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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기부자, 이은일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어려운 학생 생각하며 시작한 기부,
의료원 발전 염원하며 이어갈 것"

이은일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1)

이은일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가 기부 동기에 대해 말하며 웃고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재직하며 고려대의료원에 꾸준하게 기부금을 냈던 이은일 명예교수가 올해 9월 누적 기부 금액 1억 원을 넘겨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명예교수를 고려대 안산병원 리베르타스 라운지에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재직했던 이 명예교수는 환경 보건 분야의 권위자로 걸출한 연구 성과를 내며 산업의학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의무기획처장, 보건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 발전과 후학 양성에 힘썼으며 올해 2월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정년퇴임 이후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고 기부활동을 이어왔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이 명예교수가 전달한 기부금은 약 1억 600만 원에 달한다. 그는 기부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나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대에 입학해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당시에는 은행에서 직접 융자를 받아 학자금을 갚기도 했다"면서 "기부를 결심한 동기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누적 기부금 1억 원 돌파

그의 기부 활동에서 정신적 밑거름은 고려대 의대의 역사였다. 그는 "조교수로 일할 때 고려대의료원의 뿌리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세운 미국 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면서 "우리 역사를 살펴보다 보니 김종익 선생을 비롯한 민족 지사들이 사재를 털어 힘을 모아 탄생한 의과대학의 박애정신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홀 여사의 후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그의 기부 활동에는 종교적인 실천의 뜻도 담겨 있다. 그는 기독교수회 등 크리스천으로서 각종 교회 활동에 참여했고 교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하며 기독교적인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간호대 기독학생회 소속 학생들과 함께 농촌진료 봉사를 매년 다녀오기도 했다. 고연전 행사에 참여하며 학교에 대한 애착이 점점 강해졌다고 한다.

이 명예교수는 "로제타 홀 선교사의 기독교 정신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경에 '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고 했듯이 기부를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처음 시작한 기부는 점차 의료원 발전에 기여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이 명예교수가 몸담았던 예방의학교실과 보건대학원,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 건립 같은 굵직한 사업에 온정을 전해왔다. 이 명예교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가 정비되면서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창구가 많아지게 됐다"며 "기부에 대한 뜻은 의료원과 후학 발전을 위한 다양한 경로로 계속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 제도 정착되자 의료원 발전 기금 쾌척

이은일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2)
이은일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이 명예교수가 마련한 기부금은 예방의학 발전에도 쓰이기도 했다. 그는 2015년 다른 교원과 함께 예방의학교실의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한 사재 출연에 뜻을 모았다. 고려대 예방의학교실은 전통적 연구 분야인 역학, 환경 및 직업보건, 의료정책 분야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감염병의 전파와 유행특성 연구, 감염병 감시체계와 역학조사, 공중보건위기 대응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쌓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위기 사태에서는 전문가로서 국민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예방법을 자문해왔다.

이 명예교수는 예방의학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전체 사회를 보는 시각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의대 본과 4학년 때 '예방의학 주간'을 보내면서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기능하는 의료보장제도를 비롯한 의료행정 분야에 흥미를 얻게 됐다. 임상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환자와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 명예교수는 "돌이켜 보면 일평생 연구에 매진하며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며 "임상을 하시는 선생님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의학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예방의학 분야에서 산업의학과 직업환경의학도 같이 연구했다"며 "안산병원에서는 연구보다는 특수건강진단을 더 많이 한다. 사업자나 공단에서 특수건강진단을 하는데 직업인들의 건강에 대해 조언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산병원에서 계속 기부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의료원이 로제타 홀의 정신을 계속 이어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로제타 홀 정신을 확실히 계승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다른 대학과 비교해 탁월한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 고려대의료원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고려대의료원 안암, 구로, 안산병원에는 제각각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을 잘 살려 지역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작은 기부도 중요하다며 말을 맺었다.

"기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돈 100만 원이라도 기부의 의미가 있다. 개인이 아닌 우리를 위하는 '고려대 정신'을 실천하는 학우가 많은 것도 작은 기부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 EDITOR: 박정연
  • PHOTO: 조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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