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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말하고 숨 쉬는 '두경부'
“암 수술 후 완치만큼 삶의 질 중요”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
사진제공

두경부암에 대해 설명하는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 미국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 정신의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두경부암으로 고생했 다는 점이다. 과도한 흡연과 음주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두경부암은 최근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차기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 회장으로 내정된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와 함께 그 주요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두경부(頭頸部)'란 두부와 경부, 다시 말해 머리와 목 부분을 아울러서 이르는 말이다. 두경부암은 쇄골보다 위쪽에 생기는 암을 말하는 것으로, 뇌와 눈을 제외한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구강에 생기는 구강암, 목구멍에 생기는 인두암과 후두암, 코 주변에 발생하는 부비동암, 비강암, 귀밑과 턱밑에 생기는 침샘암 등이 두경부암에 속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 의미의 두경부암에 속하는 암이다. 영어로는 'Head and Neck Cancer'다.

두경부암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2010년 1만3056명에서 2018년 1만7026명으로 28.4%나 증가했다. 암 발생 순위로도 일곱 번째다. 두경부암은 젊은 연령에서보다 고령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흔하고, 림프절 전이가 쉬워 암이 진단됐을 때 이미 3~4기일 정도로 위험한 암이다.

흡연과 음주, 두경부암 2배 이상 증가

두경부암의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바이러스 감염 등이 꼽힌다. 권순영 교수는 흡연이 두경부암의 가장 강력한 원인이라며 금연을 강조한다. 담배를 피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이 인두와 후두를 통해 폐에 들어가면서 담배 연기에 노출된 부위에서 암 발생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들도 있다. 미국암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후두암 환자의 95% 이상, 구강암 환자의 약 72%가 흡연자였다. 또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구강암에 걸릴 위험성이 2배 이상이었고, 흡연자 중 약 60%가 하루에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권 교수는 "담배에서 나오는 물질은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따라서 흡연하면 두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흡연 때문에 암이 생기면 그렇지 않은 암에 비해 치료 결과도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두경부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흡연임은 확실하기 때문에 예방법은 단연 금연"이라며 "구강위생을 철저하게 하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두경부는 머리와 목 부분을 아울러서 이르는 말이다.

음주 역시 흡연의 발암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 흡연을 하면 두경부암 발생 확률이 2.1배 증가하고, 비흡연자라도 술을 마시면 두경부암 발생 확률이 2배 증가한다. 또 방사선 노출과 인후두 역류, 유전자 이상, 니켈 제련이나 목공, 직물섬유 등 직업적 노출도 두경부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두경부암은 구강, 인두 등 범위가 넓어 암을 예고하는 증상을 한 가지로 정리하기 어렵다. 권 교수는 "후두암은 쉰 목소리가 나지만, 구강암은 목소리에 변화가 없다. 이렇듯 두경부암을 증상 몇 가지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 "두경부암의 증상을 알아채려면 자신의 몸의 변화에 대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강암은 입술, 잇몸, 혀 등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오래 지속되는 통증,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구강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설암인데, 혀에 궤양이 생기고, 통증이 심하면 설암을 의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구인두암 발생이 늘고 있다.

비인두암 증상은 목에 혹 같은 것이 만져지거나, 암이 진행됐을 때는 코 막힘과 출혈 등이 생기기도 한다. 후두암 증상을 눈치 채는 게 그나마 쉬운데, 쉰 목소리가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 심해진다. 쉰 목소리가 나타난 뒤 2주 이상 지속되고, 목구멍에 이물감이 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불편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경부 부위에 발생한 악성 종양 제거 수술을 시행 중인 권순영 교수.

'3D 프린터 이식수술' 국내 최초 성공

두경부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의 치료법이 있다. 이 치료법들을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두 가지 이상을 병행해 사용하기도 한다. 권 교수는 두경부암 수술은 다른 암종의 수술과 다르게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술 이후 환자의 삶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권순영 교수는 "두경부암은 종양 조직을 완전히 없애 생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두경부암은 숨 쉬고, 밥 먹고, 말하는 기관에 생기는 암이다. 설혹 수술이 잘 진행됐다고 해도 그 이후 환자가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거나, 얼굴에 변형이나 결손이 너무 많이 생겨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면 소용없다"며 "두경부암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을 완전히 없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구강과 혀, 후두의 중요한 기능인 목소리와 언어 능력을 보존하는 것 또한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두경부외과팀은 이 같은 고민을 풀기 위해 20년째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수술을 하기 전 환자와 이비인후과의 두경부외과, 방사선 종양학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핵의학과 등 두경부암의 진단과 치료에 관계되는 각 과의 의료진이 모여 환자의 치료 방침을 논의하고, 수술 이후 재활 등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비인후과 오경호 교수가 주도하는 구강암 환자의 광범위 절제술 후 재건에 사용하는 3D 프린터도 환자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 교수팀은 2017년 이미 구강암 제거 후 3D 프린터를 이용한 티타늄 하악골(아래턱뼈) 이식을 동시에 시행하는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두경부암은 대부분 2년 이내 재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재발에 따른 사망 환자의 3분의 2는 원발부위 또는 경부 림프절 재발이 원인이다. 재발위험군은 아주 젊거나 아주 고령, 진행암(3~4기), 지속적인 흡연과 음주, 유전자 이상으로 유발되는 것 등이다. 따라서 수술을 한 환자들은 최소 5년 이상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권 교수는 "의사가 수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암을 이길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 "갑상선 수술, 두경부외과 의사 역할 중요"
두경부외과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 어떤 진료과인지 궁금하다.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의 질병을 진료하는 과로 알려졌지만, 뇌의 아래에서부터 가슴 위까지의 광범위한 부분에 발생한 질병을 내과적 혹은 외과적으로 치료하는 진료과다. 구강, 타액선, 인두, 후두, 기관지와 경부 식도, 갑상선의 질환, 경부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의 진단과 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담당하는 세분화된 의료 분과의 하나다.

갑상선 수술은 주로 외과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과에서 갑상선 수술을 하는 것이 전통적이다. 하지만 외과가 세분화·전문화되는 과정에서 새로이 생겨난 분야가 목에 해당하는 갑상선, 구강, 인두, 후두, 침샘 등에 발생하는 암을 수술하는 이비인후과 내의 두경부외과다. 이 과는 목에 발생하는 갑상선암을 수술하는 데 매우 전문적이라 할 수 있다.

갑상선암일 때 두경부외과에서 수술했을 때 강점이 있나?

대체로 갑상선암은 조기에 발견 가능하고 좁은 부위에 발생해 예후가 좋은 암에 속한다. 따라서 환자가 그런 상황일 때는 외과에서 수술하든, 두경부외과에서 수술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암이 식도나 기도 등 갑상선 바깥쪽을 광범위하게 침범했을 때, 즉 암의 범위가 넓을 때는 두경부외과가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목의 모든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 수술 후 음성의 문제가 있을 때도 이비인후과 내의 두경부외과에서 음성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음성에 대한 문제를 진료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EDITOR: 박선재
  • PHOTO: 홍태식,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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