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교해진 대장암 로봇수술,
항문 보존 치료도 늘어난다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지웅배 교수.
직경 2.5cm 크기의 체내 삽입관에 달린 3개의 수술기구와 3차원 고화질(3DHD) 카메라가 1개의 절개 부위에 들어간다. 수술기구와 카메라는 모두 다관절(Multi-Joint) 손목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좁고 깊은 체내 수술 부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작은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한 동작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진행하는 다빈치 로봇수술의 한 장면이다. 한국외과로봇수술학회 총무이사이자 이 병원 대장항문외과 지웅배 교수를 만나 로봇수술 방법과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로봇수술이 드물었던 시절부터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첨단 의학의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2015년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S'를 도입한 뒤 2018년 '다빈치 Xi'로의 교체를 변곡점으로 2021년 12월 경기 최초로 단일공 '다빈치 SP'까지 도입하며 로봇수술 활성화 전기를 마련했다. 요즘에는 단일공 로봇수술 장비로 질환과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시행하는 로봇수술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한 해 동안 시행한 로봇수술은 480여 건. 올해 3월에는 로봇수술 2,0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2020년 1월 1일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3년간 시행한 대장항문외과 로봇수술이 55건에 달한다. 고대안산병원이 경기 서남부 지역 주민들의 건강 증진과 의료공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대장항문 질환 관련 다양한 로봇수술 경험을 가진 지웅배 교수의 말이다. 로봇수술 시행 건수의 꾸준한 증가에 따라 대장항문 질환 분야에서 로봇수술이 자리를 잡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술기와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직장암과 탈장은 로봇수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대장항문 질환이다. 직장은 대장의 끝부분으로 항문으로부터 15cm 상부까지의 부위다. 대장에서 만들어진 변을 모아뒀다가 배설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직장암은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직장이 골반 중앙에 있기 때문이다. 직장 전방에는 전립선, 질 등 생식기가, 측면엔 골반 현관과 신경이, 후반엔 천골(薦骨·골반을 구성하는 뼈)이 각각 자리한 탓에 재발률과 수술에 따른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크다. 대한대장항문학회지 2018년 8월호에 실린 자료(Characteristics and Survival of Korean Colorectal Cancer from Korea Central Cancer Registry Data)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발병한 대장암 중 직장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33.6%로 집계됐다.
인공항문 부착 환자 줄인 로봇수술
직장암 수술에서 환자들의 관심이 큰 부분은 항문 보존이다. 직장 위치가 항문에 가까운 관계로 암 수술 때 항문 보존이 어렵다. 수술적 치료의 원칙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므로, 괄약근을 항문과 함께 절제하고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하게 된다.
이 경우 대변 주머니가 바깥으로 노출돼 자신감 하락과 사회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엔 항문 보존을 위한 연구와 로봇수술의 발전으로 직장암 항문 보존 가능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다음은 지 교수와의 일문일답.
"직장암 위치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직장암은 상부(항문연에서 8cm 이상), 중부(항문연에서 4~8cm), 하부(항문연에서 4cm 이하)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항문연은 항문관과 외음부와의 경계를 일컫는 말이다. 상부 직장암의 경우 직장과 결장을 절제하고 문합술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항문 보존이 가능하다. 중부 직장암은 항문 부위 괄약근을 남기고 그 위 직장을 제거한 후 대장과 연결하는 저위전방절제술 또는 직장 대부분을 제거하고 하행 결장을 항문까지 이동해 문합하는 초저위전방절제술을 실시한다. 이 경우 항문을 보존하며 수술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부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보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만약 암이 항문의 괄약근을 침범하지 않아 항문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수술 전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먼저 실시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초저위전방전제술을 시행한다. 드물게는 외괄약근만을 남기고 그 위의 직장을 제거한 후 대장과 연결하는 괄약근간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직장암의 하한선인 항문관을 침범하지 않아야 항문을 살릴 수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절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실제 수술을 할 때 암의 위치뿐만 아니라 크기나 조직 침투 정도를 고려해 절제 부위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암 부위를 자르고 남은 양쪽을 연결했을 때 혈액 공급이 원활하고 대변이 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절개창 하나만으로 로봇수술 가능
"맞다. 요즘은 항문 외괄약근만이라도 남기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외괄약근은 사람의 의지로 움직이는 수의근에 해당하며, 변의를 느껴 변을 보거나 참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수술이 필수적이다."
"그렇다. 직장은 여러 갈래의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부분이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정낭, 정관, 방광 등이 굉장히 좁은 공간에 밀접해 있어 정밀하게 수술하지 않으면 수술 후 기능적인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좁은 골반부를 안정적으로 수술하기에는 로봇수술이 매우 유리하다. 평면적으로 보이는 복강경 수술 모니터와 달리 수술 장면이 몇 배 이상 확대되는 데다 입체적으로 구현돼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에는 자유자재로 꺾이는 다관절 기능까지 탑재돼 안정적으로 수술하는 데 이점이 있다."
"최근엔 단일공 다빈치SP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 다빈치Xi를 이용한 대장암 로봇수술은 내시경과 로봇팔 등을 넣기 위해 배에 0.5~1.0cm 정도의 절개창을 4~5개가량 내고, 암이 생겨 잘라낸 대장을 꺼내기 위해 5~6cm 정도의 절개창을 추가로 내야 했다. 하지만 다빈치 SP를 활용하면 약 5~6cm 정도의 절개창 하나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흉터 적고 통증 덜하고 회복 빨라
"물론이다. 그동안 다빈치 Xi로 복부 3곳에 작은 구멍을 내고 진행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Xi 로봇수술기를 활용한 단일공 수술방법도 고안된 상황이지만, 로봇 팔의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반면 다빈치 SP는 배꼽 부위에만 하나의 구멍을 뚫어 수술하니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통증이 덜해 회복도 빠른 장점이 있다."
지 교수는 "로봇수술의 의료보험 수가가 적용돼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로봇수술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 수술에 비해 1,000만 원 이상 더 든다. 로봇수술에 대한 보험수가 지원 방안이 마련돼 대장항문 질환 환자들이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 EDITOR: 김건희
- PHOTO: 박해윤,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