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을 활용한 인공뼈,
재건수술의 한계를 넘는 치료법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박호진 교수가 3D프린터로 인공뼈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3D프린터 활용은 환자 만족도는 물론 치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첨단 기술로 통한다. 놀랄 만한 복제 능력으로 환자의 신체 부위와 형상이 거의 같은 물질을 쉽게 만들어 낸다. 이런 장점 때문에 3D프린터를 활용하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박호진 교수를 만나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뼈 재건 수술에 대해 물어봤다.
2년 전 교통사고로 우측 이마부터 광대뼈까지 골 결손이 발생한 전모 씨. 이마와 광대에 이르는 안면부 함몰과 변형으로 인해 사회 생활이 어려웠다. 우울증까지 찾아 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의료진은 그를 위해 3D프린터로 인공뼈를 제작한 뒤 함몰 부위에 인공뼈를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전 씨는 수술을 받고 난 뒤 예전과 같은 밝은 얼굴을 되찾았다.
박호진 교수는 "교통사고 환자들 가운데 심한 경우 뼈가 조각조각이 나거나 함몰돼 뼈가 있던 부위가 사라지기도 한다"며 "뼈가 너무 조각이 나면 뼈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3D프린터를 활용해 인공뼈 재건 수술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3D프린터 인공뼈를 직접 보여주며 "기존 재건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환자 맞춤형의 새로운 첨단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가 보여준 3D 인공뼈를 직접 들어보니 매우 가벼웠다. 환자는 이 인공뼈를 제작하기 전 색상까지 지정했다고 했다. 치료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인공뼈 재건 수술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3D프린터 인공뼈 장점
- 환자 얼굴 모양에 맞게 제작하는 것이 용이.
- 수술 비대칭율이 기존 수술 방식에 비해 낮아 재수술 가능성이 낮음.
- 생체 적합성이 높은 물질을 사용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음.
- 기존 수술 대비 수술 시간이 짧음
(왼쪽)교통사고로 이마뼈의 결손이 발생한 환자. 이마가 푹 꺼져 보이고 꺼진 부위의 피부 바로 아래는 뇌가 있어서 뼈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는 상태. (가운데·오른쪽)3D프린팅 기술로 이마가 대칭을 이루도록 인공뼈(노란색)를 디자인 한 모습.
(왼쪽)교통사고로 인하여 우측 광대뼈와 안와골(눈을 떠 받치는 뼈)의 분쇄골절이 발생, 뼈가 분쇄돼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 (오른쪽) 안와골과 광대뼈를 대체하기 위하여 인공뼈(파란색)를 디자인한 모습.
안면골과 두개골은 기능적, 외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안면골은 얼굴의 모양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음식을 씹거나, 물체를 볼 때, 숨을 쉴 때 등 기능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두개골은 우리의 뇌를 보호하고 이마와 뒤통수의 모양을 결정짓는다.
요즘 교통사고 환자들을 보면 심한 경우 뼈가 조각나거나 아예 함몰돼 뼈가 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 안면골과 두개골은 교통사고나 낙상과 같은 사고로 손상되거나 암이나 염증 치료를 위해 부득이하게 절제해야 한다. 훼손된 안면골과 두개골은 기능적, 미용상 목적을 위해 반드시 복구가 필요해 최근에는 환자 맞춤형 인공뼈를 이용한 재건 수술을 한다. 첨단 기술로 안면골 및 두개골의 이상적인 재건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티타늄 금속판이나 환자의 엉덩뼈, 종아리뼈, 갈비뼈, 정상 두개골에서 자가 골을 채취해 재건했다. 하지만 갈비뼈를 떼어 내는 시간만 해도 2~3시간 정도가 걸리고 갈비뼈 부위가 결손이 생기니 이 부위에도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티타늄 금속판의 경우 몸에서 이물질로 인식돼 염증을 일으키는 등 잦은 합병증을 동반하고, 자가골을 채취할 경우 채취한 부위에 또 다른 결손이 생기기 때문에 광범위한 골 결손에는 사용이 제한됐다. 그뿐만 아니라 안면골과 두개골은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의 기술로는 결손 부위를 재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점토같은 의학용 재료로 반죽해 뼈 사이에 넣는 수술법도 있는데 이는 현장에서 의사가 경험에 의존해 모양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손상 반대 부위와의 대칭이 완전하지 못하는 등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간단히 말하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환자에게 필요한 골조직을 인공적으로 제조하고 환자에 따라 맞춤형으로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환자 맞춤형 인공 뼈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골 결손 부위를 파악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골결손이 생기기 전 안면골 및 두개골의 모양을 가상으로 만들어낸다. 최대한 원래의 얼굴 모양과 가깝게 인공뼈를 디자인하고 3D프린터로 프린팅한다.
3D프린팅에 사용되는 재료 또한 환자와 의사가 상의해 결정할 수 있다. 보통 3D프린팅에는 고기능 폴리머(Polymer)가 주요 재료로 사용된다. 고기능 폴리머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재료마다 각기 다른 성질을 갖기 때문에 결손 부위에 따라 알맞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폴리아릴에테르케톤(PEEK)과 폴리카프로락톤(PCL), 바이오세라믹, 티타늄 등도 자주 사용하는 소재다. 소재마다 수술 후 흡수되는 정도, 뼈가 생기는 정도, 강도 등에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개인에 맞춰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함몰된 부위 뿐 아니라 소실이 되지 않은 반대쪽 얼굴 부위의 데이터를 가져와서 미러(거울상) 효과로 좌우대칭을 만들어 인공뼈를 제작하면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환자 맞춤형 인공뼈로 광범위한 머리 및 안면부의 골 결손도 재건할 수 있고, 안구함몰, 안면 비대칭, 안면골 저형성증, 두개골 비대칭, 두개골 함몰, 두개골 결손, 성형수술 부작용 등의 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총상을 입은 환자의 두개골 인공뼈를 제작했다. 한 3D프린팅 업체에서 총상 환자의 소식을 듣고 기부 의사를 밝혀, 제작에 참여했었다. 총을 맞아 뼈 결손이 있었는데 그 부위를 덮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뇌출혈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도 인공뼈 재건 수술을 한 적이 있다. 뇌출혈이 생기면 보통 머리뼈를 열어줘야 한다. 한정된 공간에 피가 차면 뇌를 누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출혈이 있으면 뼈를 잠시 열어두는 수술을 하는데, 그 뼈를 보통 얼려서 보관을 했었다. 이후 그 뼈를 다시 넣어주는데 부작용이 많이 생겼었다. 그런데 3D프린팅 인공뼈로 이식했더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미용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인공뼈 이식 수술을 한 적도 있는데, 이 환자는 과거 날렵한 턱이 유행할 때 턱을 상대적으로 많이 깎아 불만이었다. 이후 턱을 다시 만들고 싶어해서 인공뼈로 턱을 재건했다. 그 환자는 재건 수술 이후 '예전과 같은 턱을 갖게 돼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점은 극히 드물지만 아무래도 갈비뼈 등 자가 조직에 비해서는 이물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우리 몸이 인공뼈를 받아들이는 걸 생체 적합성이라고 하는데 인공뼈가 몸 안에 들어갔을 때 염증이 생기거나 병균이 자라서 감염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인공뼈 일부가 흡수돼 처음 모양과 달리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아직까지는 극히 드문 일이며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덜한 편이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조영철, 고대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