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처지고 물체가 두 개로?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증근무력증 Q&A
소정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갑자기 근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특히 아침과 저녁에 증상 차이가 크다면 중증근무력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근무력증은 이름 그대로 근육에 힘이 실리지 않는 질환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요즘 기력이 떨어졌나 보다", "피로 때문인지 몸이 예전같지 않네" 생각하고 가벼이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중증근무력증은 몸의 면역체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증상을 개선하려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소정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중증근무력증의 특징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50대 여성 김모 씨는 최근 눈꺼풀이 무겁게 늘어지며 눈이 잘 떠지지 않는 증상이 생겼다. 언제부턴가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도 나타났다. 오후가 되면 다리에 힘이 풀리고 피로가 극심해졌다. 아무리 눈을 치켜떠도 자꾸 저절로 감겨 동료들에게 '졸려 보인다'는 말을 듣는 일이 잦아졌다.
김씨는 갱년기와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노화 현상인가 싶어 체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음식을 삼키기도 어렵고, 빗질을 하는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빗을 떨구기까지 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중증근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소정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 초기 증상은 피로나 일반적인 신경질환과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곧 괜찮아지겠지' 하며 시간을 보내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이 질환에 관심을 갖고,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외부 세균 및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오히려 나를 공격하는 바람에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의 한 종류다. 인구 10만 명당 10~13명 정도에게 발생하며, 첫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여성 20~30세, 남성 50~60세가 가장 많다. 40세 이전에는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3배 더 많지만, 40대 이후에는 남성이 1.5배 많다. 전염성 질환이 아니고, 직접적으로 자녀에게 유전되지도 않는다.
출처: Almeida, Diogo Fraxino de et al. "Ice pack test in the diagnosis of myasthenia gravis." Arquivos de neuropsiquiatria 66 1 (2008): 96-8 .
구체적으로 보면 신경과 근육이 연결되는 부위인 '신경근육접합부'의 기능 장애다. 근육 종판에는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 전달물질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에 대한 비정상적인 자가항체가 형성되면 아세틸콜린이 결합하지 못해 신경근육접합부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 종판이 파괴된다.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신경근육접합부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근육 종판에 있는 주름이 단순하고 납작하게 변하고 아세틸콜린 수용체 수가 감소한 게 확인된다.
현저한 근력 약화, 아침저녁 증상 다르면 의심 필요
눈에서부터 이상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안검하수(눈꺼풀 처짐)와 복시(사물이 겹쳐 보임)가 흔히 나타난다. 근육 마비로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거나, 말소리를 잘 내지 못하게 되거나(구음장애), 팔다리 근력 저하(사지근쇠약)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횡격막근, 복부근, 늑간근과 심지어는 방광 및 항문의 외부괄약근을 포함한 신체 근육 대부분이 약해진다. 이 가운데 횡격막근과 늑간근이 심하게 약해지면 호흡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증상의 일중변동'이다. 하루 사이에 증세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근육 기능이 오전에는 괜찮다가 오후에 나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눈도 크게 떠지고 사물이 잘 보인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점차 눈꺼풀이 처지고 물체가 겹쳐 보인다면 중증근무력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몇 분 사이에도 증상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신경과를 찾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단 한쪽 눈으로 봤을 때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단안복시'의 경우 안과적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근육 피로현상을 유발해 질병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법으로 반복신경자극검사, 항콜린에스터라제검사, 얼음찜질 검사 및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 측정 등이 있다. 또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약 75%에서 가슴샘(흉선) 이상 소견이 관찰되기 때문에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도 실시한다.
중증근무력증 환자 가운데 약 15%는 안검하수와 복시 등 눈 관련 증상만 장기간 지속된다. 이를 안구형 중증근무력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2년 이상 눈 증상만 지속될 경우 전신형으로는 이행되지 않는 편이다. 반면 전신형 중증근무력증의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전신 근력이 약해지면서 낙상사고가 잦아지고, 호흡근까지 마비돼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경과가 호전되는 환자가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연적으로 질병이 완전히 치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증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증상이 나빠질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면 보통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 단 중증근무력증 환자가 감염증처럼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걸리거나 수술을 받을 경우, 증상이 급격히 악화해 심한 경우 호흡 마비가 발생하는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증근무력증 특징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 투여, 면역요법, 혈장분리교환술,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등이 있다.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면서 거의 모든 중증근무력증 환자 증상을 부분적이나마 호전시킬 수 있는 약물이다. 일부 환자는 이 약물 단독 사용만으로도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회복될 수 있다. 또한 가슴샘(흉선) 이상 증상이 관찰되면 수술적 절제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흉선절제는 60세 이하의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 양성 전신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적절한 치료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증근무력증이 진행되면서 호흡근 마비가 발생해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의학기술 발달과 효과적인 약물 개발로 최근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에는 중증근무력증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중증근무력증은 전신적인 질환 및 수술로 인해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이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일부 환자는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데 이 경우 치료 약물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중증근무력증 환자가 신경근육접합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와 몇 가지 부정맥 치료 약물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면역요법 등으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이런 약물을 병용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