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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

홍해 문명 기행 크루즈로 즐겨보는
'인디애나 존스' 로케 현장

프랑스 남부 아비뇽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 항구에 인접한 해변에서 바라본 풍경.
이 해변은 홍해 크루즈 여행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바다다.
바다 속 해조류 때문에 가끔씩 물빛이 붉은빛을 띠기에 '홍해(Red Sea)'로 불린다. 그러나 실제로 가 보면 투명한 물빛은 에메랄드 보석 같다. 홍해 연안은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가 밀집돼 있다. 이집트 룩소르 신전과 요르단 페트라 유적,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관문을 한번에 둘러보는 데는 '홍해 크루즈' 여행이 제격이다.

야외 박물관 같은 문명의 발상지

홍해 동쪽은 중동국가들이 자리잡은 아라비아 반도, 서쪽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약 2㎞에 이르는 이 바다를 둘러보는 홍해 크루즈는 주로 겨울 시즌에 출발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여름은 너무 덥기 때문이다. 11월에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한다.

항공편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한 후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 항에서 크루즈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이집트 고대문명 탐방으로 시작한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기독교의 주요 성지순례지이기도 하다. 먼저 카이로에서는 모세기념 교회, 성모마리아와 요셉이 피난했던 성가정피난성당도 돌아볼 수 있다.

핫셉수트의 장제전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핫셉수트의 장제전.

사파가 항구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왕조의 종교적 수도였던 룩소르를 찾아갈 수 있다. 고대의 무덤과 사원이 장엄한 사막과 나일강과 어우려져 있는 룩소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이다. 룩소르는 '테베'로 불린 상 이집트 왕국시대 수도였다. 한때는 인구 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

룩소르에서는 세계 최대 신전으로 꼽히는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 이집트의 유일한 여성 파라오 '핫셉수트의 장제전'(죽은 왕의 영혼을 숭배하는 곳), 아멘호테프 3세의 장제전을 지키는 '멤논의 거상'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카르나크 신전은 이집트 전성기를 이끈 람세스 2세와 왕비 네페르타리의 조각상을 지나 등장하는 134개의 큰 기둥이 숲을 이루는 '대열주실'이 백미로 손꼽힌다. 돌기둥 1개 크기가 둘레 15m, 높이 23m에 이른다.

나일강 서쪽 왕들의 계곡에는 독창적이고 웅장한 3층의 테라스식 신전 핫셉수트의 장제전도 있다. 핫셉수트는 투트모세 1세의 딸로 이집트 최초 여성 파라오다. 장제전의 수많은 열주식 기둥은 고대 이집트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불릴 만큼 장엄하고 현대적이다.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에 있는 카르나크 신전.
카타리나 수도원
시나이산 기슭에 있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남단에 위치한 샤름 엘 셰이크 항구는 이집트의 '리틀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최고의 휴양지다. 이곳에서는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 걸었던 시나이반도를 체험할 수 있다.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이산 기슭에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성서에 나오는 '불타는 떨기나무'가 있던 곳으로 소문이 났던 장소에 세워진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이다. 수도원 박물관에는 화려한 성상과 그리스어, 아랍어, 히브리어, 콥트어, 그루지야어로 작성된 채색 필사본 성서가 보관돼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등장한 페트라

홍해의 시나이반도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길게 들어가 있는 만에 위치한 아카바는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다. 요르단은 1965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영토 교환으로 아카바 항구를 확보했다.

요르단은 석유가 나오는 사막지대를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내어주고, 아카바만의 바다에 접해 있는 연안 16km를 얻어냈다. 요르단은 산유국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내륙국 신세를 면한 것이다. 이 작은 항구를 통해 요르단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치는 홍해 크루즈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명함을 내밀게 됐다.

요르단 아카바 항구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와디럼 사막을 지나 달리다보면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페트라가 나온다. '사막의 붉은 장미'로 불리는 경이로운 고대문명 도시다. BC 1세기 경부터 사막의 대상(隊商) 무역을 하던 나바테아인들이 세웠던 고대왕국의 수도다. 1.2km 길이의 바위 협곡인 알 시크(Al-Siq)가 끝날 즈음 '알 카즈네'가 등장한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마지막 성전'에서 느꼈던 신비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알 카즈네
요르단 페트라에서 볼 수 있는 알 카즈네.
페트라의 협곡
요르단 페트라의 협곡.

알 카즈네는 25m 높이의 코린트식 기둥이 정면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1세기 경 나바티안 왕의 무덤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잘 알려진 페트라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과 왕궁, 신전,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까지 정교한 건축물이 가득하다. 특히 빗물을 저장하는 댐과 저수지, 수로 등 치수시설에 높은 기술을 갖고 있어 사막에서도 1년 내내 물 부족 없이 살 수 있어 여행자와 상인들을 위한 도시로 융성할 수 있었다.

물 관리를 잘했던 나바테안 사람들은 요르단 페트라 뿐 아니라 와디럼 사막(붉은 모래 사막)을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에도 고대 문명도시 '헤그라'를 세웠다.

나바테아 왕국에서는 수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헤그라에도 페트라처럼 빗물을 저장하는 탱크와 수로 시스템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바테안 문명인들의 숙련된 물 관리에 대한 명성은 이름과도 연관된다. '나바테안'은 아랍어 '나바투(Nabatu)'에서 연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바투는 '우물에서 샘솟는 물'이라는 뜻이다. 헤그라의 '디완'에서도 지붕 위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저장해 한쪽으로 흘려 손을 씻거나 음식을 준비하는데 쓴 시설이 남아 있다.

피라미드
이집트 기자지구의 피라미드.

페트라는 약 2,000년 전에 지어진 로마 시대의 유산도 남아 있다. 계곡의 남쪽 끝에 바위를 파내어 만든 서기 1세기의 원형극장이 그런 곳이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극장은 무려 8,5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마이크가 없어도 무대에서 말하는 소리가 객석 끝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최고의 음향 효과를 자랑한다.

한때 사도 바울이 다마스커스로부터 피신해 있었다고도 전해지는 페트라는 AD 106년 경에 로마군에 의해 점령당해 제라쉬와 다마스커스를 잇는 주요 교역로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수자원의 고갈과 몇 차례 이어진 대지진으로 인해 멸망하고 말았다.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장밋빛 분홍색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곳을 들르면 영화 '인디애나 존스-마지막 성전' 촬영지(로케 현장)를 둘러볼 수 있다. 넓은 페트라 유적지를 도보로 돌아볼 수도 있지만, 낙타와 마차, 당나귀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는 경험도 추억이 된다.

크루즈로 체험하는 보석 같은 풍경

홍해는 세계적인 해변과 문화유산, 건축물, 자연경관 등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해변과 사막 지역이라 이동 교통편이 쉽지 않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은 먹고, 쉬고, 자는 동안 선박이 도시 사이를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출발하는 MSC오케스트라 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9만 2,000t 규모에 길이가 90m에 이르는 이 선박에는 다채로운 공연과 파티, 레스토랑, 바,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홍해 지역의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육상에서 음주와 여흥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크루즈 선박이 항구에서 떠나 공해로 나가면 선박 내에서는 음주와 여흥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크루즈 선박 MSC오케스트라 호
2,600명을 수용하는 크루즈 선박 MSC오케스트라 호.
크루즈 선내 공연 장면
크루즈 선내 공연 장면.

홍해 크루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의 항구도시 제다에서도 출발한다. 제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문화적 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다. 제다에서는 2021년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홍해 국제 영화제'가 열흘간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80년대 초에 영화관이 문을 닫았었는데, 2018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사회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35년 만에 영화관 영업을 재개했다. 영화관이 문을 연지 3년 만에 제다에서 홍해 국제 영화제까지 열려 67개국 138편의 영화가 선보였다.

제다 시내 주택가
제다 시내 주택가.

제다의 축구경기장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는 2019년 한국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제다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만 석 규모의 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펼쳤다. 아시아 가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은 슈퍼주니어가 처음이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도 수도 리야드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사우디 역사상 축구경기장에 남녀가 함께 들어가 춤을 추며 콘서트를 즐긴 것은 그 지역에서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제다는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가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기도 했다. 중세시대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지금도 사우디 수출입 물동량의 70%가 제다 항구로 들어온다.

제다 항구에 내린 순례객들은 메카 게이트(Makkah Gate)까지 동서로 길게 늘어선 전통시장인 수크(Souqs) 바닥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시장 골목길은 바다를 건너온 진귀한 물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순례객들은 제다 항구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에 낙타를 타고 메카로 떠났다. 메카게이트를 통과해서 낙타를 타고 1주일 정도 가면 메카에 도착한다. 메카에서 순례를 마치고 메디나로 가는 길은 낙타로 약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화려한 불빛, 아라비안 나이트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다양한 음식문화가 융합된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알발리드(Al-Balid)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자즈(Hejaz)'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하지즈 양식은 파사드(전면부)가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 베란다인 '로샨'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호 벽돌로 쌓은 곳곳에 각목을 대놓았기 때문에, 건물은 오랜 세월에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삐뚤빼뚤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홍해 크루즈 여행 지도
홍해 크루즈 여행 지도.
해상 모스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볼 수 있는 해상 모스크.

알발라드 구역은 해질녘 뜨거운 햇볕이 사라질 시간이 되면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사람들도 몰려든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사막의 모래흙으로 빚은 무채색의 도시가 화려한 불빛 도시로 바뀌는 것이다. 제다에는 후안 미로와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해변 요트클럽의 해상 모스크와 아쿠아리움, F1 경기가 벌어지는 해변도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센터까지 볼거리가 줄지어 나온다.

  • ARTICLE: 전승훈 동아일보 기자
  • PHOTO: 전승훈 동아일보 기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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