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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문의들에게 전수하는
고난도 대장암 수술

김진 교수(1)

내장 모식도 화면 앞에 선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 교수.

대장암 치료에서 재발은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의료진에게는 치료 난이도가 높아지고 환자들은 절망에 빠지기 쉽다. 난치성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가 고려대 안암병원에 있다. 이 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 교수는 재발성 대장암을 수술할 수 있는 세계에서도 희귀한 전문의다. 김 교수를 만나 대장암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대장은 충수, 맹장, 결장, 직장, 항문관으로 나뉘는데, 이 중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대장암이라고 한다.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 부르고, 이를 통칭해 결·직장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장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는 암이 생긴 위치와 병기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우측 대장에 암이 생기면 증상이 비교적 늦게 나타나고, 배에 혹이 만져지거나 체중 감소, 빈혈 증상, 또는 우하복부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좌측 대장은 비교적 일찍 장이 좁아지고 배에 가스가 차고 아프기도 하며, 변이 가늘거나 잘 안 나오고 항문에 피가 보인다. 항문 바로 안쪽인 직장에 암이 생기면 변이 자꾸 마려운데 잘 안 나오거나 가늘게 나오고, 붉은 피가 나오는 등 뚜렷한 증상이 비교적 일찍 나타난다.

결장암보다 직장암 수술이 더 어려워

대장암은 크기가 아니라 종양이 조직을 침투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결장암 2·3기에서는 근치적 수술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고, 직장암 2·3기에서는 근치적 수술 후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 또는 수술 전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경우에 따라 병용)을 쓴다. 대장암 4기에서도 환자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선택한다.

대장 내부
내시경을 통해 본 대장 내부.

대장암의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대장암 수술은 종양을 중심으로 원부위와 근부위 양방향으로 대장과 림프절을 절개한다.

결장암과 직장암은 수술 난이도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김 교수는 "해부학적 특징에 따라 결장암은 공간이 넓어 비교적 수술이 용이한 반면 직장은 골반 안에 갇혀 있고 다른 장기와 혈관이 이어져 수술이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직장암은 결장암에 비해 수술 후 삶의 질은 물론 간이나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사망률도 더 높다는 것이다.

직장은 전립선과 방광 등이 함께 있는 골반강이라는 좁은 동굴 모양의 뼈대에 들어있고, 신경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직장암 수술에서는 고난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결장암 역시 초기 단계를 벗어나면 치료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수술 후 3기 직장암 5년 생존율이 약80%, 4기 직장암이 25%를 웃돌아 국내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다.

대장암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을 막는 것이다. 대장암은 수술 이후에도 수술한 부위에서 또 다시 암세포가 발견되거나 림프절과 혈관을 통해 간과 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 첫 수술 단계에서 재발을 막기 위해 종양의 직접 조작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수술 면을 통해 박리해야 하며, 최대한 깊은 부위의 림프샘들까지 제거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장암은 3~5년 내 10~50% 정도가 재발한다.

김 교수는 "재발은 크게 국소 재발과 원격 재발 두 가지가 있는데, 원격 재발은 수술한 부위가 아닌 간이나 폐로 전이된 것이고, 국소 재발은 수술한 자리에서 다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소 재발의 경우 기본적인 수술 후 항암 치료나 다른 치료를 시행한 곳을 다시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유착 등의 이유로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암에서 국소 재발률은 보통 5% 이내로 안암병원은 수술한 환자를 다시 수술하는 경우가 드물다.

재발성 대장암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술 후 정기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대장암 수술 후 3년 동안은 3~4개월에 한 번씩 흉부 X선 검사, 복부/폐 CT 촬영, 초음파, 종양 표지자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추적 검사를 지속한다면 재발성 대장암의 80%를 2년 이내에 발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재발성 대장암 환자들은 치료를 받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항문을 없애는 것 아닌가 하는 등 여러 가지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치료는 반드시 치료할 수 있는 시기에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치성 대장암 수술, 해외에서도 의뢰 이어져

김진 교수(2)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 교수가 대장암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발성 대장암은 일반 대장암보다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김 교수는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의다. 김 교수는 재발성 대장암을 수술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세계 각국에서 김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 교수의 수술 성적이 세계 유수 병원의 성공률인 40%를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열린 '2022 대한대장항문학회 국제학술대회(ICRS 2022)'에서 '괄약근간 절제술을 포함한 복강경 전 직장간막 절제술(Laparoscopic Transabdominal TME with Intersphincteric Resection)'을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로 시연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해 암을 제거한 후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며 괄약근간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김 교수는 3D 입체화면을 통해 정밀한 수술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거의 모든 대장암을 3D 복강경 수술법으로 치료한다. 큰 절개를 내고 손으로 직접 수술하던 개복수술과 달리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이산화탄소를 넣어 그 안으로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수술 방법으로 '최소 침습 수술'이라고도 한다. 전통적인 개복수술보다 흉터와 통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일반 복강경 수술과 달리 김 교수의 3D 복강경 대장암 수술법은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상을 보며 수술을 시행한다.

김 교수는 "기존에 쓰던 복강경은 하나의 렌즈로 평면으로 보는데, 실제로 보는 것보다 깊이감이 떨어지고 머리에서 한 번 다시 해석하다 보니 바늘을 잡을 때 어느 쪽을 향하는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며 3D화면을 이용하면 "직관적인 판단에 따라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장기를 비롯해 혈관의 위치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출혈이 줄어들고 수술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3D 복강경 수술법의 장점을 소개했다.

생존율 높이는 3D 복강경 대장암 수술

3D 복강경 대장암 수술법은 환자들의 조기 퇴원을 돕고 후유증과 합병증도 최소화했다. 특히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가 힘들었던 환자에게까지 수술이 가능해져 환자 수술 폭이 넓어졌다. 환자 생존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김 교수는 "숙련도가 필요한 수술법이기 때문에 시술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0년째 3D 복강경 대장암 수술법을 시행 중이며, 현재 2,500례 가량의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 교수는 "안암병원에서는 3D 복강경 대장암 수술이 표준 술기로 자리 잡았고, 향후에는 외과 의사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본 장비가 될 것"이라며 "사각 해소는 물론 해상도도 높아지고 있어 더 많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장암 5년 생존율은 세계 1위다. 그 비결은 역시 대장암 조기 발견과 치료 방식의 발전에 있다. 대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반드시 알아야 할 대장암 예방법'에 대해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로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무엇보다도 '제때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암이 재발을 했더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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