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전성기를 맞은 뮤지컬
하반기 흥행 이끌 2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뮤지컬 공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람 상황만 봐도 코로나 이전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액은 5,0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한 공연 당 관람객이 100만 명을 뛰어넘는 블록버스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뮤지컬계의 흥행 선두 주자인 뮤지컬 2편을 소개한다.
뮤지컬 '벤허' 변치 않는 원작의 힘!
시간이 흘러도 명작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무대 위의 명작은 다른 장르로 리메이크 되어도 명작으로 재탄생된다. 작가가 역사적인 인물이나 심오한 문제의식을 주인공 삶 속에 녹였기 때문에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이치를 보여주다 보니 명작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체로 꼬일 대로 꼬인 사나운 팔자를 타고나고, 그들의 인생 여정 또한 복잡해 집중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감동의 여운을 잊지 못하는 관객들은 무대 위 명작의 색다른 감각을 맛보려 한다.
영화 '벤허'를 재창작한 뮤지컬 '벤허'가 여전히 명불허전으로 사랑받는 이유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해상전과 숨 막히는 전차경주 등의 웅장한 스펙터클은 뮤지컬에서는 다른 감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 작품의 원작은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로 미국 소설가 루 월러스(1827~1905)가 1880년에 출간한 베스트셀러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책이었다. 월러스는 남북전쟁에 북군 장군이었고 변호사이자 뉴멕시코주 주지사를 역임한 정치인이었다. 소설 '벤허'는 1907년, 1925년, 1959년, 2016년에 영화로 재탄생했는데, 그 중 1959년 영화는 아카데미 11개 부분의 상을 휩쓸어 최다 수상작이란 타이틀을 가진다. 자칫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강해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성장하는 고대 로마 시대의 한 '유다 벤허'라는 청년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때는 서기 26년, 제정 로마의 박해에 신음하는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 유대 귀족이었던 벤허는 로마의 장교가 되어 돌아온 친구 메셀라와 오랜만에 재회하지만 메셀라의 모함으로 가문 전체가 반역죄 누명을 쓴다. 주인공은 로마 군함의 노를 젓는 노예로 전락해 갖은 고초를 당한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천불이 끓지만 지옥 같은 3년의 시간을 묵묵히 버틴다. 전투 중 난파된 군함에서 사령관 퀸터스의 목숨을 구한 벤허는 자유의 신분을 얻고 로마 귀족의 양아들이 된다. 고향 예루살렘의 전차 경기장에 선 벤허는 메셀라와 운명의 결투를 벌이게 된다.
이 작품은 마음 속 증오와 분노로 점철된 복수심에서 자유로워지자 고난과 역경, 믿음과 헌신, 구원과 용서 등을 선보이는 휴먼 스토리를 담아낸 걸작이다. 2017년, 2019년 이후 4년 만에 더 단단하고 화려하게 돌아 온 뮤지컬 '벤허'에서는 더 섬세하게 재현된 콜로세움 성벽, 고대 귀족의 대저택, 신전 돌기둥 등의 무대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차 경주 장면에서는 실물 크기의 말 8마리와 두 대의 마차를 원형 회전 무대에 올려 공연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회전 무대 뒤에는 전차의 움직임에 따라 콜로세움 객석 영상이 더해져 주인공들이 실제 콜로세움 경기장에 등장한 것처럼 비쳐진다.
- 기간 2023년 9월 2일(토) ~ 2023년 11월 19일(일)
-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 시간 화·목 19:30 / 수·금 14:30, 19:30 / 토·공휴일 14:00, 19:00 / 일 15:00
- 출연 박은태, 신성록 등
- 러닝타임 155분(인터미션 포함)
뮤지컬 '렌트' 절박한 슬럼가 예술가들의 희망가
1996년 1월 25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찻잔에 물을 따르던 36살의 젊은 예술가가 갑작스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숨졌다. 이틀 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신문에는 '올해 최고의 작품 렌트, 브로드웨이를 재창조하다!' 등의 헤드라인으로 그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별이 되어 전설로 남은 젊은 예술가의 이름은 조나단 라슨. 그는 7년간 브로드웨이의 전통과 현대 대중음악을 결합한 청년 예술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갈고 닦았다. 그렇게 준비한 뮤지컬 '렌트'의 초연 전날 라슨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마치 한 편의 공연처럼.
이 뮤지컬은 오프브로드웨이 150석 극장에서 초연한 지 3개월 만에 1,200석의 브로드웨이 41번가의 네더랜더 극장으로 직행했다. '렌트'는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12년간 총 5,123회 공연되었고, 세계 47개국 25개의 언어로 무대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이 작품은 'Rent-Heads'(렌트 헤즈)라는 팬덤 문화를 일으키며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고 조나단 라슨은 뮤지컬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오페라 '라보엠'이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였다면 뮤지컬 '렌트'는 뉴욕 슬럼가 이스트 빌리지의 절박한 예술가들의 희망을 노래한다.
오페라에서 여주인공 미미의 죽음을 비극적인 낭만으로 그렸다면 뮤지컬은 물질 만능주의에 찌든 현대사회에서 단절된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삶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뮤지션, 영화제작자, 철학자와 대학 강사, 팝아티스트 등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의 인종 또한 히스패닉, 아일랜드계, 유태인, 흑인 등으로 다양하다. 사회적으로 경시되었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파격적 이야기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당시 브로드웨이 극장에서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통적인 레퍼토리인 '그리스', '캐츠' 같은 작품들도 거의 중장년층 이상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뮤지컬 '렌트'는 '헤어' 이후에 브로드웨이에 비주류 관객이었던 청년층을 근 30년 만에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었다. '렌트'의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일 죽을지라도 오늘의 열정과 패기를 노래한 것이 흥행을 이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하나의 콘셉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감행했다. 강렬한 록과 탱고, 발라드, 가스펠, R&B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합해 다른 뮤지컬에서는 접할 수 없던 음악적 풍성함이 가미됐다. '렌트'는 뮤지컬계의 양대 산맥인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브로드웨이의 지형을 뒤바꿨다. 또한 뉴욕 드라마 비평가상, 외부 비평가상, 오비상 등 뮤지컬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렌트 신화'를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2000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처음으로 무대에서 선보였다. 문화적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며 '열광적인 뮤지컬 문화'를 이끌기도 했던 이 작품은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공연되고 있다.
- 기간 2023년 11월 11일(토) ~ 2024년 2월 25일(일)
- 장소 코엑스 신한카드아티움
- 시간 화~금 19:30 / 토·일·공휴일 14:00, 19:00
- 출연 장지후, 백형훈, 정원영, 배두훈, 김환희, 이지연 등
- 러닝타임 16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 EDITOR: 황승경
- 이미지 제공: ㈜신시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