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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CAR-T 항암치료센터에서
난치성 혈액암 치료의 새 길을 연다

박용 교수 사진(1)

CAR-T항암치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내과 박용 교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유도하는 4세대 항암제는 한번 몸에 넣으면 자체 증식하며 계속 암세포를 공격한다.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만 아니라 암 재발도 방지한다. CAR-T 세포치료제도 이 같은 원리로 작용한다. CAR-T 세포치료제를 이용한 암 치료가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본격 시작됐다. CAR-T 항암치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내과 박용 교수를 만나 첨단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암 치료의 역사는 항암치료의 발전과 함께 이어져왔다. 1949년 최초의 항암제인 메클로에타민이 개발된 이래 1세대 항암화학요법은 다양한 약제가 개발되면서 지금까지도 항암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포독성 항암제는 정상 세포도 공격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문제가 됐다. 이후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표적에 결합해 암을 공격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가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고형암에는 효과가 크지 않고, 항암제 내성을 보이는 등의 한계가 뒤따랐다.

1, 2세대 항암제는 과도한 부작용과 좁은 적응증이라는 단점이 있었는데, 특정 표적에 작용하는 면역세포가 아닌 인체 면역 조절장치인 면역관문을 조정하는 약제, 흔히 면역관문억제제로 불리는 제3세대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항암치료는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4세대 항암제는 '살아 있는 약물'

그런 가운데 백혈구 속의 T 세포를 채집해 몸 밖에서 배양한 뒤 다시 주사하면 암세포를 죽이는 CAR-T 세포치료제가 개발됐다. 4세대 항암제로 분류되는 이 치료제는 한번 주사하면 자체 증식을 통해 계속 암세포를 공격하기에 '살아있는 약물', 또는 '암세포의 연쇄살인마'라고도 불린다. CAR-T 세포치료제가 나오면서 난치성 혈액암 치료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박용 교수는 "암을 죽일 수 있는 면역세포를 직접 만들어서 환자의 몸에 주입하자는 개념으로 개발된 것이 CAR-T 세포 치료"라며,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기존 치료 불가능한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치료법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CAR-T 세포치료에서 면역체계란 무엇인가.

"면역체계란 미생물, 기생충 암세포와 같은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피부, 점막 등은 병원균을 차단하는 1차 방어벽인데, 여기가 뚫리면 백혈구가 2차로 방어한다. 2차 방어체계는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뉘며,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식세포와 자연살해 세포는 우리 몸으로 들어온 병원균을 즉시 공격한다. 림프구는 후천면역을 담당한다. 림프구는 병원균을 공격하면서 그 특징을 기억했다가 다시 만나면 더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 림프구는 T 세포, B 세포, NK 세포로 나눠진다. T 세포는 암을 공격하는 정상세포다. 선천면역 세포가 인체에 침입한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1차로 공격한 뒤 획득한 정보는 대식세포(세포 찌꺼기, 이물질, 미생물, 암세포,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을 삼켜 분해하는 세포)를 통해 림프구에 전해지고, 이 정보를 받은 T 세포는 2차로 암세포를 공격한다. 하지만 암세포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T 세포를 속이거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면역 회피 능력이 있는데, 이를 통해 인체의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B 세포는 항체를 분비해 항원을 제거하며 T 세포와 함께 면역을 담당한다. B 세포는 세포 표면에 B 세포 수용체(B Cell Receptor: BCR)가 있다. 이 BCR은 B 세포가 특정 항원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하며, 항체 면역 반응을 시작하게 한다."

CAR-T 세포에 대해 설명해 달라.

"CAR-T 세포란 환자의 T 세포에 CAR(키메릭 항원 수용체,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유전공학적으로 발현시켜 암세포를 인식하고 살해 능력을 극대화한 세포다. T 세포와 B 세포 모두 면역 반응을 관장하지만 작용하는 항원이 다른데, T 세포는 항암 면역 반응에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B 세포는 암 항원에 대한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 T 세포에 B 세포의 수용체를 유전공학적으로 삽입해 만들어낸 것이 CAR-T 세포다. 정상 세포처럼 위장한 암세포도 찾아낸다. T 세포에 내비게이션을 부착한 세포라고 생각하면 된다."

CAR-T 세포 치료 과정과 기전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T 세포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다. 먼저 백혈구 성분채집술이라는 과정을 통해 혈류에서 수집된 T 세포에 바이러스를 이용한 형질도입 기법으로 CAR 유전자를 주입해 CAR-T 세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CAR-T 세포를 배양해 대량으로 증식시키고, 충분한 수가 확보되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환자에게 주입된 CAR-T 세포는 몸 전체를 돌며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고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CAR-T 세포가 복제되는데, '살아있는 약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환자의 몸속에 있는 CAR-T 세포는 암세포를 사멸시킨 뒤에도 장기간 지속되는 면역력을 제공해 암 재발을 막는다. CAR-T 세포의 생산 기간은 세포 수나 질, 환자의 이전 항암치료 등에 따라 4~8주 정도 걸린다."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법

세포 연구 사진
CAR-T 세포 치료가 가능한 암 종류는 무엇이며, 환자는 어떻게 선정하는가.

"CAR-T 세포 치료는 혈액암 일부에서만 시도되고 있다. 미국 FDA에서는 6개의 치료제에 대해 허가하고 있다. 대부분 적응증은 B 세포에서 기원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이다. 국내에서는 두 종류의 치료제가 허가돼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B 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 치료에 허가된 '킴리아'만 쓰이고 있다. 치료 대상자는 림프종, 백혈병, 다발골수종을 진단받고 기존의 표준 치료에서 효과가 없거나 재발한 경우에 치료 적합성 검사를 통해 선정한다."

이 치료의 효과와 장점은 무엇인가.

"임상 연구에 따르면 CAR-T 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의 39.1%가 완전 관해에 도달했고, 2년 후 무진행 생존율은 33%였다. 국내 치료 성적에서도 10명 중 8명이 치료에 반응했고, 장기 생존율도 30%에 달했다.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했던 불응성·재발성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 것이다. CAR-T 세포는 반감기 없이 몸 안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단 1회의 투여만으로 암 치료가 가능하다. 보통 일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다. 또한,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보이는 구토, 탈모와 같은 부작용이 없으며, 기존 항암제보다 암 조직을 효율적으로 없앨 수 있다."

이 치료의 부작용과 단점은?

"CAR-T 세포가 몸 안에 들어가 암세포를 맞닥뜨리게 되면 갑자기 활성화된다. 이 과정이 빠르고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사이토카인 분비 증후군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고열, 근육통, 낮은 혈압과 호흡 부전을 보일 수 있다. 이 증후군이 심하면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환자의 의식 저하를 수반하는 신경독성 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암세포가 갑자기 없어지면서 그 안에 있는 물질이 혈관 안에 다량으로 노출돼 신기능을 손상시키는 종양 용해증후군도 부작용이다. 그 외에도 지속적인 혈구 감소나 감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CAR-T 세포는 자신의 T 세포로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생산하는 것이 어렵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CAR-T 세포 치료 자체가 불가할 수 있다. 치료비용이 큰 것도 단점이다."

이 치료제를 좀 더 빨리 사용할 수는 없나.

"빨리 치료를 시행했다고 해서 가장 좋은 치료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기존에 남아있는 치료방법으로도 60~70%의 완치율을 보이는데, CAR-T 세포 치료를 이보다 앞서 했다고 해서 기존 치료만큼 효과적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연구된 바가 없다."

"가족을 치료하는 마음으로 운영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올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아 CAR-T 항암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치료법이지만 첨단 인프라 등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소수의 병원에서만 치료법 적용이 가능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CAR-T 항암치료센터에서는 혈액내과,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이 다학제 협진을 통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박용 교수 사진(2)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내과 박용 교수.
CAR-T 항암치료센터장으로서 센터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게는 CAR-T 세포 치료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또 CAR-T 항암치료센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치료의 끝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의학적인 프로세스와 표준작업절차에 따라 치료를 진행하되, 심적으로 지친 환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따뜻한 분위기 속에 치료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가족을 치료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겠다."

CAR-T 항암치료센터 허가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CAR-T 세포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에게서 추출한 T 세포를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 전에 적절한 냉동 포장 처리를 해야 한다. 냉동 포장 처리 과정은 완전 무균 공정으로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반드시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도록 정해져 있다. 또 GMP 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인력 등 첨단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한, CAR-T 세포 치료제를 제공하는 제약회사와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다학제 협진은 어떻게 진행되나.

"혈액내과와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를 선별해 CAR-T 세포 치료를 결정하고, 그 다음 진단검사의학과는 T 세포를 추출해 외국으로 반출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후 CAR-T 세포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중환자의학과와 협진해 치료한다. 또한 이 치료에 특화된 전문 간호사도 충분히 확보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CAR-T 세포 치료에 대한 연구와 발전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

"지금 연구는 B 세포의 항원을 표현하는 혈액암으로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고형암 쪽으로도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 FDA가 승인한 CAR-T 세포 치료제만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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