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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간이식 진료팀 운영 5년…
90일 생존율 98% 이상으로 올려

한형준 교수(1)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한형준(가운데) 교수가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급성 간부전, 간경화, 간암 등으로 간 기능이 완전히 상실하면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간 이식에는 정교한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 수많은 전문 인력과 장비,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수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환자들을 살려내고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한형준 교수를 찾아가 간이식에 대해 알아봤다.

한형준 교수는 외과 전문의다. 동시에 고려대의료원 통합간이식 진료팀 'LT-KURE'(Liver Transplantation-Korea University Remedy Ensemble) 외과 의사로도 활동한다. LT-KURE 이름에는 '같이 화합해 치료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 교수가 직접 이름을 붙였다. LT-KURE는 고려대 안암·구로·안산 3개 병원의 전 임상과가 함께 진행하는 통합간이식 진료팀을 일컫는다.

이들 병원에 산재된 의술 노하우와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수준의 간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가 안암·구로·안산 병원 중 어느 곳 방문하더라도 통합 간 이식 진료팀은 환자를 찾아가 즉각 진료에 들어간다. 대기자 관리를 비롯한 수술 준비 과정에서부터 수술 이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가 가능해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개 병원 어디라도 LT-KURE가 환자 찾아가 집도

간 이식은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가족 또는 친척 간의 생체 간 이식이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30% 정도는 뇌사자의 간 이식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기증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 9,765명. 그중 13%에 달하는 6,609명이 간 이식 대기 환자다. 기증받은 소중한 간을 실패 없이 이식하는 의술 발전이 더없이 중요하다.

고려대의료원에서 정교한 간 이식 시스템은 LT-KURE가 2018년 7월 출범하면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인력, 자원, 운영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개별 병원의 시스템 강점과 수술 노하우가 결합하면서 효율성 높은 이식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LT-KURE가 출범한 2018년 7월부터 오늘까지, 고대안산병원에 소속된 의사, 수술간호사, 외과중환자실 간호사, 73병동 및 101병동 간호사, 이식 코디네이터 등 수많은 의료진이 간 이식 수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뛰고 있다. 다음은 한 교수와 일문일답.

정확한 진단, 신속한 대응, 면밀한 수술 계획

한형준 교수(2)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한형준 교수가 간이식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LT-KURE가 출범한 지 5년이 됐다. 그간의 과정을 어떻게 보나.

"안산병원은 송태진 교수가 2008년 첫 수술 시행 이후 간 이식 수술 전후 시스템을 갖춰왔다. 그러다 안암·구로·안산 3개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 건수가 늘어나면서 환자를 위한 최고 수준의 간 이식 통합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LT-KURE 출범을 통해 안암·구로 병원의 우수한 시스템과 간 이식 수술 노하우를 안산병원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환자 치료 프로토콜(protocol·절차와 규약) 통합이 이뤄짐에 따라 간 이식 전후 과정이 이전보다 더욱 간단해졌다. 앞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자부심을 느낀다."

LT-KURE 운영 이후 안산병원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나.

"이전보다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수술 계획을 면밀하게 세우고 수술 후 집중 관리가 체계화된 점도 괄목할 성과다. 3개 병원 어디에서든 가장 높은 수준의 간 이식이 가능하도록 수술 역량을 높이고 있다."

간 이식 성과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나.

"LT-KURE에서는 1년에 평균 50건 이상 간 이식 수술을 시행한다. LT-KURE 출범 1년 차부터 3개 병원 간 이식 성적이 향상됐다. 수혈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간 이식 후 90일 생존율은 95% 이상 올랐다. 생존율은 간 이식 후 수술 성공률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그중 생체 간 이식 수술의 경우 90일 생존율이 100%까지 올랐다. 안산병원 성적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간 이식 후 90일 생존율이 약 98%로 향상됐다. 생체 간 이식 3년 생존율은 약 85%에 달한다."

간 이식은 왜 어려운 과정인가.

"간은 세 개 혈관과 한 개 담도가 연결돼 다양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다른 장기와 달리 두 가지 방법으로 혈액을 공급받는다. 간동맥으로부터 산소 함량이 높은 동맥혈을 공급받고, 간문맥으로부터 위와 장에서 얻은 영양이 풍부한 정맥혈을 얻는다. 간정맥은 간으로 들어온 혈액이 전신으로 나가는 정맥이다. 담도는 간과 쓸개에서 쓸개즙을 받아 샘창자로 보내는 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보통 뇌사자로부터 간 이식을 받을 때는 장기 적출팀이 뇌사자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고, 생체 간 이식을 받을 때는 같은 병원에서 기증자와 환자의 간 적출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기증받은 간은 환자의 동맥과 정맥, 문맥, 담도 등의 주요 부위에 연결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수술 전 평가 담당의 배치해 신속하게 검사

여기서 잠깐 간 이식 과정을 짚고 가자. 생체 간 이식의 경우 환자는 수술 날짜가 정해지면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는다. 이후 수술 전 환자가 지금까지 받은 모든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를 최종 점검한다.

간 표현 사진

간 이식 수술 전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전신 마취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간 이식 적합성 평가다. 혈액 검사, 면역학 검사, 심장 기능 평가, 폐 기능 평가, 기저 질환 평가를 위한 영상 검사도 실시한다. 환자의 검사 편의성을 높이고자 입원 또는 외래진료를 통해 검사를 시행한다. 한 교수는 "안산병원에는 관련 검사를 시행하고 판독하는 담당 교수가 따로 배치돼 있다. 그 덕분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검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생체 간 이식의 수술 시간은 약 8~10시간 정도. 공여자와 수혜자의 수술이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공여자가 제공할 장기의 안전성을 확인 후 수혜자 수술을 시작한다. 혈관과 담도 등 주요 간의 구조물들을 안전하게 분리한 후 공여자 수술 진행 상황에 맞춰 원래의 병든 간을 완전히 적출한다.

이후 공여자의 우측 간을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새로운 간의 연결은 간정맥, 간문맥, 간동맥 순으로 문합(吻合)한다. 간정맥을 이은 후 간 문맥을 연결해서 혈액이 다시 이식 받은 간으로 통하게 하는데, 이를 '재관류'라고 한다. 이때가 이식 수술에 있어 위험한 순간이다. 일시적인 혈압 저하에서부터 심정지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관류 후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뒤이어 간동맥을 연결하고 담도를 연결한다. 간 동맥은 크기가 매우 작아 수술 현미경을 사용하면서 연결한다.

마지막 단계는 담도 연결이다. 담도는 환자의 담도에 직접 연결하거나 환자의 장에 연결한다. 모든 문합이 끝나면 세밀한 관찰과 지혈을 시행하고 수술 중 초음파를 이용해 문합한 혈관의 혈류를 확인한다. 이후 배액관을 삽입한 후 배를 봉합한다.

환자·공여자 혈액형 달라도 간 이식 가능

뇌사자 간 이식은 생체 간 이식과 달리 계획된 수술이 아닌 응급으로 이뤄진다. 뇌사자의 전체 간을 이식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뇌사라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안정한 혈류 역학적 변화로 인한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뇌사자 간 이식은 긴급한 간 이식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필수검사를 실시하고 신속하게 처치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뇌사자 대부분은 간장, 신장, 심장 등 여러 장기를 제공한다. 여러 수술팀이 협력해 각각의 장기를 적출한다. 수술법은 개복 수술 후 장기를 관찰하고 대동맥과 문맥을 통해서 보관용액을 관류해 장기에 혈액을 제거하고 온도를 낮게 한다. 간장을 간 동맥, 문맥, 하대정맥 및 담관을 손상 없이 절제한 후에 차가운 보관 용액에 담아 이식 대상자가 있는 병원으로 보낸다. 수혜자 수술은 뇌사자 병원에서 개복 후 제공자의 장기가 수술에 적합하다는 연락이 오면 마취를 시작한다. 이후 뇌사자의 간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환자의 병든 간을 적출하고 뇌사자의 간을 이식한다.

한형준 교수(3)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한형준 교수.
혈액형이 달라도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한가.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혈액이 몸에 들어오면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피가 굳으면서 혈전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간이식 전 수혜자 골수에서 항체 형성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하고, 혈장교환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 혈관과 담도 문합부위에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아도 환자에게 황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혈액 검사 후 혈장 교환술이 진행된다."

간 이식 수술 이후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이식받은 간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 감염성 합병증이나 종양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지 적절한 평가와 이에 따른 이식 전 관리가 이뤄진다. 최근 효과적인 면역억제제가 개발돼 합병증은 감소하고 있다."

성숙한 장기 기증 문화 조성해야

환자가 이식받은 간의 수명은 얼마나 되나.

"환자에게 특별한 질환이 생기지 않고 심폐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20~30년 이상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 간 기증자는 보통 수술 후 1주일 정도면 퇴원한다.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2~3주 사이에 퇴원하고 3개월 정도 지나면 직장생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다."

간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까 봐 간 기증을 고민하는 사람이 적잖다.

"간기증 수술 전 철저한 검사를 통해 기증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우측 간 기증 시 간은 60-70%를 기증하고, 좌측 간 기증 시 간의 30-35%를 기증한다. 수혜자와 기증자 간의 크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간 기능은 수술 후 1-2주 이내에 대부분 정상화된다. 간 재생도 2주가 지나면 거의 완성되는데, 원래 간의 모양대로 자라지는 않지만, 간 기능이 재생되어 이전처럼 어려움이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한 교수는 장기 기증 문화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간 이식이 보편화되고 간 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실제 간 이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2년 뇌사자 간 이식 건수는 342건. 2016년(508건) 대비 30% 넘게 감소했다. 그나마 2022년 생체 간 이식 건수는 1,111건으로, 2017년부터 매년 1,000건 이상 생체 간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장기 기증 문화를 사회 전반에 녹여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지론이다.

  • EDITOR: 김건희
  • PHOTO: 박해윤, 고려대의료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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