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의 중심
인근 병원과 '핫라인' 구축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오민정 교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 출산율이 급격히 줄면서 병원 유지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들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고도의 의료장비와 숙련된 의료진 그리고 관련 진료과 간의 협진이 더욱 절실해진 것. 보건복지부가 고려대구로병원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정병원으로 선정한 이유다. 센터장을 맡은 산부인과 오민정 교수로부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실태와 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인구 절벽 수준이다. 출생아 수는 2000년 63만 명에서 2018년 33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2019년에는 더 줄어 30만 명대 턱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합계출산율은 전년 0.98명에서 또 감소한 0.92명이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 지 오래다. 혼인 감소로 신생아 1명이 어느 때보다 소중해졌지만 고위험 임신으로 이들을 지켜내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3.0세로 상승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율은 33.3%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임신이 가장 활발한 20대 초반과 후반, 30대 초반 출산율이 11~13%씩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40~44세의 40대 초반 출산율은 9%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령 임신이 신생아를 위태롭게 하는 '고위험 분만' 증가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오민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은 "35세 이후 임신은 대개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기본적인 내과질환이 있고, 그 때문에 임신중독증 등이 나타나기 쉽다"며 "태아에게도 성장 지연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늘어 협진 절실
조산아, 저체중아 등 고위험 신생아도 증가 추세다. 전체 출생아 중에서 임신 37주 미만 조산아의 비율은 2000년 3.8%에서 2018년 7.8%로 2배 이상 늘었다. 오 센터장은 "조산이 크게 늘었는데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출생 직후 필요한 처치를 놓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임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이 늘면서 다태아 비율도 같은 기간 1.7%에서 4.2%로 급격히 높아졌다. 쌍둥이 등 다태아는 저체중과 조기 분만 가능성이 높고, 산모에게도 임신중독증과 산후 출혈 증상이 4배쯤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고위험 산모와 중증질환 신생아가 늘면서 이들을 치료할 고도의 의료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은 물론 관련 진료과 간 협진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러나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시설과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병원 입장에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인프라가 고비용·저수익 시설이기 때문이다. 오 센터장은 "서울 서남권역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을 20병상 규모로 운영하면서 이렇게 버티는 병원은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은 24시간 응급환자가 몰려드는 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한다. 대학병원조차 분만실 운영이 어려울 지경이다. 2003년만 해도 한 해에 239명이 배출되던 산부인과 전문의가 2017년에는 100명으로 줄었다. 또한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분리되면서 고위험 산모와 태아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더뎌졌다.
여러 문제의 결과는 높은 모성사망률로 나타난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출생아 10만 명당 11.3명의 산모가 사망했다. 2017년 7.8명보다 44.7%나 악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은 국내 모성사망률의 10~19%를 차지할 만큼 사고가 많다.
2018년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8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이 중 1.6명은 생후 28일 이내에 발생한 신생아 사망이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건강한 분만과 출생을 지원하고 있다. 병원이 모두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체계적인 주산기 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정부도 고위험 산모의 분만과 치료, 고위험 신생아 치료 등을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설치해 10년간 30억 원을 지원한다.
이 센터로 선정됐다는 것은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집중치료와 관련해 권역에서 최고 수준의 고도 의료행위가 가능한 '최종 치료기관'이란 뜻이다. 전문 인력, 시설, 장비, 진료 기능이 모두 갖춰져 있고 다른 진료과와 협진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15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선정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산하의 구로병원, 안암병원, 안산병원 등 3곳이 모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모성 사망 대부분 '과다출혈' 문제
서울에선 4개 병원이 선정됐으며, 그중 하나가 고려대구로병원이다. 오 센터장은 "붕괴되고 있는 분만 인프라 속에서 임산부와 신생아의 생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센터가 서울 서남권역 중심에 구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주변 지역은 물론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서해안고속도로, 경부선·경인선 철도, 전철 1·2·7호선, 경인·경수국도로 연계되는 교통 요충지에 위치해 충남 당진에서도 분만하러 온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분만이 줄고 있지만 이 병원에서 분만을 원하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오 센터장은 "구로병원은 2019년 분만 건수가 전년보다 25%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 분만 가운데 고위험 산모의 비율도 2018년 62%, 2019년 68% 등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는 전체 분만실 평균 42.8%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권역에서 고위험 산모 치료의 중심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다. 모성 사망의 대부분은 과다출혈이 문제다.
출혈이 많을 때는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피가 쏟아지며 혈압이 떨어져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주변 산부인과 병원들과 핫라인을 운영해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특히 산후 출혈에 대한 치료 프로토콜을 개발해 주변 병원에서 전원 온 산후 출혈 산모에게 병원 내 권역응급센터, 영상의학과, 중환자외상외과 등에서 통합치료를 제공한다.
이 병원은 2018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고위험 임산부 집중치료실을 신설해 운영하고, 신생아 중환자실을 확장해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세부 전문의가 전문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왔다. 앞서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응급 제왕절개수술 평가에서 서남권역 내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오 센터장은 "앞으로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가 더욱 빈틈없이 이뤄지도록 통합치료센터 내 모든 의료진의 정기적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병원 내 다른 진료과와 협진 및 연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오민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 "고위험 산모, 최소 한 달 전에 옮기는 게 안전해요"
되도록 상급종합병원에서 출산하는 게 좋을까?
모든 산모가 대학병원에 올 필요는 없다. 분만 전문 병원도 충분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면역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 또는 비만인 고위험 산모는 오길 권한다. 임신 중 전치태반, 태아 성장 지연 등 문제가 발견된 경우도 큰 병원의 분만 대처가 안전할 수 있다.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최적의 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택하길 바란다.
고위험 산모는 언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나?
건강한 일반적인 임신은 개인병원에서 낳아도 괜찮다. 그러나 다니던 곳에서 옮기라고 말했다면 확실한 이유가 있는 거다. 분만이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신생아나 산모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제왕절개가 늘어나 산모 수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유착태반이 생기면 자궁적출술까지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산후 출혈로 대량의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전치태반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미리 준비된 상황에서 분만할 수 있도록 적어도 한 달 전에 옮기는 것이 좋겠다.
고려대구로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만의 장점은?
그동안 병원 측에서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센터 지정 후 정부 지원으로 인력과 시설 등이 확충돼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됐다.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4명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명, 산부인과 전공의 10명,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2명, 분만실 간호사 6명,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 6명,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27명 등이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는 더 늘릴 계획이다. 덕분에 광역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리 의료진 모두 칭찬해주고 싶다. 언제 올지 모를 응급환자를 위해 힘들게 훈련시키는데 잘 버티고 대처해줘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다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잘 알고 있다. 특히 전공의들과 분만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이 굉장히 고생한다. 모두 감사하다.
- EDITOR: 이주연
- PHOTO: 김도균