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그러나 수술의 적절한 타이밍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홍광대 교수.
끊어질 듯한 복통, 반복되는 설사,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까지. 이러한 고통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겪는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이 질환은 약물 치료 등으로 평생 관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약제가 더는 효과를 보이지 않아 증상이 심해지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에 대해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홍광대 교수에게 물어봤다.
"두 질환은 유사한 특징이 많지만, 발병 위치가 다르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크론병은 장내 염증 조절 반응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깊은 궤양을 동반한다. 복통과 체중 감소가 주된 증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끝인 직장에서부터 위쪽으로 연속적인 염증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혈변이다. 이 두 질환은 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유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진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병률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환경적인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새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약 32% 증가했다. 특히 크론병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1만 2,234명)부터 2022년(3만 1,098명)까지 총 12년간 환자가 약 154% 늘었다. 눈여겨볼 점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 연령대가 점차 어려진다는 것. 2021년 기준 전체 환자 가운데 10대와 20대 이상이 27%(2만 1,428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30대 19%(1만 5,565명), 40대 18%(1만 4,515명) 순이었다.
"소화나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 결핍, 영양 장애, 사춘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통이 너무 심하면 협착, 천공(장벽에 구멍이 뚫림)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약물치료 효과 낮으면 수술 고려해야
"유전과 개인 면역반응, 장내 미생물의 조성,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장에 발생한다. 일부 보호자는 자신의 유전적 요인에 의해 어린 자녀가 크론병을 앓게 됐다며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크론병 발병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식습관, 위생상태, 장내 미생물 환경 등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근래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의 보편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약물치료 도중에 약제가 더는 듣지 않아서 증상이 악화하거나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에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합병증은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 생겨서 장폐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에 구멍이 나서 복강 내에 농양(염증으로 세포가 죽고 고름이 고인 현상)이나 누공(조직에 생기는 관 모양 통로) 등이 생기는 경우도 수술이 필요하다. 크론병이 오래 지속되면 대장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암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 이 역시 수술을 고려한다. 염증이 생긴 일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로 장을 일부 절제하더라도 남아 있는 장에서 크론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에 절제 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한다. 크론병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에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장기간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어 내과적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경우나 급작스런 대량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 대장 천공이 된 경우, 전격성 대장염(매우 심한 궤양성 대장염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에 시행하게 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과 직장에만 생기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어서 대장과 직장을 모두 제거하면 병이 생길 곳이 없어지게 되므로 주로 전대장절제술을 시행한다."
수술 미루면 회복 기간도 길어져
"전대장절제술은 결장과 직장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이 경우 소장의 끝부분을 J 형태로 변형하여 항문관에 연결한다. 이런 형태는 변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도와주게 된다. 문합부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 소장루를 보통 2~3개월 복벽에 유지하게 되며, 이후 문합부 합병증이 없으면 안전하게 임시 장루는 복강내로 복원하게 된다."
"대장과 직장을 절제하고 소장의 끝부분(회장)을 주머니같이 만든 후 항문에 직접 연결하는 회장-항문 문합술을 활용한다. 이 경우 소장으로 만든 주머니가 직장의 역할을 해 얼마 동안 대변이 모인 후 배변할 수 있으므로 비닐팩을 달고 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장루술이 필요하므로 수술을 두 차례 받아야 하고, 배변 조절 기능 장애가 흔히 나타나 항문에 연결한 소장의 끝부분에 궤양성 대장염과 비슷한 염증 반응이 잘 생기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질환이 소아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하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약물 치료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수술을 최대한 미루려고 한다. 그러다 증상이 더욱 악화돼 긴급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개복수술까지 고려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회복력이 낮아지고 추후 재발 가능성도 커져 2차 수술을 받게 되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적기에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며 상담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사례 다양… 2주마다 협진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사례를 가진 병원으로 알려졌다. 그 비결로 홍 교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꼽았다.
"소화기내과를 주축으로 대장항문외과, 영상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이 2주마다 모여 세미나와 치료 사례를 공유하며 서로의 의견을 모으고, 치료 난도가 높은 환자 상태를 놓고 여러 과의 담당의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이 질환 치료에서 경기 서남부 지역의 거점 병원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만성 난치성 질환이기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와 금연, 금주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환의 원인으로 서구식 식습관이 의심되고 있는 만큼 식습관 조절을 통해 질환을 극복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요소다."
- EDITOR: 김건희
- PHOTO: 박혜윤, 고려대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