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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난도 방광암 수술 실적,
세계 의료계에 표준을 제시한다

강석호 교수(1)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

악성 종양이 근육층에 침범하는 근침윤성 방광암은 병의 진행이 빨라 치명적인 암이다. 암세포가 번지는 방광을 절제한 뒤 새 방광을 만드는 수술은 비뇨기계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정평이 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는 이 분야의 세계적 대가가 있다.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가 그 반열에 오른 주인공이다. 강 교수를 만나 최첨단 방광암 수술법을 알아봤다.

방광암 치료 방법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진단 단계에서 방광 점막이나 점막 하층에 국한된 비근침윤성 방광암인지, 근육층을 침범한 근침윤성 방광암인지 구분하고, 전이가 되는지도 가려내야 한다. 강 교수는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보통 1기로 표현하고, 근침윤성 방광암은 2기 혹은 상황에 따라 3기로 본다"며 "1기에 해당하는 방광암은 수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2기 이상의 방광암은 방광의 완전 제거를 위해 근치적 방광 절제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광암 진단 시 약 70%는 병기 1기에 해당하는 비근침윤성 방광암이다. 대부분은 '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이라는 수술만으로도 종양의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 위험도에 따라 재발의 우려가 있으면 방광 내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2~3기에 해당하는 근침윤성 방광암은 진단 시 환자의 20% 정도에서 발견된다. 근침윤성 방광암은 방광 근육층을 뚫고 자라고, 주위 조직으로 침윤하기 쉬우며, 잘 전이하기 때문에 반드시 근치적 방광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근육만 침범한 경우(2기)의 5년 생존율은 70%, 근육을 벗어나 지방층까지 세포가 남아 있는 경우(3기)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다. 4기에 해당하는 전이성 방광암은 진단 시 약 10% 정도 발견되는데, 임파선까지 퍼져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25%로 떨어진다.

방광암 2기부터 고난도 수술

방광암은 보통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60~70%로 치료가 쉽지 않다. 수술 시간이 7~8시간 걸리는 개복 수술로 합병증에 걸리는 비율이 최대 80%다. 근치적 방광 절제술은 수술 범위가 넓고, 장시간 소요되며, 비뇨기계 수술 중 가장 높은 난도에 속하는데, 크게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첫 번째 단계는 암이 퍼져있는 방광을 절제하는 방광 절제술이다. 방광 절제술은 해부학적 구조의 차이로 남성은 전립선을, 여성은 자궁과 질의 전벽 3분의 1 가량을 동시에 절제하는 대수술이다.

두 번째 단계는 임파선 절제술이다. 방광암은 임파선을 타고 전이가 잘 되는 특성이 있다. 골반 내에 있는 대동맥이나 다리로 가는 동맥 주변에 있는 혈관들이 주요 임파선과 붙어 있다. 그 임파선들은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제거해야 하는데, 수술 자체가 클 뿐 아니라 매우 섬세한 고난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방광암이 다른 암종과 있을 때 주변 임파선 절제술을 하게 되어 있는데, 임파선에 암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해 떼어내서 확인한다"며 "방광암 일부를 넓게 떼고, 깨끗하게 임파선을 잘 절제하면 환자 중 4분의 1은 임파선 전이가 있어도 장기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단계는 새 방광을 만드는 요로전환술이다. 이는 장의 일부를 이용해 새로운 소변 통로를 만들거나 피부에 소변 배출구를 만들어 소변의 흐름을 전환하는 수술로 '신방광조형술'과 '회장도관술'이 있다. 신방광조형술은 환자 본인의 장 일부를 절제해 이를 방광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과정인데, 대부분 소장을 이용한다. 회장도관술은 일부 절제된 장의 출구가 우측 하방 복벽의 피부로 나오게 해 특수한 백으로 소변이 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환자 대부분은 실제 소변을 보는 것과 비슷한 신방광조형술을 선호하지만, 회장도관술에 비해 더 복잡하고 어렵다.

이처럼 근치적 방광 절제술은 범위가 크고, 단계별 모든 과정 자체가 고도로 전문화된 경력과 술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수한 전문가와 센터만이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개복에서 복강경, 로봇 수술로 패러다임 변화

강석호 교수(2)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가 방광암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거 근침윤성 방광암에 대한 표준 치료는 개복하 근치적 방광 절제술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복강경 수술이 나오면서 방광암 수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거기에 인체에 무해한 CO2 가스를 넣어 부풀려 공간을 만든 다음 카메라와 기구를 넣고, 화면을 보면서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장은 대기에 노출되면 붓기 시작하고, 감염에도 취약하다. 복강경은 그런 우려가 없고, 회복도 빠르다. 환자의 통증도 줄어든다.

근침윤성 방광암은 2000년대 초반에 들어 로봇 수술이 등장하면서 또 한 번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로봇 수술은 섬세한 관절이 있는 로봇 팔을 환자와 떨어진 곳에서 콘솔을 이용해 평면 화면이 아닌 직접 뱃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3D 화면을 보면서 수술을 진행한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된 고화질 화면을 보면서 육안으로 보기 힘들었던 혈관까지 잡을 수 있어 절제에 큰 도움이 된다"며 "로봇 팔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고, 특히 방광 재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 로봇 수술을 정착시킨 1세대 의사로 2007년 국내 처음으로 로봇 수술로 방광을 적출했고, 같은 해에 아시아 최초로 로봇 정방위성방광대치술에 성공했다.

아시아 최초로 모든 단계에서 로봇 수술 시행

로봇 수술의 등장으로 근침윤성 방광암은 혁신을 맞았다. 개복 하에 이뤄지던 1단계 방광 절제술과 2단계 임파선 절제술이 로봇 수술로 가능해진 것. 다만 복부에 6~7cm 정도를 최소 절개해 장을 체외로 시행하는 요로전환술의 경우 로봇 수술로는 한계가 있어 개복 하에 실시한다. 현재 국내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 병원에서는 로봇 수술과 개복 수술을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수술로 진행한다.

하지만 강 교수는 하이브리드 수술 방식에도 문제점은 있다고 생각했다. 근침윤성 방광암 수술 후 생기는 크고 작은 합병증 발생률은 60~70% 정도였다. 출혈이 적은 만큼 수혈도 줄었고, 회복도 빠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병증은 줄지 않은 것이었다.

강 교수는 "근치적 방광암 절제술에서 합병증 대부분은 장을 자르고 이으며 방광을 만드는 마지막 3단계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1, 2단계에서 아무리 로봇 수술을 잘해도 3단계에서 개복 수술을 하니 로봇 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 교수는 방광암 수술의 세계적 메카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가주 대학병원에서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인 Inderbir Gill 교수와 함께 '로봇을 이용한 총 체내 요로전환술' 개발에 착수했고, 2011년 아시아 최초로 '로봇 총 체내 요로전환술'을 성공시켰다.

합병증과 사망률 낮추는 체내 로봇 수술

근침윤성 방광암 수술의 1, 2, 3단계를 모두 로봇으로 체내에서 실시하는 것을 '로봇 근치적 방광 절제술 및 총 체내 요로 전환술'이라고 하는데, 강 교수는 2023년 현재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인 근치적 방광 절제술 300례, 총 체내 요로전환술 230례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방광암 로봇 수술의 세계적 대가로 위상을 굳히고 있는 셈이다.

강석호 교수의 방광암 수술 이야기

방광암 사진
  • 방광암 환자는 남성이 4배 이상 많다. 왜 그런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가장 유력한 위험인자는 흡연이며, 그 외에는 직업적으로 타이어나 페인트 냄새, 화학제품 등을 오래 접하면 방광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반면 예후나 경과는 여성이 더 좋지 않다. 여성의 방광암은 진단 당시 병기가 높고,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해부적 구조가 감염에 취약해 방광염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연구 결과 혈뇨가 생긴 다음 병원을 방문하는 기간이 남성보다 여성이 6개월가량 늦다.

  • 로봇 근치적 방광 절제술 및 총 체내 요로전환술의 장점은?

    로봇 수술은 수혈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장이 대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없어 이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줄이고 빠른 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상처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를 뿐 아니라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다. 또한 전립선 주변으로 지나가는 신경혈관다발을 정밀하게 보존할 수 있어 성 기능 보존에 유리하다. 신방광조형술의 경우 새로운 방광과 기존의 요도를 보다 정밀하게 연결할 수 있어 수술 후 요도 카테터를 조기에 제거해 퇴원을 앞당길 수 있고, 요실금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소 침습적 장점 덕분에 특히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방광암 수술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

  • 로봇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나.

    사실상 로봇으로 하지 못하는 수술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개복에서 하지 못하는 수술을 로봇으로 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수술 전 방사선 치료를 했을 때는 개복 수술이 위험하다. 잘못하면 방광 뒤쪽에 있는 직장이나 주요 혈관이 다칠 가능성이 있다. 로봇으로는 더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다만 상처가 많은 환자는 힘들다. 폐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경우라면 복강경 수술 시 폐가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로봇 수술이 가능하다.

  • 방광암에서 다학제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방광암 치료에서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분석하니 원인은 재발이었다. 수술 부위는 잘 재발하지 않는데, 실패하는 이유 대부분은 전이였다. 방광암은 굉장히 공격적인 암이다. 수술이 늦어지면 전이가 많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미세 전이가 거의 50% 가까이 된다고 본다. 수술 전 미세전이가 있을 확률이 50%이기 때문에 수술 전에는 반드시 3개월간 항암 치료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약 8%의 생존율 향상을 보였다. 항암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반드시 항암 치료를 하고 나서 수술을 하는 게 지금의 표준이고, 그런 이유에서 다학제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 안암병원이 근침윤성 방광암 수술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로봇 수술은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수술을 도와주는 팀이 고도로 숙련돼야 하고, 전문 간호팀도 잘 구성돼야 한다. 특히 수술이 길고 난도가 높아 손발이 맞지 않으면 리듬이 끊어진다. 수술 후에는 병동에서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방광암 환자는 전문 간호사가 따로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이런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이어지고 있다.

  • 방광암 치료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수술법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로봇 수술도 발전하고 있고, 이제 구멍도 몇 개 뚫지 않는다. 단일공 수술도 도입돼 이미 안암병원에서는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향후에는 상처가 없는 수술도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방광암에서도 면역 치료법이 도입되면서 매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표적 치료나 유전자 치료 등도 적용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도 발전 중이다. 예전에는 일정한 선량으로 치료하다 보니 피부나 직장이 다치기도 하고, 합병증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방광만 집중해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환자에게 맞는 맞춤 치료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 방광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먼저 혈뇨가 있을 때는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정기 건강검진이 중요하고, 위험 요인들은 피해야 한다. 방광암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간접흡연 역시 피해야 한다. 그 외에 직업적으로 화학약품이 노출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주 환기하고 잘 씻어야 한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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