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방암 환자,
하루 만에 검사·수술일 확정 가능
유방암 검진을 위한 유방 촬영 모습.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한국 여성은 유방 조직 치밀도가 높으니 유방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지난해 11월 40세 이하 젊은 여성 유방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을 개설했다. 가정과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의 여성들을 위해 하루 만에 진료, 검사, 수술 날짜 확정까지 가능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 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나 젊은 유방암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20대 후반 여성 A씨는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이미 임파선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젊을 때 생긴 유방암은 공격적인 특징을 보여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재발률과 사망 위험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지만, 몇 주에 걸쳐 검사받고 수술대에 누울 생각을 하니 회사에 뭐라고 해야 하나 걱정부터 들었다. 검사를 마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릴지 모른다는 병원 직원의 설명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방문하면 당일 검사 및 다학제 진료를 진행해 신속하게 치료 방침을 정하고 최소 일주일 내로 치료를 시작하는 대학병원이 있다는 것. 곧장 A씨가 찾은 곳은 고려대 구로병원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료가 이뤄지는 이 클리닉에서는 40세 이하 젊은 여성 유방암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A씨가 클리닉을 처음 방문한 것은 3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진료 직후 자기공명영상법(MRI)검사가 진행됐고, 9개 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도 당일 이뤄졌다. 하루 만에 검사와 수술 날짜 확정이 가능하다는 병원 측 설명 그대로였다. 그로부터 2일이 흐른 금요일, A씨는 3㎝에 이르는 암 덩어리를 가슴에서 떼어내는 수술을 마쳤고 이틀 후 퇴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유방암 의심 환자도 당일 조직검사 가능
유방암은 중장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5월 발표한 '유방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보면 2021년 새롭게 유방암 진단을 받은 20대는 1,039명으로, 2017년(844명)보다 23.1% 가량 늘었다. 30대 유방암 환자도 2021년 1만 1,777명으로 2017년(1만 1,211명)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이하 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우영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40세 이하 여성은 유방암 위험에 대해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방암이 젊은 여성을 피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40세 이하 젊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유방암은 진행이 빠르고 치료가 어렵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이나 유전성 유방암의 경우 치료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젊은 여성은 유방 조직이 치밀해 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안타까운 일이다. 40세 이하 여성은 출산, 육아 및 사회적 활동 등으로 한창 바쁜 경우가 많다. 자기 건강을 챙기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 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건 큰 부담이 된다. 최신 의료기술 덕분에 유방암 치료 기간이 많이 단축됐다 해도 환자로서는 더욱 빨리, 좀 더 간편하게 치료를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 우리 클리닉의 강점은 유방암 환자가 내원하면 당일에 진료, MRI 검사, 다학제 진료, 수술 스케줄 확정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 또한 다학제 진료 이후 일주일 안에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가 수요일 오전 내원한 경우 오전 10시 30분 전까지 외래진료를 한다. 이후 바로 MRI 촬영을 하고 그 판독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진료 방향과 목표를 정하며 수술 일정을 확정하는 다학제 진료를 한다. 그 결과를 당일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내한다.
물론이다. 유방암이 의심되는 40세 이하 여성이 우리 클리닉에 오면 당일 바로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우리 클리닉은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을 갖추고 최적의 치료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덕분에 암환자가 감수해야 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생기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내원 후 일주일 안에 치료가 시작되도록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년간 다학제 진료, 환자 정서까지 케어
가임력 보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클리닉에 오면 유방내분비외과를 비롯해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9개 진료과 전문 교수진에게 동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검사부터 진단, 치료, 재활 및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한 자리에서 검토하고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환자가 진료과를 여기저기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암은 병기에 따라 치료방법이 결정되는 반면, 유방암은 고려해야 할 인자가 매우 많다. 다른 암에 비해 수술 및 항암치료가 더 까다롭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가 함께 치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 클리닉은 다학제 접근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유방암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올해로 제도 도입 15년을 맞으며 다학제적 접근이 성숙기에 도달한 상태다.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고도화된 것은 물론 수술 전과 후, 젊은 여성을 위한 통합치료 시스템도 주 2~3회 실시하게 됐다. 여러 의사가 한데 모이는 형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부 병원의 '협진'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실질적인 다학제 진료 덕분에 고려대 구로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는 적정성 평가에서 유방암 부문 모든 평가 지표 100점 만점을 받으며 4년 연속 1등급을 달성했다.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유방암 치료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심리적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클리닉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에 참여해 환자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낮추고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다"고 강조했다.
유방암 수술 치료는 유방에 대한 수술과 겨드랑이 림프절에 대한 수술로 이뤄진다. 유방 수술은 다시 유방보존수술과 유방전절제술로 나뉜다. 유방전절제술은 수술 상처가 보존 수술에 비해 크고 중앙에 위치하므로 미용 면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요즘에는 수술 부위를 유방 밑이나 겨드랑이 쪽으로 옮겨 시행하는 내시경 및 로봇수술이 활용되는 추세다. 내시경 및 로봇수술은 고해상도 카메라와 단일공 로봇을 이용함으로써 세밀하고 정확해 수술 상처가 작고 비침습적 수술이 가능해 미용적 만족도는 물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은 곽청술(郭淸術·청소술)이라고도 한다. 최근엔 영상학적 검사나 진찰 과정에서 림프절 전이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 방사선 동위원소 또는 염색약을 이용한 감시림프절 생검술로 대체할 수 있다. 림프절 전이가 1~2개 있어도 범위가 크지 않거나 겨드랑이에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경우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을 생략하기도 한다.
우리 클리닉을 통해 최신 연구와 치료법 개발을 이뤄내는 것이다. 유방암은 치료법 개발이 가장 빠른 암 중 하나다. 우리 클리닉은 환자들이 신약의 기회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임상, 신약 개발, 난치성 유방암 치료 연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정밀 유전체 센터와 가임력 보존 클리닉이 참여해 유전자 검사 및 상담, 항암치료 전 난자 및 배아와 난소 보존 등을 연구 중이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은 연구와 진료를 함께 함으로써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진료에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및 사회사업팀과 긴밀하게 협력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중장년 여성 유방암 클리닉, 고령 여성 유방암 클리닉 등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유방암 치료 영역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유방암 자가검진 최적 시기는 생리 직후
한국 여성은 유방 조직 치밀도가 높아서 암이 생겨도 맘모(mammo·유방촬영)를 통해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유방 초음파 검사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또 젊은 환자에게 생기는 유방암의 경우 유전성이 두드러진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는 유방암 고위험 환자를 사전에 스크리닝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정밀 유전체 센터를 통해 유전적 요인을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안한다.
생리 주기와 상관없는 유방통, 유방염, 유두 분비물, 피부 이상, 덩이가 만져지는 등의 증상이 있거나 사촌 이내 가족 가운데 누구라도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난소암 등을 진단받은 이력이 있다면 유방 촬영술 및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40세 이하 여성에게는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증상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검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유방 건강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드린다. 국내 40세 이하 유방암 환자 발생률은 서구에 비해 높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유방암은 대부분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다. 있다 해도 통증 없는 멍울이 만져지는 정도다. 이때 자가검진을 통해 멍울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자가검진 시기는 매월 생리가 끝나고 2~7일 후가 가장 적절하다. 유방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가검진을 할 때는 멍울이나 통증이 느껴지는지,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함몰이 있는지, 유방 피부와 크기, 위치 등에 변화는 없는지 등을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
폐경 이후 여성의 경우 매월 1일 또는 15일 등 특정한 날을 정해 자가검진하는 게 좋다.
유방암이 진행되면 유방뿐 아니라 겨드랑이에서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심하면 유방 일부가 움푹 파이거나 유두가 함몰되는 경우도 생긴다. 멍울이 잘 만져지지 않는 염증성 유방암은 피부가 빨갛게 붓고 통증이나 열감이 있어 마치 염증이 생긴 것처럼 느껴진다. 뭔가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기에 발견할수록 수술 후 재건시술 용이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할 경우 비교적 치료가 수월하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을 보면 암세포가 극히 일부에서만 발견되는 0~1기의 경우 98%, 1~2기의 경우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환자에게 정신적, 심리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유방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치료 후 재건시술을 하기도 용이하다.
하지만 발견이 늦어져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질 때(4기)까지 방치된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40% 이하로 떨어진다. 환자 10명 중 6명이 5년 내 사망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처럼 악화되기 전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자가검진과 유방촬영, 의사 진찰 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EDITOR: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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