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마다가스카르 의료선교사 “오지 응급환자 구하는 '의료 특수부대' 만든다”
마다가스카르 한 오지 마을에서 아이의 다친 다리를 치료하는 이재훈 의료선교사.
아프리카 동남쪽 인도양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가 있다. 이곳에선 의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의사 수가 인구 10만 명당 18명에 불과하기 때문. 교통은 물론 의료 수준도 최악이다. 이런 오지에서 15년째 의술을 펼치는 한국인 의사 겸 선교사가 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의 섬 마다가스카르. 애니메이션 영화의 소재로도 쓰이면서 신비의 섬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동화 같지도, 신비롭지도 못하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오지 중의 오지에 산다. 병원에 한번 가려면 2~3일을 걸어가야 한다. 그러니 그냥 참거나 포기하기 일쑤다.
이재훈(53) 선교사는 그런 환자를 위해 2006년 마다가스카르로 가족과 함께 의료 봉사활동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꿈은 의료선교사였다. 그 꿈을 위해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 대학원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 외과의사가 됐고, 영국 신학대학 중 한 곳인 'All Nations Christian College'에서 선교사 자격을 얻었다.
그렇게 시작한 의료선교사의 길. 힘들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진흙과 풀숲을 지나다 자동차 전복 사고만 세 번이나 겪었다. 의사로서의 안정되고 편안한 삶 대신 이처럼 고난의 길을 선택한 까닭이 뭘까. 21세기에 휴대전화나 온라인 메신저는 고사하고 전화 통화조차 쉽지 않은 오지를 자주 오가는 탓에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마다가스카르 수도(안타나나리보) 병원시설에서 다음 오지 이동진료를 준비하면서 일반 환자들과 주변 빈민촌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오지 이동진료는 1년에 10회 정도 간다. 2006년부터 114회 정도 다닌 것 같다. 처음엔 나와 아내, 그리고 현지 의료진 한두 명과 함께 차로 돌았는데 점차 환자들이 많아져 인원을 늘렸다.
적게는 9명, 많게는 14명으로 팀을 꾸려 9박 10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매일 120명 정도를 진료하고 5명을 수술했다. 그래도 돌보지 못하고 온 환자들이 많다.
오지 이동진료를 하는 이유는?
인구의 70%가 오지에 산다. 그곳엔 의사가 없다. 수백 ㎞를 우마차로 가거나 걸어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수술이 가능한 외과의사를 만나려면 1000㎞를 넘게 가야 한다. 전국 약 5000명의 의사 중에 외과계열 전문의는 135명에 불과한데 대부분 수도에 있다.
하루에 겨우 1~2달러를 버는 사람들이 도시까지 가려면 교통비로만 수개월 치 수입을 날려야 한다. 더욱이 병원비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 현재로선 의사가 찾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기회다.
"피에 젖은 일회용 거즈 짜서 재사용"
주로 어떤 환자들인가?
우리가 가면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먼 이웃마을에서까지 다 몰려온다.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을 보면 기생충증, 말라리아, 성병, 근육통증, 탈장, 음낭수종, 난소종양, 자궁외임신, 구순구개열, 피부감염증, 암 등 정말 다양하다. 눈에 생긴 종양 때문에 20여 년간 눈을 감지 못했던 여인, 당뇨로 발에 염증이 생겨서 죽어가는 노인 등 오래전부터 질병이 나타났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현지 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처음 와서 수술할 때는 도구가 부족해 수건이나 재봉틀 실을 소독해 쓰고, 바늘이 없어 구두 꿰매는 송곳 같은 것으로 피부를 봉합하기도 했다. 피에 흠뻑 젖은 일회용 거즈도 짜서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 멸균된 증류수나 생리식염수는 지금도 구하기 어렵다. 수돗물을 끓여 생수를 섞어 환자의 복강을 세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혈할 상황도 안 된다. 정말 응급한 수술이나 수술하면 조금이라도 살릴 가능성이 있을 때 수액만 주고 모험하듯 수술한다. 이게 이곳의 의료 수준이다.
의료 봉사활동에 재정적 어려움은 없나?
초기에는 무척 많았다. 약이나 수술 재료를 살 돈이 없어서, 이동차량 주유비가 없어서 이동진료를 포기한 적도 있다. 다행히 2009년부터 개인 후원이 조금씩 늘고, 2012년부터는 밀알복지재단의 도움으로 고충을 크게 덜었다. 올해부터는 웰인터내셔널과 아프리카미래재단에서도 후원을 받는다. 차량이 오래돼 자주 고장 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해서 여전히 어려움은 있지만,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해 개인적인 삶에는 큰 지장이 없다.
얼마 전 고려대의료원과도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부터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과 보건당국, 안타나나리보의대 등과 함께 오지통합의료 전문의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려고 한다. 오지에서 외과와 내과를 넘나들며 폭넓은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의료 특수부대'를 만드는 것이다. 해마다 20명씩 2년간 훈련시키면 7년 뒤엔 오지통합의료 전문의 120명을 배출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고려대의료원이 함께해주기로 했다. 또 국립안타나나리보의대에 1억 원 상당의 최신 해부학 실습 시뮬레이터도 기증해주기로 했다. 오지통합의료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여러 가난한 나라에 전해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외교부·이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