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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서스펜스와 로맨스를 한번에
짜릿한 여름을 위한 뮤지컬 2선

예술계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작품을 다른 장르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19세기 베스트셀러 소설이 20세기 스크린을 거쳐 21세기 무대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식이다. 올여름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두 편의 원 소스 멀티 유즈 뮤지컬이 한국 팬을 찾는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가면 속에 감춰진 아련한 러브 스토리

연극 피와 씨앗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오페라극장 지하 물길. '유령'이 숨어 지내는 장소이자, '크리스틴'과의 비극적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에스앤코

마침내 한국어로 노래하는 유령이 온다!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걸작 '오페라의 유령' 얘기다. 이 작품은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세계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공연됐다. 세계 뮤지컬의 중심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35년 간 쉼 없이 무대에 올라 기네스북 공인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록도 세웠다. 그 사이 한국에서도 여러 번 공연됐지만, 한국어 공연은 2001년과 2009년 두 차례뿐이었다. 그 외 공연은 영어로 진행됐다. 올 7월, 14년 만에 개막하는 우리말 공연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뮤지컬의 출발점은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1868~1927)의 동명 추리소설. 작품 제목 때문에 종종 이 작품을 오페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극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뮤지컬이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포스터
7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포스터 ⓒ에스앤코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에스앤코

배경은 19세기 프랑스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이 건물 지하에 숨어사는 괴신사 '유령'(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과 프리마돈나를 꿈꾸는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송지수, 송은혜),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송원근, 황건하)의 삼각관계가 화려한 무대와 주옥같은 선율을 타고 흐른다.

유령'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이번 작품에서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괴신사 '유령'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에스앤코

먼저 가르니에 오페라극장에 대해 살펴보자. 1852년 프랑스 황제로 즉위한 나폴레옹 3세는 이듬해 파리 현대화 사업을 단행한다. 그 일환으로 주택과 상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던 구시가지를 밀어내고 1만 2,000㎡(약 3,630평) 부지에 호화롭고 화려한 오페라극장을 짓는다.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를 맡아 1862년 착공한 이 극장은 1870년 나폴레옹 3세가 실각하고도 5년이 더 지난 1875년에 준공됐다. '오페라의 유령' 모티프가 된 것은 1896년 바로 그곳에서 벌어진 사고다. 오페라극장 천장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 하나가 떨어져 관람객이 사망한 것. 당시 프리랜서 기자였던 르루는 취재차 현장을 방문했다가 오페라극장 지하에 길이 50m, 폭 25m, 깊이 3m의 거대한 저수조가 있는 걸 발견했다.

알고 보니 극장 건축 당시 땅 밑에서 물웅덩이가 계속 발견돼 어쩔 수 없이 저수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르루는 여기서 착안해 극장 안 비밀 공간에서 유령처럼 숨어사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구상했다. 이 작품에서 극장 지하에 있는 물길은 초월적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로 쓰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널리 알려진 건 1막 마지막 장면. 크리스틴이 라울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유령이 질투에 휩싸여 샹들리에를 무대에 떨어뜨리고 혼란을 틈타 크리스틴을 납치하는 대목이다. 바로 여기까지는 소설과 뮤지컬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소설은 유령의 불행을 부각하지만, 뮤지컬은 미스터리한 유령의 선악과 미추(美醜)를 극명하게 대비하며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6,000개에 달하는 비즈가 반짝이는 거대 샹들리에와 의상 230벌, 가발 111개, 촛불 281개를 동원해 꾸민 압도적인 무대가 일품이다. 이 작품은 뮤지컬의 큰 인기에 힘입어 2004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모범 사례인 셈이다.

  • 일시 7월 14일~11월 17일,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토·일·공휴일 오후 2시, 7시
  • 장소 샤롯데씨어터
  • 문의 1577-3363

뮤지컬 '레베카' 감동적인 로맨스,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레베카' 무대 모습
2021년 공연된 뮤지컬 '레베카' 무대 모습. 음산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EMK Musical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의 할아버지는 당대 최고 만평 작가였다. 부모 또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였던 터라 모리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알코올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일중독자 어머니로 인해 외롭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레베카' 10주년 기념 포스터
뮤지컬 '레베카' 10주년 기념 포스터.
ⓒEMK Musical
'레베카'의 한 장면
2019년 공연된 뮤지컬 '레베카'의 한 장면. 이 작품의 주된 배경인 맨덜리 저택이 불타고 있다.
ⓒEMK Musical

모리에는 성인이 된 뒤 자신의 힘으로 명사 반열에 오른다. 우아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그가 1938년 출간한 '레베카'는 '서스펜스의 거장' 영화감독 알프레도 히치콕(1899~1980)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히치콕이 이 작품을 원작 삼아 만든 영화 '레베카'는 1941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그 얼마 뒤, 독일에서 한 소년이 이 영화를 봤다. 후일 극작가가 된 미하엘 쿤체(1943~)다.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신영숙 배우
2019년 뮤지컬 '레베카'에서 배우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모습. 신 씨는 이번 공연에서도 '댄버스 부인'으로 무대에 선다. ⓒEMK Musical

쿤체는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레베카'를 뮤지컬로 만들어 2006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을 선보였다. 소설로, 영화로 이미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은 뮤지컬로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스토리만 보면 영화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무대예술의 극적 장치가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히치콕이 흑백 영화로 연출한 서스펜스는, 무대 위에서 감각적 조명이 만들어내는 색채 대비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으로 한층 입체화됐다. 이 작품의 묘미는 극이 끝날 때까지 여주인공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 여주인공은 '나(Ich·독일어의 1인칭 대명사)'로만 존재하고 이 작품 제목이기도 한 또 다른 주인공 '레베카'는 등장조차 않는다.

'나'(김보경, 이지혜, 이지수, 웬디)는 부유한 신사 '맥심 드 윈터'(류정한, 에녹, 테이, 민영기)의 아내다. 몬테카를로 여행 도중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나'를 만난 맥심은 곧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20일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 '나'는 한동안 맨덜리 저택에서 행복한 신혼을 보내지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 작품의 서스펜스가 시작되는 건 그 이후부터다.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옥주현, 신영숙, 리사, 장은하)은 자신이 모시던 '레베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나'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와 벼랑 끝 싸움을 시작한다. 이 작품의 백미는 '3옥타브 솔'까지 올라가는 댄버스 부인의 초고난도 뮤지컬 넘버 등 강렬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 연출.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작으로 관객에게 더욱 압도적인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일시 8월 19일~11월 19일, 화·목요일 오후 7시 30분 / 수·금요일 오후 2시 30분, 7시 30분 / 토·공휴일 오후 2시 30분, 7시 30분 / 일요일 오후 3시
  •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 문의 1544-1591
  • EDITOR: 황승경
  • 이미지 제공: 에스엔코,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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