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10년 새 3배 증가,
최고의 예방법은 '관심과 관찰'
피부암은 말 그대로 피부에 생기는 암이다. 환자들이 다른 암처럼 위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피부암도 흑색종처럼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 있다. 흑색종은 발견 시기를 놓치면 전이가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다. 고려대안암병원 피부과 서수홍 교수는 "평소 자신의 피부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체 피부 조직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통각, 촉각, 압각 그리고 온도를 느끼고 필요에 따라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수축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또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맞춰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세균이나 화학물질, 물리적·화학적 외상, 열, 그리고 자외선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 햇빛을 받으면 칼슘과 인의 대사를 조절해 비타민D를 생성하고, 피부의 진피층에 존재하는 림프구와 비만세포, 단핵 식균세포, 가지세포 등은 면역학적 방어 기능을 수행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는 피부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 등 세 가지다.
기저세포암은 표피 가장 아래층에 있는 기저세포가 변이해 발생하는 것으로 가장 흔한 종양이다. 강한 자외선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과는 달리 방치하면 림프절 및 원격 전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위험하다. 각질이 동반된 부스럼처럼 보이는 병변이 없어지지 않거나, 피부 궤양이 낫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의심해봐야 한다. 흑색종은 피부암 중에 가장 악명이 높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 예후가 나빠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된다. 흑색종은 불특정한 색소를 띤 점이 ▲크기가 6mm 이상이거나 ▲비대칭적인 모양을 가지는 경우 ▲점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불규칙한 경우 ▲색깔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 ▲점의 색이나 크기가 수개월간 꾸준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경우 등에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피부에 관심을 갖고 피부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기저세포암은 완치율이 거의 100%에 달하고, 편평세포암도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흑색종은 깊이 침윤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전이되기 쉽고 항암치료를 필요로 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치료 방법은 병변과 주위 경계부위를 잘라내는 외과적 절제술이다. 수술로 피부 결손이 심한 경우에는 피부를 이식해 메워서 해결한다.
완치율이 가장 높은 수술은 모즈현미경도식 수술(모즈 수술)이다. 제거한 조직에서 종양세포가 남아 있는지 유무를 현미경으로 확인해가면서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종양 주위의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기능적으로나 미용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이 밖에도 긁어내기 및 전기지짐술, 냉동 수술, 광역동 치료, 방사선 치료, 국소 도포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어릴 때 '일광화상' 피부암 발전 위험
그렇다면 피부암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우선 평소에 없던 점이 눈에 띄거나 점이 빨리 커지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점에서 상처가 나서 잘 낫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피부암은 평범한 점, 반점, 검버섯, 습진, 상처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다. 통증, 가려움 등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수홍 교수는 "피부암은 점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몇 차례 레이저로 점을 뺐는데도 점이 다시 생기고 피가 난다면 무작정 레이저 치료를 계속 받는 것보다 피부과 전문의에게 상태를 알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피부암은 그동안 백인의 질환으로 알려져왔다. 백인이 유색 인종에 비해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적기 때문이다. 바깥활동을 즐기는 백인들의 특성도 작용한다. 우리나라도 캠핑과 등산, 여행 등 바깥활동 인구가 늘면서 피부암 환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부암 발생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암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낮은 편이다.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는 자외선이 가장 강한 시간대이므로 가급적 바깥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바깥활동을 하더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 20분 전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짜서 얼굴 전체 그리고 귀와 목에 꼼꼼히 펴서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 외에도 자외선을 피할 수 있는 양산이나 모자, 소매가 긴 옷, 그리고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되도록 피부가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번 강한 피부 손상이 오면 세월이 지나서 피부암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에서 강한 일광화상을 입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어릴 때 해수욕장에서 일광화상을 입었던 것이 청·장년기 이후에 피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 교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피부라고 보면 된다. 피부에 관심을 갖고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예후가 좋은 기저세포암도 오랜 시간 동안 그냥 놔두면 뼈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소 피부 상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얼굴, 목 등 햇빛 노출이 많은 부위에 의심스러운 색소 반점을 살펴봐야 한다. 피부를 만졌을 때 까슬까슬한 각질을 동반한 반점이 있을 때는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피부암 환자 89%가 50대 이상
피부에 무심하기 쉬운 노인층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피부암 연령별 환자 비율'에 따르면 50대 이상 환자가 89%를 차지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외선 노출이 쌓여 피부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통 피부암이 생기더라도 신체적 기능이 저해되지 않고 통증을 유발하지 않다 보니 피부암을 의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특히 노인 환자들이 뒤늦게 피부암에 걸려 병원을 찾으면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평소 부모님의 피부 관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피부 상태는 매일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만큼 변화를 빨리 감지할 수 있다"는 서 교수는 "피부암 예방법은 관심과 관찰이다. 평소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사용하면서 피부에 생긴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EDITOR: 임솔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