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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폐암 가려내고
암세포만 도려내는 최첨단 의술

폐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암이 생기더라도 통증은 물론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에 진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폐암이 상당히 진행되었거나 암세포가 주위 조직을 침범한 경우가 많다. 폐암이 암 사망률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획기적인 진단 기법과 로봇수술 술기로 이 난관을 돌파하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를 만났다.

폐암 진료 표현 사진

초기 증상이 없는 폐암 진료 분야에서 새로운 진단과 수술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폐암에서 생존율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진단 시기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기에 발견하면 80%이지만 2기는 50%, 3기는 30%, 4기는 5%로 급격히 떨어진다. 김현구 교수는 "폐암 1, 2기에 조기진단이 되면 수술을 통해 완치율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시기에 발견되는 경우는 30% 정도"라며 "일반적으로 70%는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된 후에 진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폐암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방사선을 인체에 통과시켜 폐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는 흉부 X선 검사다. 폐 또는 흉곽의 종양 등 다양한 질환을 판별할 수 있지만 6mm 이하의 작은 종양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심장, 종격동, 폐혈관에 가려진 부위에 발생하는 폐암도 흉부 X선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검사가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이다. 흉부 CT는 여러 방향에서 방사선을 조사한 뒤 투과도의 차이를 3차원(3D)으로 구현해 확인하는 방법이다. 방사선 우려 때문에 최근에는 방사선량을 10분의 1로 줄인 저선량 흉부 CT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한, 원발암과 전이암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PET(전신 양전자 단층 촬영)와 CT를 결합한 최첨단 검사인 PET-CT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최첨단 장비들이 도입되면서 조기 진단율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폐암은 발견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김 교수는 혈액으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피 한 방울로 30분 만에 폐암 검사하는 진단법

김현구 교수(1)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김 교수는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연구팀과 함께 피 한 방울로 30분 만에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했다. 나노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혈액 속 암 진단 바이오마커(단백질, DNA 등을 활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인 엑소좀(Exosome)을 분석해 정상 세포와 폐암 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이 기법을 이용하면 조기발견이 어려운 폐암 1기도 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확인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은 암세포가 분비하는 DNA나 RNA, 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과 같은 유전 정보를 담고 있어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상인 20명과 비소세포암 1, 2기 환자 43명의 세포 배양액에서 엑소좀을 분리한 뒤 표면 증강 라만 분광학(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기반의 나노기술을 활용해 분광학 신호 2,000여 개를 검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검출된 신호를 활용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모델을 훈련시켰고, 정상 세포와 폐암 세포 엑소좀을 95% 정확도로 분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교수는 "폐암 환자의 엑소좀을 폐암 세포 유래 액소좀과 비교해 약 84%의 민감도와 85%의 특이도로 분류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엑소좀 분석을 통한 초기 폐암 진단'이라는 제목으로 화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저명학술지 'ACS Nano'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는 CT 검사 시행 전에 혈액검사를 통해 폐암 가능성이 있는 군을 사전에 선별해 필요한 경우에만 CT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폐암 1기 환자도 비교적 정확하게 판별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술은 식품의약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허가가 나게 되면 건강검진에서도 피검사를 통해 폐암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통증 줄이고, 생존율 높이는 정교한 로봇수술

폐암에서 수술은 완치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일단 1, 2기에 폐암이 발견되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는 특히 로봇수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과거 폐암 수술에서 지적된 가장 큰 문제는 통증이었다. 개흉 수술은 늑골을 따라 15~20cm가량 절개해 갈비뼈를 골절시킨 후 폐암 절제술을 시행했는데, 여기에는 수술 후 극심한 통증과 부작용이 따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는 방식의 흉강경 수술이 개발되었고, 이후 로봇수술의 등장으로 폐암 수술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흉강경 수술은 의사가 손으로 일자형 기구를 잡고 수술하기 때문에 제한이 많은데, 로봇수술은 같은 구멍을 통해 들어가더라도 자유롭게 관절을 움직이며 수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3D 화면을 통해 확대된 영상을 보면서 손 떨림 없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폐암을 진단하는 기법이 개발 표현 사진
피 한 방울로 30분 만에 폐암을 진단하는 기법이 개발됐다.

김 교수는 폐암 치료에서 로봇수술의 발전을 선도해 온 세계적인 권위자다. 김 교수는 2012년 국내 최초로 하나의 절개창을 이용해 폐암 조직을 제거하는 싱글 포트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고, 이어 201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로봇수술기만을 이용한 폐암 수술에 성공했다.

"암 수술에서 암을 절제하고 나면 그 자리를 꿰매야 하는데 흉강경에는 자동으로 봉합하는 기구가 있었지만, 로봇수술기에는 장착되지 않아 로봇수술 중 흉강경용 수술기구를 이용해 봉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로봇용 자동 봉합기 '엔도리스트 스테이플러'가 개발되면서 로봇수술기만을 이용해 폐암 수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폐암처럼 큰 조직을 절개하는 수술을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2019년에는 '로봇을 이용한 단일공 흉부종양 절제술 사례'를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세계 최다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김 교수는 2023년 7월 세계 최초로 '단일공 전용 로봇수술기(Single-port system)를 이용한 흉부종양 수술 사례'를 보고하면서 또다시 흉부외과 로봇수술의 새 역사를 썼다.

2018년 도입된 단일공 전용 로봇수술기는 이미 다양한 수술에 적용되고 있지만, 갈비뼈로 인한 낮은 접근성과 로봇팔 움직임의 제약 등으로 흉부 수술에는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2020년 흉부외과 영역에서 단일공 전용 로봇수술기를 사용한 초기 임상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고, 이 연구를 통해 단일공 전용 로봇수술기가 흉부 수술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단일공 전용 로봇수술기는 기존 모델보다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롭고, 1개의 내시경과 3개의 팔이 있어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그 결과 환자의 회복이 빨랐고, 흉관 삽입 기간과 입원 기간이 짧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사례 분석을 통해 단일공 전용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흉부 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해 향후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형광조영제 이용한 최소 절제 수술법 개발

김현구 교수(2)
최신 폐암 진단법과 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폐암 생존율은 그동안 초기 폐암을 찾아내려는 노력과 함께 최소 절개와 정교한 수술을 가능하게 한 로봇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폐암의 최소침습수술을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 중인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형광 영상유도 로봇수술에 대한 기대가 높다.

김 교수는 10년 전부터 형광조영제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나노 형광조영제 및 수술용 형광 영상 시스템을 이용해 폐암과 정상 조직을 구분해 최소절제하는 수술법'을 개발해 폐암 수술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폐암 세포 제거 수술을 할 때 수술 현장에서는 암세포인지 정상 세포인지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 로봇수술로 진행되는 요즘에는 카메라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암세포의 판별이 어렵다. 이때 근적외선, 즉 특정 파장대의 레이저를 쬐면 암세포만 형광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 형광조영제다. 검사나 시술 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보이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인 형광조영제에 암표적 바이오마커를 붙이면 정밀한 암 수술이 가능해 절제 부분이 확연히 줄어든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초기 암이 많이 발견되면서 작은 암은 조금만 자르겠다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며 "기존의 암 수술방법에서 폐암은 크기와 관계없이 최소한 20% 이상을 절제해야 했지만, 형광조영제를 이용한 형광 영상유도 로봇수술을 하게 되면 암 병변만 정확히 도려내는 것은 물론 크기가 작아 놓칠 수 있는 암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폐암에 적용할 수 있는 형광조영제는 아직 없다. 인도시아닌 그린(indocyanine green, ICG)이라는 형광조영제를 정맥주사하면 암 조직에 축적되지만, 현재는 간 기능이나 혈관조영술, 그리고 안저혈관 조영에서만 승인되어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간암에서 전이된 폐암의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김 교수와 하버드대 의과대학 최학수 교수가 공동 연구를 통해 다른 파장대의 근적외선 형광 조영제 2가지(ZW700-PEG, cRGD-ZW800-PEG)를 개발, 수술 중 실시간으로 혈관과 암을 동시에 탐색할 가능성을 발견해 형광조영제를 활용한 폐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두 종류의 형광조영제는 생체 주입 시 혈장을 통해 신장으로 빠르게 제거되기 때문에 주변 정상 조직과 대비해 형광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형광조영제가 수술 중 혈관과 암을 실시간으로 구별 및 탐색할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수술시간 및 암 재발률의 감소와 암 환자의 생존율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뇌교종, 흑색종, 대장암, 두경부암, 전립선암 등 다른 암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EDITOR: 김은식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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