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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숙아' 로희와 엄마 반희경 씨 “그 조그만 아이가 스스로 이겨낸 건 기적”

반희경씨와 로희
사진제공

반희경 씨는 "로희가 태어난 지 70일쯤 캥거루 케어를 위해 처음 가슴 위에 올려 안았을 때 체온이 느껴져 뭉클했다"고 말했다.

몸무게 430g으로 태어난 아이가 있다. 국내 출생아 평균(3.19kg)의 7분의 1도 안 되며, 아이패드보다 가벼웠다. 몸 크기는 어른 손바닥에 모두 덮일 정도로 작았다. 두 다리를 쫙 펴고 잰 키가 30cm 자보다 짧았다. 엄마 배 속에서 불과 6개월 반 만에 태어난 '기적의 주인공' 로희다.

로희는 2019년 7월 19일 고대안암병원에서 '초미숙아'이자 '초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났다. 임신 37주 미만 출생을 미숙아라고 하는데, 로희는 26주 4일 만에 세상에 나왔다. 또한 체중이 2500g 미만이면 저체중아인데, 로희는 그중에서도 1000g 미만인 초극소 저체중아에 해당했다.

혼자서는 숨을 쉴 수도, 움직일 수도 없던 로희는 4개월간의 치료로 3.15kg의 정상 체중 아이가 됐다. 로희는 가족과 의료진 등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듯 미숙아 망막증을 이겨내고, 뇌실 내 출혈과 같은 신경학적 합병증도 없이 지난 11월 16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 어떤 시술이나 수술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이겨낸 것이다.

퇴원한 로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얼마나 컸을까. 쌀쌀했던 2월 6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 기다리던 로희가 엄마 반희경(39) 씨의 품에 꽁꽁 싸인 채 들어왔다. 겉싸개와 속싸개를 풀고 또 풀자, 로희가 보였다. "어머나, 세상에! 너무 귀여워요! 어머머!" 감탄사가 마구 튀어나왔다. 인형 같았다. 시끄러웠는지 자고 있던 로희가 눈을 떴다.

그런데 울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표정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다녔다. 오른쪽에서 말하던 기자가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시선이 그대로 따라왔다. 다시 오른쪽, 왼쪽, 이 사람, 저 사람, 말하는 사람을 눈으로 좇았다.

"로희가 사람들하고 눈을 잘 맞춰요. 잘 놀고 잘 자고 순해요. 그동안 인큐베이터에 혼자 있었는데 집에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오빠들이 있어서 조용할 새가 없지요. 그동안 감기 한번 안 앓고 건강하게 지냈습니다. 많이 컸어요. 어제 몸무게 재보니 5.4kg이나 됐더라고요. 분유를 먹는데, 젖병 젖꼭지 크기도 제일 작은 SS에서 그다음 단계인 S로 올라갔어요."

사실 로희는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하루하루가 생사의 고비였다.

"첫째와 둘째는 자연분만으로 잘 낳았는데, 셋째 때는 임신성 고혈압이 나타났어요. 혈압이 너무 높아져 고대안암병원에 입원했는데,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픈 거예요. 의료진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상황은 긴박했다. 산모와 아기 중 한 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살아남는다 해도 예상되는 합병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로희처럼 초극소 미숙아는 폐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해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상태 변화가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자주 들여다보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할 때도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 모든 부분이 미숙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엄마 품에 처음 안겨본 것도 인큐베이터 치료가 끝날 무렵인 생후 70일 때였다.

"병원에서 로희를 정말 살뜰히 돌봐주셨어요. 수치가 조금이라도 변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반응하셨지요. 특히 소아청소년과 허주선 교수님이 로희를 치료할 때 '어떤 약을 선택할 것인가, 끊을 것인가' 등 선택의 갈림길이 많으셨는데, 그때마다 매우 적절한 선택을 해주셔서 더없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건강해진 로희 뒤에는 신생아 중환자실 김승남 수간호사, 소아청소년과 이은희 교수 등 수많은 의료진이 있었다. 고대안암병원에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최적의 치료가 제공된다. 로희처럼 작게 태어난 아이에겐 영양 공급이 중요한데,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전문 영양지원팀'이 있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약사가 한 팀이 돼 아이의 영양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가장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5.4kg의 건강한 아이로 자란 로희.

'감염 위험 최소화' 실천 중

의사와 간호사 간 '협력 시스템'도 굳건하다.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시로 상황을 소통하고, '매달 연합 세미나'를 열어 최신 지식과 치료 사례를 공유하며 더 나은 치료법을 모색한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병원 내 '모든 진료과 간의 원활한 협력'도 자랑거리다. 고위험 산모 상태를 다른 진료과에 알려 발생 가능한 모든 분만 상황에 철저히 대비한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집중치료 인프라'가 의료진을 돕는다. 고위험 산모 8병상, 신생아중환자실 20병상, 신생아실 4병상과 함께 고가의 최신 전문 진료장비들이 있다. 또한 감염관리실과 '감염 위험의 최소화'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대안암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서울 동북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지정됐다. 치료 성적, 인력과 시설, 지역사회 연계 및 협력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결과다. 고대안암병원 외에도 고려대의료원 산하 구로병원과 안산병원도 모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로희 엄마 반 씨는 "가까운 곳에 좋은 병원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며 "120일간 머물던 신생아중환자실을 떠나 지금은 소아청소년과로 외래 진료를 한 달에 한 번 다니는데 지금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앞으로도 권역 내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서 수많은 아이와 엄마를 도울 것이다. 로희네 가족을 더 행복하게 만든 것처럼.

  • EDITOR: 이주연
  • PHOTO: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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