와 다른 특수성이 있는 만큼,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및 다양한 외과 계열 전문의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식 전처치에 도움을 주는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까지 여러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를 통해 소아 환자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교적 장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 환자가 학업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병원 학교와 사이버 학교도 운영한다.
소아암 환자 및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게 하고자 적절한 사회복지 지원을 연계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목표는 환자의 완치"라며 "2017년 관련 치료를 시작한 뒤 현장에서 수많은 어린이가 건강하게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희망을 갖고 의료진과 함께 치료에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상 교수에게 듣는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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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에 걸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통상적으로 전처치에 1주일 내외가 소요된다. 환자 몸에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면 일반적으로 4주 이내에 생착한다. 제대혈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착 기간이 오래 걸려 6주가 걸리기도 한다. 생착이 잘 이뤄지고 환자가 합병증 없이 회복했을 때 퇴원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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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환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나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
치료받기 전의 일상 생활로 문제 없이 복귀하는 환자도 많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식 전문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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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의 성공률과 이후 생존율을 알고 싶다.
환자 상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일반화해 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최근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기회가 확대되고 있고, 치료 성적 또한 괄목할 정도로 향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경우 2017년부터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든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생착이 이뤄졌다. 치료 환자 중 90% 이상이 현재까지 생존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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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이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비결은 뭔가.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은 매우 전문적인 시술로, 병원의 첨단 인프라와 의료진의 실력 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에 최적화된 설비를 갖췄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원활히 소통하며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를 치료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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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을 앞둔 환자와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보호자들께, 지금까지 환자를 돌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술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자녀가 이식술의 대상자가 된 건 분명히 완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 의료진이 바라는 것과 보호자가 원하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다. 의사로서 아이가 아프기 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