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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암, 최첨단 의학 기술로
조기 발견해 치료한다

박인혜 교수(1)

박인혜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성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면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다른 가족에게 유전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방암의 5~10% 정도는 유전성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자신에게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특정 유전자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인혜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암 조기 발견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는 최첨단 의료 기술에 대해 들었다.

40대 중반 여성 A씨는 1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A씨 어머니도 81세 때 유방에서 혹이 발견돼 진료를 예약했다가 암 여부를 확인하기 전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정황상 어머니 역시 유방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A씨는, 2대째 내려온 유방암이 딸에게까지 대물림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암은 크게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산발성 암'과 유전의 영향을 받는 '유전성 암'으로 구분된다. 유전성 암이 우려되는 사람이라면 고려대 구로병원이 지난해 11월 개소한 '정밀 유전체 임상의학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전체 임상의학은 첨단 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를 통합 관리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 발생을 예측함으로써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의학 분야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밀 유전체 임상의학센터는 두 개 클리닉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 '암유전체 클리닉 및 유전성 암 클리닉'과 '희귀 및 유전성 질환 클리닉'이다.

전자는 유전성 암 환자 가족의 암 발생 확률을 예측해 암 조기 발견과 생존율 향상을 목표로 한다. 박인혜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환자 각각의 특성과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한층 정밀하게 질병을 진단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 센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유전 정보 바탕으로 맞춤 치료

암의 원인은 '유전자 돌연변이'라고 들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뭔가.

일반적으로 DNA의 염기성분이나 배열 순서에 변화가 생겨 유전자의 기능이나 발현에 영향을 주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이것이 정자와 난자 등 생식세포에서 발생하면 자녀세대로 유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암을 유전성 암이라고 한다.

유전자 검사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에서 생기는 경우에도 질병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나.

그렇지 않다. 체세포에서 생기는 돌연변이로 해당 개체, 즉 당사자에게 종양이 생길 수는 있다. 다만 그 영향이 자녀에게까지 유전되지는 않는다.

많은 암 가운데 유독 유방암의 경우 유전성 암 발생에 대한 우려가 큰 듯하다.

유전은 대부분의 암에서 가장 큰 위험 인자다. 유방암의 경우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BRCA1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뒤 유전성 유방암 예방 목적으로 양쪽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된 게 아닐까 싶다. 현재 유전성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원인은 BRCA1, BRCA2 유전자 변이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최근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전체 유방암 가운데 유전성 유방암의 비율은 5~10% 정도에 불과하다.

BRCA1과 BRCA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왜 암이 생기나.

BRCA1과 BRCA2 유전자는 자외선이나 유해물질로 인해 정상 DNA가 손상될 때 수리하고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외부 자극에 취약해져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생기기 쉬워진다.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 유방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성 유방암은 일반 유방암과 다른 특징을 보이나.

보통 유방암은 한쪽 가슴에만 생기는데, 유전성 유방암은 양쪽에 다 생기는 경향을 보인다. 또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난소암 등 다른 암을 동반하기도 한다.

BRCA 변이 보인자, 유방암 확률 72%

의학 연구에 따르면 BRCA 변이를 가진 사람이 평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72%에 달한다. 2007년 미국임상종양학회지에 실린 조사 결과를 보면 BRCA1 또는 BRCA2 변이 보인자(保因者)가 7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유방암 발생률은 BRCA1 49%, BRCA2 35%였다. 난소암의 경우 BRCA1 39%, BRCA2 16%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유전자 검사에서 BRCA 변이 보인자인 게 확인되면 앞으로 암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미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도 유전자 변이 보유 여부를 확인해 다른 유방에 추가로 암이 생기지 않도록, 또 난소암 등이 동반되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 시스템"이라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밀 유전체 임상의학센터'를 방문하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나.

우리 센터에 오시면 먼저 유전 상담을 통해 내원객이 본인의 유전 정보를 이해하고 암 예방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전 상담 시에는 본인의 과거 병력과 가족 구성원의 암 발생 이력 등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가계도가 환자의 암 위험도와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예측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가계도는 추후 치료 방향과 계획을 설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계도 작성 후 환자 맞춤형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 결과가 나오면 전문의가 개별 상담을 통해 환자의 암 예방 및 향후 건강 관리를 돕는다. 추가적으로 가족 검사가 필요한 경우 동일한 절차를 따른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 있으면 검진 받아야

박인혜 교수(2)
박인혜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의 경우 25세부터 유방암 검진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족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모두 유전성 유방암 발생 위험이 크다고 봐야 하나.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유전성 유방암에 걸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맞다.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은 △가족 가운데 본인 포함 유방암 환자가 3명 이상인 경우 △가족 가운데 본인 포함 유방암 환자가 2명이고, 그 가운데 한 명이 50세 이전에 진단받은 경우 △본인이 유방암 환자이면서 가족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상피성 난소암, 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을 진단받은 경우 △본인이 유방암 환자이면서 상피성 난소암, 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을 진단받은 경우 △만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발생한 경우 △만 60세 이전에 삼중 음성 유방암이 발생한 경우 △양쪽 유방에서 암이 발생한 경우 △남성인데 유방암에 걸린 경우 △BRCA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환자의 가족인 경우 등이다. 본인이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암 예방을 위해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정기검진만으로도 충분하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예방적 수술이다. 젊은 여성은 출산과 수유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40~50대 이상이라면 양측 유방 절제와 난소 절제술 시행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적 방법은 시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유방과 난소를 영구적으로 절제하는 것인 만큼 개인의 건강 상태, 선호도 등을 고려해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둘째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호르몬제 '타목시펜'이 BRCA 변이 보인자의 유방암 발생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경구피임제가 난소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경구피임제를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암 발생 위험이 50%가량 낮아진다. 단 약물 복용 시 혈전 발생, 불규칙 월경, 얼굴 홍조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최선의 방향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방적 수술, 약물 치료 외 또 한 가지 선택지는 뭔가.

정기 검진이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유방암 검진 방법은 이렇다. 30세부터 매월 자가 검진, 35세부터 전문의 진료, 40세부터 유방 촬영이다. 만약 유전자 검사에서 BRCA 변이 보인자로 확인된다면 검진 시기를 25세로 확 앞당겨야 한다. 이때부터 매년 유방 촬영과 초음파 검진을 권고한다.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유방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하는 게 좋다.

난소암 정기 검진도 필요하다. 30세부터 매년 1~2회 난소초음파검사와 종양표지자검사(CA125)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암 가족력이 있다면 5~10년 정도 앞당겨 검진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BRCA 변이 보인자는 정기 검진 및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적절한 의료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 EDITOR: 김건희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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