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보홀 청정자연에서 즐기는
아찔한 액티비티
보홀을 대표하는 다이빙 명소 발리카삭 풍경.
섬 주위로 필리핀 전통 배 방카가 떠 있다.
필리핀 세부와 보홀은 리조트에서 휴양하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섬이다.
그러나 최근 청정자연을 탐험하고 아찔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체험 관광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아마존처럼 울창한 숲이 펼쳐진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고 광활한 바다에서 고래상어, 거북이와 함께 헤엄칠 수 있는 필리핀으로 떠나보자.
영화 '아바타' 폭포와 계곡 다이빙
필리핀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과 봄이다. 날씨가 좋고 성수기인 여름에 비해 비교적 한가하며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달 '익스트림 레포츠'를 테마로 필리핀에 다녀왔다. 필리핀 제2의 도시이자 대표적인 리조트 휴양지 세부 남쪽에는 할리우드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영화 '아바타'(2009)를 만들 때 영감을 받은 울창한 숲과 폭포가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투말로그 폭포다. 관광지 입구에서 현지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약 10분을 달리면 절벽에서 계단을 이루며 떨어지는 웅장한 폭포를 만난다.
요즘 세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는 카와산 캐니어링(Kawasan Canyoneering)이다. 세부 남부 바디안에 있는 카와산 폭포 상류 계곡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레포츠다. 석회 성분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계곡물은 초록색 숲과 만나 신비한 터키색 혹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이 계곡에서 수중 미끄럼틀을 탄다. 절벽 바위에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리며 다이빙을 한다. 높은 나무줄기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유튜브 영상에서나 봄직한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다.
탐험은 계곡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헬멧과 구명조끼, 아쿠아슈즈 같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집라인(zipline)으로 계곡을 건너간다. 익스트림 레포츠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 예방. 관광객 1인당 현지인 가이드 한 사람이 배정돼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 주고 점프 요령도 가르쳐 준다. 물속에서 끌어주며 인도까지 해주니 어린이·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에메랄드빛 계곡물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스릴 만점 액티비티다.
가이드들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운 "상남자네요!", "대박!" 같은 서툰 한국말로 환호를 보내고 수중 액션 카메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준다. 가이드들의 응원 속에 계곡 코스를 완주하는 데는 약 3시간 걸린다.
계곡물에 둥둥 떠내려가다 보니 울창한 밀림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런 각도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상상이나 했을까. 자연에 파묻혀 하나 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고래상어와 헤엄을
세부 막탄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숍이 많다. 호핑투어(hopping tour)나 스쿠버다이빙을 신청하면 인근 연안에 있는 올랑고섬, 힐루퉁안섬 등의 포인트에 가서 열대어를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 말미잘 속에 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 주인공 물고기와 미동도 없이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잭피시 무리, 마리곤돈 동굴 입구로 비치던 신비스러운 푸른빛과 공기방울의 몽환적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막탄섬 인투더블루(In2theblue) 다이빙숍 조항태 강사는 "막탄 앞바다에 아름답게 보존된 산호 정원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섬 남쪽 해변마을 오슬롭에는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틀 무렵인 오전 6시. 벌써부터 관광객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동트기 시작할 때부터 정오까지가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해가 떠오르자 해변에서 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구명조끼를 입은 관광객을 태우고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진 바다로 나아간다. 자세히 보니 마을 주민들이 고래상어에게 밥을 주고 있다.
먼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사는 고래상어는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제공되는 밥을 먹으러 해변 가까이로 몰려든다. 고래상어는 커다란 입을 벌려 배 위에서 주민이 주는 새우 뭉치를 말 그대로 흡입한다. 고래상어가 식사를 하고 배 주위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옆에 있는 배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 함께 헤엄친다.
가까이에서 본 거대한 고래상어는 감동적이었다. 바닷물을 통과한 찬란한 빛이 고래상어 등 그물무늬 속 흰 점들에 일렁이는 물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상냥한 거인으로 불리는 고래상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다 자태까지 아름다워 인기가 높다.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 등에 실링 동전을 뿌려 놓은 것 같다'는 의미로 파파실링기라고 부른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가득 찬 듯 보인다'는 뜻에서 마로킨타나(많은 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슬롭 고래상어는 아침에 밥을 먹은 뒤 하루 종일 큰 바다에 나가서 놀다가 다음 날 아침이면 되돌아온다. 고래상어 덕분에 유명 관광지가 돼 먹고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고래상어를 소중한 가족처럼 돌본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보홀
세부에서 배로 2시간 거리인 보홀은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면적이 제주도 2배 크기로 부속 섬이 70여 개 딸려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관광지는 보홀 남서쪽 팡라오섬이다. 보홀국제공항도 팡라오섬에 있다. 이 섬의 가장 넓은 해변인 알로나 비치에는 길게 늘어선 야자수 아래 밤마다 테이블이 놓이고 망고주스와 해산물 요리를 먹는 관광객이 붐빈다. 알로나 비치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돌고래 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돌핀 워칭과 호핑투어,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고투다이브(Go2dive)'에서 배로 30여 분 거리 떨어져 있는 발리카삭섬은 보홀을 대표하는 다이빙 명소다. "바다거북이 동네 강아지처럼 돌아다닌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바다거북이 많은데, 필자 또한 발리카삭섬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거북이를 만났다. 발리카삭섬 수중 절벽에서 만난 바다거북의 등에는 빨판상어 2마리가 붙어 있었다. 고래나 상어 등에 붙어 찌꺼기를 받아먹으며 공생하는 생물이다.
육지 거북은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지만, 바다거북은 유연하게 생긴 날개를 휘저으며 '날아다닌다'. 헤엄치며 날아가는 바다거북 속도를 웬만한 다이버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저 손을 흔들어 잘 가라고 인사를 해줄 수밖에. 발리카삭섬에서는 스노클링을 하면서 수백만 마리의 정어리떼가 커다란 공모양으로 헤엄치며 이동하는 '사딘 런(Sardine Run)'도 볼 수 있다. 수심 2~3m로 얕은 곳을 다니는 정어리떼에 스킨스쿠버나 스노클링을 하면서 천천히 접근하면 수만 마리의 정어리떼가 다이버의 온 몸을 감싸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보홀은 육상에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모험을 즐기며 치유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보홀에서 사진촬영지로 가장 인기인 곳은 '초콜릿 힐'이다. 200만 년 전 광활한 평원에 형성된 원뿔형 언덕 1,200여 개가 모여 있는데, 모양이 키세스 초콜릿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건기인 12~5월에 보홀을 방문하면 언덕의 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한 초콜릿 언덕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건기인 12~5월에는 언덕 위 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해 진짜 초콜릿색 언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초콜릿 힐로 향하는 도로 양쪽에 자리잡은 '맨 메이드 포레스트'에는 고급 목재로 사용되는 마호가니 나무가 즐비하다. 근처에만 가도 피톤치드 향이 느껴져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숲이다. 보홀에서는 타르시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또한 유명하다. 몸집이 10cm에 불과한 작은 영장류인 타르시어 안경원숭이는 영화 스타워즈의 '요다'와 그렘린 속 '기즈모' 캐릭터 탄생에 영감을 준 존재다.
보홀의 '로복강'은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강이다. 로복강 크루즈를 타고 21km에 이르는 긴 강을 가로지르며 마주치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정글 사이를 흐르는 신비로운 녹색의 강을 따라가면 원시부족 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보홀의 '어드벤처 서킷'은 여행객들이 직접 ATV를 운전해 초콜릿 힐로 가까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보홀에서는 맹그로브 숲 터널 여행, 반딧불 체험, 자연보호 캠핑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지역 농민과 단체가 함께하는 특별한 미식경험도 즐길 수 있다.
열대 바다 별빛 야경 찍기
보홀에 가면 밤하늘 별 사진을 찍는 경험도 놓치지 말자. 필자는 보홀에서 고투다이브(Go2dive) 리조트에 묵었다. 저녁을 먹고 바닷가에 있는 리조트 선베드에 누우니 하늘 가득 총총한 별들이 보였다.
별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장소를 알려주는 특징적인 사물'을 사진 한 구석에 넣어주는 것이다. 밤 하늘 별만 찍으면, 나중에 그것이 강원도 평창에서 찍은 건지 필리핀 보홀에서 찍은 건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보홀 야경 사진에는 해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카 배를 배경으로 넣기로 했다.
최신형 갤럭시 폰을 갖고 있다면 사진 어플의 '천체사진 모드'를 활용하면 좋다. 사진 어플에서 '더보기'를 누른 후 'Expert Raw'로 들어가면, 오른쪽 상단에 북두칠성 같은 별자리 모양이 있다. 그것을 누르면 '천체 사진 모드'가 실행된다. 스마트폰이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벽에 기대 세워둔 채 촬영 버튼을 살짝 누르고 4분을 기다리자 스마트폰 카메라가 밤하늘 미세한 별빛까지 모두 잡아냈다.
- ARTICLE: 전승훈 동아일보 기자
- PHOTO: 전승훈 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