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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개발, 경구 로봇 갑상선수술
흉터는 No, 합병증은 1% 미만

갑상선암 검사 모습

요즘은 갑상선암 진단이 나와도 조기에 치료 받으면 10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 최근 개발된 초정밀 수술법은 합병증이나 흉터까지 없애 준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치료 성적과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환자들의 고민거리는 흉터와 합병증, 부작용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전문가로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훈엽 교수가 꼽히고 있다. 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경구로봇갑상선 수술'을 개발한 뒤부터 선진국 전문의들도 그의 수술법을 배우러 온다. 김 교수를 만나 이 수술법에 대해 들어봤다.

갑상선에 혹과 덩어리가 발생하는 것을 갑상선 결절이라고 하는데, 크게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고 결절의 1~5%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 갑상선암 수술법은 전통적인 절개수술과 내시경 절제술, 로봇 수술로 대별할 수 있다. 과거에는 목 아랫부분을 5~8cm가량 자르는 절개술을 시행했다. 이 수술법은 가장 간단하지만, 목에 흉터가 남는 미용상의 문제로 현재는 내시경과 로봇 수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시경이나 일반 로봇 수술 역시 겨드랑이나 유방 주변 등 갑상선과 떨어진 부위를 절개해 접근하다 보니 불편한 점은 물론 수술시간도 오래 소요된다. 일반 로봇 수술은 겨드랑이나 귀 뒤, 혹은 가슴부터 갑상선이 있는 목까지 그 사이에 있는 피부를 들어 올려 수술 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전통적인 목 절개를 통한 수술법보다 피부를 더 많이 절개한다. 따라서 환자의 통증도 심하고, 회복기간도 길어진다.

흉터 남지 않는 경구로봇갑상선수술

김훈엽 교수(1)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훈엽 교수가 경구로봇갑상선수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훈엽 교수가 '경구로봇갑상선수술(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 TORT)'을 개발했다. 이 수술은 말 그대로 경구, 즉 입안으로 로봇 팔을 넣어 악성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입안 아랫입술 안쪽으로 1cm가 안 되는 세 곳을 절개해 3개의 로봇 팔을 삽입해 갑상선만 정교하게 절개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인체 구조상 입과 목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 수술 거리가 짧고, 다른 조직과 기관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특히 360도 회전하는 로봇팔과 3차원 로봇 영상의 활용으로 더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수술시간을 이전보다 30분~1시간 단축했다. 또한, 정밀한 수술을 위해 겨드랑이 쪽 주름에 맞춰 1cm 절개해 로봇팔 하나를 더 넣는다. 겨드랑이 쪽으로 로봇 팔을 넣었을 때 장점은 1cm만 절개해도 그곳을 통해 갑상선암 조직을 쉽게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겨드랑이 쪽을 1cm만 절개해도 4~5cm 크기의 종양이 나올 수 있고, 이보다 큰 종양의 경우에는 1.5~2cm 정도 연장해야 하지만 겨드랑이 주름에 맞춰 절개하고 이후 안쪽으로 봉합하면 흉터가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구강 점막의 상처는 2~4주가 지나면 거의 희미해지고, 2개월 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의 또 하나 장점은 기존의 로봇 수술이나 내시경 수술보다 수술 범위가 확실히 작다는 것. 절개 부위가 적기 때문에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이 적고, 흉터 주변에 유착도 덜 생긴다. 김 교수는 "유착이 생기면 목 넘김이 답답하고 목을 누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은 정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착이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지금까지 수술 결과를 보면 기존의 다른 어떤 수술보다도, 특히 후두 신경 손상률이 낮다"고 말했다.

영구 손상률 0.1% 미만, 가장 안전한 수술

김훈엽 교수(2)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훈엽 교수.

환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는 목소리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흔히 갑상선암 수술 후 쉰 목소리가 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갑상선 뒤에 있는 후두 신경이 손상을 받아서다. 김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 시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반회후두신경) 손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신경 모니터링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수술 중 신경 손상이 발생해도 약 85%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 김 교수는 전기적 신호를 이용한 신경 모니터링을 활용해 목소리 손상을 방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후두 신경 손상률은 1%도 되지 않으며, 영구적인 손상은 지금까지 환자에 있어서도 0.1%에도 미치지 않는다. 일시적인 손상도 처음에는 0.5% 이내였지만, 이제는 0.1%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암 치료 측면에서도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은 재발률이 0%에 가깝다. 이 수술은 흉터를 남기지 않고, 기존 수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과 후두 신경 손상을 크게 줄였다는 점 외에도 환자의 회복 기능과 삶의 질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나온 어떤 수술법보다 가장 경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국 의료진도 전수받아 가는 수술법

이 수술은 외과 내시경지(Surgical Endoscopy)에 논문으로 출판되고 '미국 노스카(NOSCAR)' 학회에서 독창적 수술법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은 로봇외과학이나 갑상선수술외과학 등 세계적인 유수의 여러 외과학 교과서에 등재돼 있다. 이 수술법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클리블랜드클리닉, 이탈리아 인수브리아 대학 등 의료선진국에서도 앞다투어 김 교수의 수술법을 배워가고 있다.

김 교수는 세계 각국 의료기관의 초청을 받아 라이브서저리(Live surgery)를 시연하고, 미국 튤란대 전임 교수로 활동하며 세계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훈엽 교수의 갑상선암 이야기

갑상선 사진
  •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는 4:1로 여성이 월등히 많고,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이 많다. 미용이나 수술 경과를 좋게 하기 위해 내시경이라는 수술 기구를 이용했는데, 이 역시 유방이나 겨드랑이 쪽에서 네 군데 정도 절개하거나 귀 뒤쪽으로 절개하는 방법이라 흉터가 생긴다. 유방을 절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환자들도 많고, 통증이 심하고 오래가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기존 수술과는 달리 입안으로 하는 수술법을 생각했다.

  •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이 수술법이 우리가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 병원 내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의학 윤리위원회뿐만 아니라 동료 의료진과 수술실 간호사를 설득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존스홉킨스병원을 다녀와 완벽히 보완한 뒤 본격적으로 시행했고, 수술 결과를 학회에 발표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너무 항생제를 많이 쓰는 게 아니냐, 입안으로 들어가는데 감염이 많지 않냐, 수술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는 비난 섞인 우려가 있었다.

  • 그런 과정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감염이 없지는 않았다. 입안으로 들어가는 부위에 국소적인 감염 케이스에 대한 원인을 찾았고, 수술시간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항생제 역시 일반 수술과 비슷하거나 더 적은 양을 쓸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초기 합병증 역시 모두 극복해 완벽한 결과를 얻고 있다. 비난이나 우려는 선구자가 져야 할 당연한 책임이다.

  • 지금까지 수술 실적은 어떻게 되나.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약 1,500례 정도 시행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교육을 받고 시행한 의사까지 합치면 2,500례 정도로 예상한다. 수술이 시작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많이 하게 된 기간도 짧다. 물론 이 수술법을 시행하는 의사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각국에서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표준화가 쉽고, 교육받으려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수술에 부적합한 환자가 있는가.

    갑상선암 환자에서 한두 가지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용할 수 있어 특별히 제한적이거나 적용이 어려운 환자는 없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염증이 심해 과대하게 부어있는 환자다. 7~8cm 정도인 경우는 문제없이 가능하지만, 간혹 턱과의 경계가 안 보일 정도로 목에 큰 갑상선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수술할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하나는 갑상선암이 심해 전이가 된 경우다. 경정맥 바깥쪽에서 전이가 일어나 턱밑까지 림프절 전이가 심하게 올라오면 접근이 어렵다. 이런 경우는 경구로봇갑상선수술보다는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 수술 후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경구로봇갑상선수술법에 따라 입안으로 수술했다고 해서 수술 후 특별히 더 신경 쓸 것은 없다. 수술 후에는 당일 식사도 가능하다. 입안 수술 부위는 녹는 실로 상처를 꿰매는데, 2주 정도 지나면 실이 녹아서 없어지고, 상처도 깨끗하게 낫는다. 다만 그동안은 식사 후 양치질에 조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 갑상선암 치료에서 다학제 진료가 중요한가.

    좋은 치료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시술자의 술기, 고도의 장비, 그리고 숙련된 의료진과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갑상선암이 심한 경우 수술 다음 방사선 요오드치료, 동위원소치료 등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분비내과나 핵의학과 교수님들과의 다학제 진료는 매우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는 각과 교수님들과의 유기적인 진료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이비인후과와 갑상선암에 대해 상호보완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수술부터 일상 회복에 이르기까지 환자분들을 세심히 관찰하며 진료하고 있다.

  •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하는데, 과연 맞는 말인가.

    갑상선암도 방치하면 진행되는 암으로 림프절 전이나 폐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경우 큰 암을 놔두면 처음에는 분화 갑상선암이라는 유두암이었다가 역행성 변화를 거치며 굉장히 안 좋은 미분화암으로 변해 수술하거나 어떤 치료를 해도 6개월 안에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터넷이나 주변의 말만 듣고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갑상선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 너무 과하게 진단하고, 과하게 치료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는 당연히 필요하다.

  •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갑상선암의 97%는 유두암이나 여포암으로 부르는 천천히 진행되는 분화 갑상선암이다. 분화 갑상선암 환자는 대부분 병기가 1기 아니면 2기로 진단되는데, 수술 후에는 갑상선암으로 사망하시는 분이 거의 없어 10년 생존율을 따진다. 10년 생존율도 거의 100%고, 2기도 요즘은 99% 가까이 나온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후두, 신경, 기도, 식도 림프절과 같은 중요한 부위에 전이가 많다고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숙련된 전문가를 만나 제일 좋은 수술 방법을 찾고,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재발 방지 치료를 받는다면 건강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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