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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고려대병원으로 온 명의들 ①

'초음파 뇌수술' 분야 명의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환자에게 떨림 없는
일상 찾아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장진우 교수(1)

뇌수술만 7,000차례 이상 실시해 풍부한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3월부터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장진우 교수는 국내 진전증 치료 분야 최고 권위자다. 복잡한 신경세포가 얽혀 있는 뇌수술만 7,000차례 이상 실시해 풍부한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장 교수를 만나 진전증 증상, 원인과 최근 수술법 등에 대해 들었다.

손, 머리 등 신체 일부나 몸통, 목소리 등이 떨리는 증상인 진전증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에서 발견되며, 최근에는 20대 환자도 종종 발생한다. 과거에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전 연령층에서 발병한다. 학계에서는 국내 진전증 환자 규모를 약 50만 명으로 추정한다.

진전증은 흔하다 보니 자칫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으나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손이 심하게 떨리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숟가락 들기, 물컵 잡기 같은 일상적 행동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초음파를 활용한 뇌수술에 성공해 진전증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인물이다.

1994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조교수가 된 이후 올 2월 정년퇴임하기까지 7,000차례 이상 뇌 수술 경험을 쌓으며 이 분야 최고 권위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런 장 교수가 3월부터 고려대병원으로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계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초로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성공

진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장 교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유전이지만, 모든 진전증이 유전되는 건 아니다"라며 "예민한 성격이나 생리적 원인, 감기약 등 각종 약물 부작용으로도 진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전증을 진단하려면 신경학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어 환자의 과거 병력 및 유전적 소인을 확인한 뒤 필요하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장 교수는 "진전증은 매우 천천히 진행하는 병이라, 예전엔 병이 상당부분 악화한 뒤에야 진단이 이뤄지곤 했다. 최근엔 다행히 진단기술이 발전해 좀 더 이른 시기에 진전증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진전증 환자 대부분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진전증 치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베타 수용체 차단제다. 긴장을 하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에게는 안정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단 약물 투여 목적은 증상 호전으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약물만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지나친 떨림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문제는 뇌와 관련된 수술이다 보니 의사와 환자 모두 부담이 적잖다는 점. 초기 진전증 수술법은 고주파를 이용해 뇌의 시상핵(視床核)을 응고시키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수술을 받은 환자 일부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널리 시행되지는 못했다.

이후 미세한 전극을 뇌의 핵 부위에 둠으로써 신경세포 활성을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수술법'이 개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날까지 진전증에 대한 가장 진보된 수술법으로 평가받는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이 개발됐다. 장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해 뇌를 절개하지 않고도 깊은 부위까지 고강도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 수술법을 2011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킴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초음파를 이용한 뇌수술 기법이 처음 개발된 건 1960년대다. 다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이 불가능했다. 2000년대 이후 컴퓨터공학과 영상 장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초음파 뇌수술의 임상 적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장 교수는 당시 선두그룹에 있던 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시대 흐름에 맞춰 초음파 임상연구를 하다가 자연스레 세계 최초의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장진우 교수(2)
3월부터 고려대 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장진우 교수는 "뇌에서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 수술함으로써 진전증 환자에게 떨림 없는 일상을 찾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두개골을 절개해 뇌를 노출시킨 상태로 진행하는 이른바 '개두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장 교수는 "머리를 열지 않고도 뇌수술을 할 수 있어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최근 장 교수는 진전증 치료에 처음 적용한 초음파 뇌수술 기법을 뇌암, 치매, 중독 치료 등에 적응하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다. 미국 치료초음파재단(FUS foundation) 연구비를 받아 초음파 뇌수술을 여러 임상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진전증 환자를 치료해온 장 교수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에 대해 묻자 그는 "수술 후 '이제는 짜장면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겠다'고 하시던 어르신"이라고 답했다.

"그분은 손이 워낙 심하게 떨려서 흘리지 않고 짜장면을 드시려면 그릇에 직접 입을 대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제게 '그동안 짜장면을 개처럼 먹어야 해서 힘들었다'고 하셨죠. '이제는 무엇이든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차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장 교수의 얘기다. 그는 "진전증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이 일상의 행복을 다시 찾도록 해드리는 게 의사로서 저의 사명이자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봄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새로운 '수술 인생'을 시작하며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그동안 꿈꿔온 세계 최고 수준의 '정위기능신경외과 수술센터'를 설립하고 싶다"는 것이다. 정위기능신경외과는 뇌에서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 수술적 방법으로 증상을 치료하고 개선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고려대병원을 세계 최고의 뇌수술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장 교수의 꿈이 이뤄져 뇌질환 환자들이 걱정 없이 치료받게 되는 날이 어서 오게 되기를 기원한다.

  • EDITOR: 박정연
  • PHOTO: 박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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